직장 괴롭힘 금지법 시행 3년…피해자 체감 갑질 정도 여전히 심각

갑질 줄었지만 직장 내 괴롭힘 심각성 여전해

[일요신문]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 3주년을 하루 앞두고 있는 가운데 직장 갑질은 줄었지만 피해자들이 느끼는 갑질의 정도는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2019년 7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직장갑질119 관계자들이 설치한 관련 안내판 뒤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15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단체가 법이 시행된 2019년부터 매년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갑질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2019년 44.5%에서 올해 29.6%로 14.9%포인트 줄었다.

‘갑질이 줄어들었다’고 평가한 사람들도 2019년에는 31.9%였으나 올해는 60.4%로 28.5% 포인트 늘었다. 2019년에 비해 법이 시행되고 나서 직장 내 근무 환경이 나아졌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꾸준히 높아졌다. 2019년만 해도 이 법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33.4%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응답자의 71.9%가 괴롭힘 금지법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사람들이 느끼는 심각성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를 경험한 이들 중 괴롭힘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9년 38.2%에서 올해 39.5%로 소폭 상승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해 예방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고용 형태와 사업장 종류에 따라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6월 실시한 조사에서 상용직 근로자는 55%가 예방교육을 받았다고 답했지만 비상용직 근로자의 답변 비율은 24.3%에 그쳤다. 또한 중앙 및 지방 공공기관 근로자의 63.9%와 300인 이상 민간 사업장 근로자의 57.3%가 예방교육을 받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교육을 받은 근로자는 19.1%에 불과하다.

단체는 직장 내 갑질 문제 해결을 위해 법을 개정해 예방교육을 의무화하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 조항도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는 가해자가 사용자 또는 사용자의 친인척일 경우에만 최대 1000만 원의 과태료에 처할 수 있다. 가해자가 경영진이나 직장 상사, 동료인 경우에는 처벌할 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올해 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가 ‘임원이 아닌 상급자’는 36.8%, ‘비슷한 직급 동료’는 22.6%였다. 가해자가 사용자와 사용자의 친인척인 경우는 각각 24.7%, 2.7%에 불과했다.

이민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