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택시 이어 공급 부족…“더 많은 플랫폼 사업자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서울시 바우처 택시는 서울시에서 운영 중인 장애인 편의 증진 사업 중 하나로 2017년 도입됐다. 일반적인 브랜드 콜택시와 같은 종류로 운행하며 서울시가 바우처 택시 이용자에게 택시 요금을 지원해준다. 서울시는 2017~2019년 단계적으로 예산을 증액해왔다. 현재 연간 50억 원의 시비를 투입해 장애인 이동 편의 증진을 위한 바우처 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바우처 택시의 장애인만 이용할 수 있으며 호출비는 주간 1000원, 24~04시는 2000원이다. 호출비를 포함한 택시 이용 요금이 3800~8000원일 경우 이용자는 2000원만 부담한다. 호출비 포함 요금이 8000~4만 원일 때 이용자는 요금의 25%만 부담하며, 서울시가 나머지 75%를 지원한다. 승차 시 지원금 한도는 3만 원이다. 가령 택시 요금이 5만 원이 나왔을 때 이용자는 최대 한도 3만 원을 공제한 2만 원을 낸다.
서울시 바우처 택시 이용 건수는 2017년 8만 8219건, 2018년 15만 544건, 2019년 29만 863건, 2020년 39만 213건, 지난해 49만 6253건으로 매년 증가해왔다. 시각장애인 직장인 김 아무개 씨는 “요금을 지원하는 것도 이점이지만, 바우처 택시의 가장 큰 장점은 장애인들의 이동 시간 절감”이라며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려면 대기시간만 최소 30분인데 바우처 택시는 브랜드 콜택시기에 호출 대기시간이 일반택시와 같아 내 일상을 계획대로 영위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바우처 택시를 이용하기도 상당히 힘들어졌다. 가장 큰 문제는 바우처 택시 협력사 대부분이 일반 호출과 바우처 택시 호출을 동시에 받고 있다는 데 기인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바우처 택시에 참여 중인 사업자는 나비콜, 국민캡, KST모빌리티로 이들의 운영 대수는 지난 4월 말 기준 1만 2636대다. 서울시는 2020년 바우처 택시를 1만 7400대로 확대 운영한다고 밝힌 바 있으나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당시 KST모빌리티가 바우처 택시 전용 차량을 1000대 투입하기로 했으나 업체 내부 사정으로 바우처 택시 전용 차량은 운영되지 않고 있다.
차량 공급이 이동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바우처 택시 호출 대기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앞의 김 씨는 “최근에는 호출 대기 시간이 꽤 늘어나거나 배차가 아예 안 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며 “대기시간 면에서 장애인 콜택시와 차이가 없어지는데, 회사들이 바우처 택시 호출보다 일반 승객의 콜을 더 선호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카카오모빌리티, 우티, 타다, 아이엠택시 등 플랫폼 사업자들이 바우처 택시에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 택시 호출시장은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자들이 90% 이상 점유하고 있다. 서울시 및 업계 관계자들은 플랫폼 사업자의 참여가 서울시 바우처 택시 공급난의 해결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택시의 수요와 공급 불균형에 따른 택시 부족 문제,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이동량 증가 등으로 바우처 택시도 잘 잡히지 않고 있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며 “바우처 택시 사업에 관심 있는 플랫폼 사업자들과 계속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아직까지는 협력이 확정된 플랫폼 사업자는 없다. 바우처 택시 서비스 운영을 위해서는 전화로도 택시를 호출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플랫폼 택시들은 모두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호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 바우처 택시 운영기관인 서울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자들은 앱으로만 택시를 호출할 수 있기에 장애인들의 접근성 문제가 있다”며 “유선 호출을 위한 콜센터 운영에 대한 의견 조율이 우선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서울시 바우처 택시에 참여 중인 콜택시 사업자인 나비콜과 국민캡은 물론 플랫폼 사업자인 KST모빌리티도 바우처 택시 호출을 받기 위한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플랫폼 사업자들은 바우처 택시 호출을 받기 위한 콜센터를 따로 마련하는 데 난색을 표한다. 바우처 택시 사업 자체는 매출 면에서 큰 이점이 없기 때문이다. 바우처 택시 사업자에 적용되는 수익은 호출비 정도가 전부다. 한 사업자가 심야 기준으로 연간 50만 건을 받아도 수익은 약 10억 원이다.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플랫폼 사업자들의 참여를 위한 당근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앞의 김 씨는 “우리는 바우처 택시를 요금이 싸서 이용하는 게 아니라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이용하는 것”이라며 “호출 대기 시간이 길어진 현재는 대중교통이나 일반택시를 혼용해서 이용하고 있는데, 할인율이 덜 하더라도 대기·이동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바우처 택시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 줄어든 할인 금액으로 플랫폼 사업자들을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바우처 택시만 위해 따로 전화 호출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은 상당히 비효율적”이라며 “서울시가 바우처 택시 콜센터 운영을 위해 위탁업체를 선정하거나 플랫폼 사업자들이 모빌리티 스타트업이나 콜택시 업체들에 사업을 위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바우처 택시 호출을 선택하거나 8km 이내 근거리임에도 바우처 택시 호출을 선택할 경우 택시기사들에게 인센티브 개념으로 각 500원씩 지급하고는 있다”면서도 “플랫폼 사업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을 계속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지자체 차원에 머물게 아니라 국가적으로 플랫폼 사업자의 바우처 택시 사업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바우처 택시를 확대하는 것을 국정 과제 중 하나로 삼았다. 조형석 서울시각장애인연합회 회장은 “바우처 택시 사업은 장애인 이동 편의 증진과 이동 수단 다양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며 “최근 일반 택시 승차난에 이어 바우처 택시에서도 승차난이 극심해지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플랫폼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