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최고위 ‘불허’ 결과서 입수, 대표 서명 없어 유효 따져봐야…이준석 등 상대 가처분신청 제기
류여해 전 최고위원은 2017년 12월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제명 징계를 받았다. 해당행위를 했다는 게 제명 사유였다. 제명 사유로 거론된 사안 가운데 당시 그의 인터뷰 내용도 포함됐다.
류 전 최고위원은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홍준표 대표가 내년 서울시장 후보로 홍 아무개 씨를 영입하려 하고 있다고 한다. 영입대상자(홍 씨)가 내가 서울시장에 출마하면 자신은 불가능하다고 난색을 표하자 (홍 대표가) 나를 주저앉힐 의도로 서울 서초 갑 당원협의회 위원장을 탈락시킨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당 윤리위는 이 발언을 해당행위로 지목했다. 하지만 류 전 최고위원의 이 발언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홍준표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로 홍정욱 씨를 영입하려 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에 당시 당 내에서도 “과도한 징계였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후 류 전 최고위원은 다방면으로 복당을 타진했다. 한때 복당의 청신호가 켜지는 듯했다. 류 전 최고위원 법률대리인이자 정치적 동반자인 정준길 변호사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지난해 7월 2일 통화 내용 일부다.
정준길: (저와 류 전 최고위원) 복당 신청해도 되겠어요?이 통화에서 이 대표는 자신이 홍준표 전 대표 복당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류 전 최고위원 복당도 문제없을 것 같다는 뉘앙스로 말했다. 정준길 변호사는 지난해 8월 복당했다. 하지만 류 전 최고위원 복당은 지난해 9월 9일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부결(불허)됐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당시 회의 결과서엔 이준석 대표 서명이 없었다. 이에 당시 회의 결과가 유효한지도 따져볼 사안이다.
이준석: 정치적 이유로 탈당은 불문하고 (복당을) 허용하겠다, 다만 징계성 탈당이나 제명 조치는 저희가 정무적 판단을 한다, 이랬거든요.
정준길: 저는 (복당이) 상관없을 것 같고 류여해 교수는 어떨까?
이준석: 징계성이었죠. 그때 제명.
정준길: 부당한 제명이라고 우리는 생각하는데.
이준석: 정무적 판단을 하겠다고 저희가 했었기 때문에 그거는 (최고위원회) 테이블 위에 올라가긴 올라갈 것 같아요.
정준길: 우리 이 대표 마음이 어떠냐를 물어보는 거지. 그러니까 만약에 이 대표 생각이 아닌 것 같은데 괜히 (복당 신청) 해 가지고 제외 된다 이러면 민망하잖아.
이준석: 제가 류 최고(류여해 전 최고위원)를 어떻게 하는 것도 저는 문제없다고 (생각)하는데 또 누가 (반대 의견을) 들고 일어나면 안 되니까, 제가 살살 그냥 물어볼게요. 저는 홍준표 (복당)도 받았잖아요. 선배(정준길 변호사) 거는 문제없을 거고 류여해 최고 거는 최고위원들한테 살짝살짝 물어보고 연락드릴게요.
류 전 최고위원은 자유한국당을 나온 지 4년 9개월 만인 지난 3월 안철수 대선 후보가 이끈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그리고 지난 5월 3일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예정대로 흡수합당했다. “국민의힘은 합당한 신설정당으로 국민의당 당원의 권리와 의무도 국민의힘으로 자동 승계된다”는 게 정치권과 법조계의 대체적 견해.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류 전 최고위원에게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다. 국민의힘 서울시당 측은 “중앙당에서 제명된 날로부터 5년이 경과하지 않은 자는 시도당에서 최고위원회 승인 없이 재입당을 임의로 허가할 수 있는 권한이나 재량권이 없다”는 입장이다. 중앙당 최고위원회가 재입당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의힘이 유독 류 전 최고위원 입당을 불허하는 까닭은 뭘까. 한기호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지난해 8월 류 전 최고위원 입당과 관련해 정준길 변호사와의 전화통화에서 “(류 전 최고위원이) 입당하면 당에서 분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당내에서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몇몇 친(親)홍준표계 인사가 류 전 최고위원의 복당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전언이었다.
이에 대해 지난 12일 서울 서초동에 있는 '법률사무소 웨이'에서 일요신문과 만난 류 전 최고위원은 “최고위원 시절 홍준표 대표 개인행동이나 의사 결정이 잘못됐다고 지적했을 뿐 당을 공격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그게 왜 해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류 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국민의당과 합당한 신설정당, 합당정당이다. 자유한국당 승계정당이 아니다. 나는 3월 19일 국민의당에 입당한 당원이었다. 자유한국당에서 징계를 받았다는 사유로 국민의당과 합당한 국민의힘 입당을 불허하는 건 법률상으로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당규 6조에 따르면 입당 신청을 했을 때 당이 일주일 이내에 당원 심사자격위원회에 회부하지 않을 경우 자동 입당한 것으로 간주한다. 류 전 최고위원은 이 조항도 언급했다. 그는 “당규에 따르더라도 나는 자동 입당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이후에도 입당이 불허되자 류 전 최고위원은 결국 법원에 판단을 맡겼다. 지난 6월 23일 서울남부지법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박성중 서울시당위원장 등을 상대로 ‘당원임시지위 가처분신청서’를 제출했다.
국민의힘 법률 대리인은 18일 법원에 답변서를 제출해 “국민의힘 최고위원회가 예외적으로 채권자(류 전 최고위원)의 재입당을 허가할 만한 특별한 사정은 존재하지 않았다”며 “이런 이유에서 국민의힘 최고위원회가 2021년 9월 채권자 재입당을 불허한 것은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류 전 최고위원 측은 19일 법원에 제출한 참고서면을 통해 일일이 반박하면서 “채무자들(국민의힘, 국민의힘 서울시당)은 채권자(류 전 최고위원)의 해당행위 정도가 매우 심각한 수준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민의힘은 실형을 선고받아 구속되거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당원에 대해 불과 당원권 정지 3개월 처분을 내렸다”며 “당시 류 전 최고위원에 대한 제명 징계는 홍준표 대표의 정치적 테러였다. 홍 대표에게 비판적인 류 전 최고위원을 윤리위를 동원해 제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원은 조만간 류 전 최고위원의 재입당 여부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당 윤리위로부터 ‘6개월 당원권 정지’ 결정을 받은 이준석 대표는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당원이 되는 빠르고 쉬운 길, 온라인 당원 가입”이라며 “한 달에 당비 1000원 납부약정하면 3개월 뒤 책임당원이 돼 국민의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3분이면 된다”라고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이에 대해 류 전 최고위원은 “애당심을 가진 나는 5년이나 재입당이 안 됐는데 다른 사람들한텐 3분이면 입당할 수 있다고 독려하는 이 대표 글을 읽으면서 씁쓸했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