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지원 덕 기사회생, 주요 투자자와 그룹 총수 동서지간 ‘뒷말’…현대차 “커넥티드카 관련 기술 독보적”
일요신문은 스타트업계에서 베일에 가려진 에어플러그 실체를 추적했다. 취재 결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에어플러그 투자자이면서 사외이사였던 박성빈 씨가 '동서지간'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 씨는 정의선 회장의 부인 정지선 씨 동생의 남편. 고 박태준 전 국무총리의 장남이기도 하다.
우선 에어플러그가 어떤 회사인지 들여다보자. 에어플러그는 자체 개발한 기술인 ABC(Always Best Connected) 솔루션이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면서 경영난을 겪었다. ABC 솔루션은 별도의 하드웨어 없이 주변 환경에 따라 와이파이, 3G/LTE 중 적합한 네트워크에 모바일 기기를 자동으로 연결해주는 기술이었다. 와이파이 신호가 약할 경우 와이파이와 3G/LTE를 혼합 사용할 수도 있었다.
이 회사는 해외에도 ABC 솔루션을 수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진 못했다. 2013년부터 3년간 60억 원을 웃도는 순손실을 냈다. 투자금을 소진하면서 2016년경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이 회사 공동대표들이 개인 돈으로 직원 월급을 준 때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플러그의 국내 특허 45개는 등록료를 내지 않아 소멸됐다.
에어플러그에 투자한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트랜스링크캐피털(Translink Capital)을 포함한 벤처캐피털들도 자금 회수 가능성이 희박해지는 듯했다. 트랜스링크캐피털 대표는 정의선 회장의 동서인 박성빈 씨. 트랜스링크캐피털 홈페이지의 박성빈 대표 글엔 에어플러그가 주요 투자처 중 한 곳으로 소개돼 있다.
박성빈 대표가 최대주주이자 대표를 맡고 있는 또 다른 회사 에스피케이인크(SPK Inc.)도 에어플러그에 투자했다. 투자금액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에스피케이인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에스피케이인크가 보유한 에어플러그 지분가치는 5억여 원. 2002년 5월 설립된 에스피케이인크는 꾸준히 현대차 일감을 받아왔다. 현대차 등에 IP PBX(사설 전화 교환기) 등 IT 솔루션을 공급하는 사업을 주로 한다. 현대차 글로벌 네트워크 클라우드를 구축했고 현대차 본사, 연구소, 공장 등에 IP PBX를 공급하기도 했다.
박성빈 대표는 2011년 5월부터 현대차가 에어플러그를 인수한 2021년 7월까지 10여 년간 에어플러그 사외이사를 맡기도 했다.
경영난에 허덕이던 에어플러그는 현대차 지원으로 기사회생했다. 현대차는 2015~2016년 에어플러그와 협력해 차량용 통신 소프트웨어 개발에 돌입했다. 또한 2019년 9월 에어플러그에 36억 원을 투자했다. 2021년 7월엔 245억 원을 추가 투자해 에어플러그를 아예 인수했다.
현대차는 에어플러그에 투자한 트랜스링크캐피털 2호 펀드(Translink Capital Partners Ⅱ)에 자금을 넣기도 했다. 투자금은 8억 1300만 원. 트랜스링크캐피털이 운영하는 트랜스링크캐피털 3호, 4호 펀드는 물론 차이나 모빌리티 펀드에도 출자했다.
결국 현대차는 정의선 회장 손아랫동서인 박성빈 대표가 투자했으나 경영난에 빠졌던 에어플러그를 인수한 셈이다. 그러면서 박성빈 대표는 투자금도 회수할 수 있었다. "에어플러그 인수와 성장 과정에 정의선 회장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에어플러그가 보유한 커넥티비티 기술은 차량을 네트워크와 클라우드의 다양한 서비스에 연결해 가치와 활용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모든 신차에 해당 서비스를 기본 탑재, 외부 콘텐츠 및 서비스와의 연결을 강화해 AI(인공지능) 기반 개인화 구현과 내재화까지 추진한다는 현대차 입장에선 필수 불가결한 기업"이라며 "커넥티드카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설계 기술에 있어 국내에서 독보적이며 현대차가 요구하는 수준의 차량 네트워크 아키텍처 역량을 가진 스타트업 기업은 에어플러그가 유일하다"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