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기대 이하 입소문이 흥행에 찬물…정교해진 해상 전투 ‘한산: 용의 출현’은 기대감 증폭
‘외계+인 1부’는 개봉 첫날인 7월 21일 관객 수는 고작(?) 15만 8163명으로 14만 6908명을 기록한 ‘미니언즈2’를 겨우 1만 1255명 차이로 앞섰다. 세부적으로 보면 더 심각하다. 스크린 수를 놓고 보면 ‘외계+인 1부’(1959개관)가 ‘미니언즈2’(1128개관)보다 831개관이나 더 많다. 1개 스크린 평균 관객이 ‘외계+인 1부’가 80.7명인 데 반해 ‘미니언즈2’는 130.2명이나 된다. 상영횟수에선 ‘외계+인 1부’(8507회)가 ‘미니언즈2’(4508회) 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회당 평균 관객 수는 ‘외계+인 1부’가 18.6명에 불과한 데 반해 ‘미니언즈2’는 32.6명이나 된다.
그나마 다음 날인 22일에는 ‘미니언즈2’와의 격차를 3만 777명으로 더 늘리는 데 성공했지만 관객 수는 11만 5662명으로 더 줄었다. 회당 평균 관객 수도 여전히 ‘외계+인 1부’(15명가량)가 ‘미니언즈2’(18명가량)에 밀리고 있다. 사실상 ‘외계+인 1부’의 완패다.
요즘 영화의 극장 개봉일은 주로 수요일이다. 대부분의 흥행 성공 영화들은 개봉일부터 관객몰이를 시작해 첫 주 일요일까지 5일 동안 엄청난 흥행 성적을 기록한다. 그 기세가 어디까지 이어지느냐가 500만 관객, 1000만 관객 영화로 가는 원동력이 된다.
개봉 첫날 흥행 성적을 보면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이 무려 76만 명(누적 283만 명)을 기록한 데 이어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도 71만 명(누적 588만 명)을 기록했다. 또한 누적관객 1267만 명으로 올해 최고 흥행 기록을 보유한 ‘범죄도시2’는 46만 명이 개봉 첫날 영화를 관람했으며 ‘토르: 러브 앤 썬더’가 38만 명(누적 260만 명), ‘마녀2’는 26만 명(누적 280만 명), ‘탑건: 매버릭’ 18만 명(누적 605만 명) 등이 모두 ‘외계+인 1부’를 앞선다. 누적 관객 수는 7월 21일 기준이다.
물론 개봉 첫날 흥행 성적이 모든 것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개봉 첫날 76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은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결국 누적 관객 수가 283만 명에 불과했다. 누적 관객 수의 27%가 개봉 첫날 관람했다는 의미인데, 그만큼 기대감이 컸지만 실망했다는 의미다. 따라서 ‘외계+인 1부’는 기대감조차 크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반면 개봉 첫날 18만 명의 관객이 찾은 ‘탑건: 매버릭’은 서서히 흥행세가 확산되며 결국 누적 관객 수 600만 명을 넘겼다. 결국 영화가 처음 공개된 날 극장을 찾은 관객들을 통해 어떻게 입소문이 나느냐가 중요한 셈이다.
문제는 이미 ‘외계+인 1부’에 대한 입소문이 그리 좋지 않다는 점이다. 워낙 기대작이었던 ‘외계+인 1부’는 7월 13일 기자 시사회를 통해 영화가 공개된 뒤 기대 이하라는 입소문이 급속도로 퍼졌다. 기자들과 평론가들의 평도 호불호가 갈렸는데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7월 13일 이전까지 팽배했던 기대감이 개봉일인 20일까지 일주일 사이에 극도로 차갑게 식어버렸고, 그 결과가 개봉 첫날 흥행 성적으로 나타났다.
반면 ‘탑건: 매버릭’은 그리 기대작이 아니었다. 극장을 가장 자주 찾는 10대와 20대, 그리고 30대에겐 ‘탑건’이 익숙한 존재도 아니다. ‘탑건: 매버릭’이 무려 36년 만에 제작된 속편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낮은 기대감과 달리 영화 자체에 대한 입소문이 좋게 나면서 관객들이 서서히 몰려들기 시작했다. ‘탑건: 매버릭’은 마블 대작 ‘토르: 러브 앤 썬더’까지 가볍게 눌러 버렸다.
여름 극장가에서 4편의 대작을 준비한 한국 영화계는 첫 출발부터 꼬여버렸다. ‘외계+인 1부’ 입장에서는 악재지만 한국 영화계 전반에는 호재도 하나 있다. 바로 일주일 차이로 7월 27일 개봉하는 ‘한산: 용의 출현’이 7월 19일 기자 시사회를 통해 최초로 공개됐는데 호불호가 확연하게 갈린 ‘외계+인 1부’와 달리 꽤 좋은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구선(거북선)까지 등장하는 해상 전투 장면이 핵심인데 이 부분이 꽤 잘 나왔다는 평이다. 전편 ‘명량’보다 훨씬 정교해지고 광활해진 컴퓨터그래픽(CG)이 돋보인다는 반응이다.
바로 일주일 뒤 개봉하는 ‘한산: 용의 출현’이 크게 흥행할 경우 ‘외계+인 1부’는 상당수의 개봉관을 내어줄 수밖에 없다. ‘외계+인 1부’ 입장에선 ‘탑건: 매버릭’처럼 서서히 흥행세를 모아 반등할 기회가 사라질 위기이고, 한국 영화계 전반적인 상황에선 ‘외계+인 1부’로 흔들린 흥행 기세를 ‘한산: 용의 출현’이 바로 잡을 기회다.
한편 요즘 극장가에선 4D·4DX, IMAX, 스크린X, 돌비 등 특수관 관객들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탑건: 매버릭’은 영화적 체험을 극대화하는 특수관을 찾는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외계+인 1부’가 개봉하면서 대부분의 특수관에서 ‘탑건: 매버릭’이 내려가고 ‘외계+인 1부’가 상영되고 있는데 벌써 특수관에서 ‘탑건: 매버릭’을 다시 틀어 달라는 영화 팬들의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한산: 용의 출현’은 해상 전투 장면이 잘 빠졌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어 특수관과도 잘 어울릴 것으로 보인다.
영화 관계자들은 대체적으로 ‘외계+인 1부’가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외계+인 2부’가 기대된다는 평도 나오고 있기도 하다. 2부작 영화인 까닭에 1부는 이야기의 도입부라는 한계가 분명하다. 러닝타임이 2시간 22분이나 되는데 영화가 시작하고 1시간 30분가량이 지나야 관객들은 비로소 영화의 스토리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구조다. 그 이후는 재밌게 관람하며 2부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극장을 나설 수 있다. 문제는 앞 부분 1시간 30분을 어떻게 견디느냐다. ‘외계+인 2부’는 내년 개봉 예정이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