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이후 더 복잡해진 셈법, 통매각 쉽지 않아…분리매각설 고개 들지만 현실성 낮아
#지연되는 경영 컨설팅 결과, 복잡해지는 매각 셈법
산은이 지난해 말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의뢰한 대우조선 경영 컨설팅 결과가 늦어도 7월 초에는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7월 말 현재까지도 컨설팅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후판(두께 6mm 이상 철판) 가격 변동,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외부 상황 변수가 생기면서다. 하청업체 노조 파업도 영향을 미쳤다. 산은은 이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대우조선 관리 방안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대우조선 매각의 필요성은 기업 안팎으로 공감대가 어느 정도 생긴 상황이다. 대우조선 금속노조 관계자는 “대우조선은 올해 수익이 날 수 없는 구조다. 그러나 인력을 계속 확보해야 한다. 파업으로 하청노동자 처우를 개선해줘야 하고 임금도 인상해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결국 미래를 보고 투자해야 하는 시기다. 새로운 경영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에서 근무했던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매각은 가능하다면 추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국민주 기업 형태와 산은 관리체계는 실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더욱이 최근 조선 업황이 개선되면서 매각을 추진할 적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조선업이 호황기로 매각할 수 있을 때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선박 주문량이 급증하면서 일감이 크게 늘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6월 세계 선박 발주량은 5월보다 약 60% 증가한 416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 총 98척이었다. 이 중 한국은 256만CGT(34척)를 수주해 6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올해 한국의 전 세계 상반기 누계 수주량 점유율은 45.5%로 1위다.
그러나 산은의 대우조선 매각 셈법은 한층 복잡해진 상황이다. 대우조선을 판다면 산은 입장에선 회사 전체를 매각하는 통매각이 최선의 방안이지만, 인수할 기업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파업의 영향이다. 최근 하청노조 파업으로 대우조선 선박 건조 공정이 5주일 정도 밀렸다. 대우조선이 추산한 예상 피해액은 7월 말 기준 8165억 원이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1조 7546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1분기에도 4107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올해도 영업손실을 낼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부채는 1분기 기준 8조 1484억 원이다.
여기에 파업으로 대우조선 하청업체의 저임금 구조와 불안정한 고용을 두고 논란이 촉발됐다. 매수자로서는 향후 인건비 및 처우에 대한 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조선업의 경우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수 기업은 자연스럽게 대우조선의 하청업체까지 고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 조건 등이 인수합병(M&A) 협상 과정에서 쟁점이 될 것”이라며 “매수자는 집행부가 많거나 강성인 하청업체와는 계약을 안 하겠다고 나올 수 있다. 또 하청업체뿐 아니라 임금을 더 많이 받는 정규직 고용 문제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를 듯하다”고 했다.
부실기업 통매각 가능성을 높이려면 가격을 낮춰야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지금까지 대우조선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12조 원가량이다. 막대한 세금이 투입된 기업을 산은이 헐값에 매각하려 들 경우, 산은을 향한 국민들의 눈총은 따가워지고 자연스럽게 산은의 역량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산은이 구조조정을 진행한 기업들에 지원한 액수는 6조 375억 원이었지만, 회수액은 1조 4257억 원이었다. 대표적으로 산은은 금호타이어에 2조 2308억 원을 지원했으나, 2018년 금호타이어를 중국 더블스타에 6453억 원에 넘겼다.
#분리 매각은 현실 가능성 낮아
대우조선 일부 사업 부문을 떼어내 매각하는 분리 매각도 상황이 여의치가 않다. 최근 대우조선의 특수선(방산)과 민수(상선) 부문을 분할해 매각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일부 사업 부문만 매수할 시, 매수자 입장에서는 대우조선의 인수대금과 부채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현실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승훈 교수는 “분리 매각은 대우조선 사업 부문인 선박, 해양플랜트, 특수선이 조선소 야드의 강제 가공 및 블록 제작 등 내업을 공유하기 때문에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대우조선 내부에서 분리 매각을 예민하게 받아들인다. 국가 기술 유출 우려가 큰 방산 부문을 국내 기업에 넘기고, 상선 부문을 해외 기업으로 넓혀 매수자를 찾으려 하더라도 내부 반발에 부딪칠 수 있다. 방위산업이 아니더라도 국가기간산업인 조선업을 해외 기업에 넘기는 것만으로 기술 유출이란 시각이 적잖기 때문이다. 앞서의 대우조선 금속노조 관계자는 “분리 매각을 한다는 것은, 한 부문은 매각하고 한 부문은 버리자는 이야기다. 그럴 경우 심각한 구조조정이나 고용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산은이 의도적으로 대우조선 청산까지 고려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결국 동종업계 M&A를 유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M&A가 성사되더라도 산은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우조선 매수자가 대우조선을 경영하게 됐을 때 투입하는 비용이 바로 투자비용으로 연결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산은과 정부가 인수 대금으로 지분을 사주는 등 매수자의 인수 부담을 덜어주는 방법이 거론된다. 조선업 발전을 위한 큰 구상을 정부가 세우고, 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대우조선 M&A가 진행되는 것이 긍정적이란 의견도 제기된다.
산은 관계자는 “경영 컨설팅 결과는 파업 영향 등 종합적으로 검토되고 있어 당장 다음 달에 나온다고 명시하기는 어렵다. 이 결과를 토대로 매각 여부와 매각 방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결과대로 진행될 수도 있고 논의를 통해 (방향이)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아직 매각이 결정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어떠한 방안이 (대우조선에) 좋을 것 같다고 말하기는 우리로서는 애매하다”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