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돈은 ‘삼지’ 돈’ vs “그 돈 선교에 썼다”
▲ 서울 목동에 위치한 제자교회. 지난 4일 정삼지 목사 지지파와 반대파가 충돌해 교회에 경찰 80여 명이 투입되는 등 파행을 겪고 있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사건의 발단은 2년 전인 2009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목동제자교회 심규창 장로는 담임목사인 정삼지 목사를 교회돈 2억 1000만 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기소했다. 심 장로는 2008년부터 정 목사가 직접 통장을 관리해 오면서 연말 결산보고도 생략한 것에 의심을 품다 이 같은 혐의점을 찾아냈다. 심 장로는 고발에 앞서 돈을 돌려놓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정 목사는 이를 거부했다고 한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정 목사의 횡령 금액은 2억 원이 아니라 32억 6600만 원이라는 것이 새롭게 밝혀졌다. 이 돈은 2008년 8월부터 2010년 1월까지 324회에 걸쳐 정 목사 개인계좌와 ‘닛시축구선교단’ 감독 홍 아무개 씨 계좌로 흘러들어갔다.
횡령 사실이 드러난 후 제자교회 당회는 2010년 1월 심 장로를 포함해 7명의 장로를 출교시켰다. 정 목사의 횡령 혐의를 교회법에 묻기도 전에 사회법으로 고발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상황에 관해 심 장로는 “과반수 이상 되어야지 당회가 성립하는데 당시 제자교회의 장로는 14명이었다. 한꺼번에 7명을 해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상황을 인지한 정 목사는 제자교회 당회의 상급기관인 한서노회(교회 재판은 당회-노회-총회의 3심 재판을 거친다. 이는 사법부의 3심 제도와 유사하다)에 위탁 재판을 맡겼고, 결국 노회는 심 장로와 그에게 동조한 6명의 장로들을 출교시켰다. 출교된 장로들은 대법원격인 총회에 상소했지만 총회는 이를 기각했다. 노회 재판 구성이 잘못됐다는 이유에서였다.
통상 교회 재판은 목사와 장로를 비슷한 숫자로 맞춰야 하지만 당시 노회 재판은 목사 6명, 장로 3명으로 구성돼 장로 측에 불리한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노회의 재판 구성이 잘못이라는 이유로 상소를 기각시킨 모순된 판결을 내린 셈이다.
출교된 장로들은 ‘최종 판결 이후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는 교회법에 따라 노회에 재심을 청구했다. 한서노회 재심 재판국은 해당 장로들의 해임 이유는 불합리하다며 지난 11월 30일부로 복직시킬 것을 명령했다.
그러자 제자교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한서노회 불법 재판 물의’란 자료를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상급기관(총회)의 결정 사항을 하급기관(노회)이 뒤집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이는 한서노회의 폭거라는 것이다. 또 비대위는 “국법이 교회법을 우선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여전히 제자교회의 목사는 정삼지 목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 제자교회 비대위 측에서 교회 출입문에 붙인 게시물. |
복직과 함께 공동의회 무효 판결까지 받은 반대파 장로들은 정 목사가 구속되자마자 임시 당회를 열고 부곡교회 진영화 목사를 임시 당회장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지난 12월 4일 주일 예배에 나섰다. 하지만 제자교회 비대위는 그들의 복직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교회 앞을 막아 충돌을 빚게 된 것이다.
심 장로는 “100년 교계 역사상 이런 일은 없었다”며 분개했다. 임시 당회장인 진 목사 역시 “주일 예배 전날(12월 3일)까지도 제자교회 성도들이 전화해 ‘임시 당회장에서 물러난다는 확인서를 팩스로 보내라’고 윽박질렀다”고 전했다. 비대위는 한서노회장인 이상권 목사에게 찾아가 임시 당회는 무효라는 확인서를 받아 이를 근거로 반대파 장로들의 출입을 막은 것이다.
이번 갈등의 중심축인 정삼지 목사는 곧 항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목사 측은 “단 한 푼도 개인적으로 교회돈을 쓰지 않았다”며 대법원까지 가서라도 무죄를 얻어내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정 목사 측이 고용한 변호사만도 17명에 달한다. 제자교회 비대위 역시 “돈은 모두 선교를 위해 사용됐다. 곧 자료를 모아 적극 반박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현재 정 목사 지지파들과 반대파들은 각자 카페를 개설해 “이참에 비대위를 싹 쓸어버리자” “반대파들이 교회를 허물려고 한다”는 등 각자 의견을 개진하는 등 감정싸움이 극에 달하고 있는 상태다.
2년간 교회에 발을 들이지 못하고 긴 싸움을 이어오고 있는 심 장로는 “교회 재정 문제를 공론화시켜 괘씸죄에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교회 문제를 사회법으로 가져갈 땐 어떤 식으로든 퇴출시켜 버리는 것이 지금의 한국 교회라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교회 재정이 투명하게 관리되지 못했기에 벌어진 일이다. 현재 우리 교회는 현금출납, 즉 수입과 지출만 맞으면 재정 운영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어물쩍 넘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연말 결산보고 역시 형식적인 관례에 그치고 있다. 교계 일각에서는 제자교회 사태를 계기로 ‘교회 재정 투명화’라는 역풍을 맞지 않을까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돌고 있다. 경기도의 한 목사는 “정삼지 목사의 경우 특히 죄질이 나쁘다. 설사 대법원에 가서 무죄 선고를 받는다 해도 교회를 파행에 이르게 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맞다”고 첨언했다.
기자는 주말 예배 파행 사건이 있은 직후 열린 수요예배를 찾았다. 여전히 정 목사를 지지하는 수많은 신도들이 정 목사를 사도 바울에 빗대며 그를 위해 기도하고 있었다. 예배를 집도한 목사는 담임목사가 구속되는 시련이 있었기에 성령이 더욱 충만해졌다는 말도 덧붙였다. 예배가 한창 진행 중일 때 심 장로가 교회를 찾았다. 그러자 교인들이 일사불란하게 그를 막아서는 장면이 목격됐다.
극심한 내홍을 앓고 있는 목동제자교회 사태가 어떤 식으로 마무리될지 교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