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술은 3시간 전, 일은 2시간 전, 휴대폰은 1시간 전…이것만 지키면 날마다 ‘굿모닝’
최근 영국의 ‘데일리메일’은 수면 전문의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한 이른바 ‘10-3-2-1’ 법칙을 추천했다. 최적의 수면을 취할 수 있는 단계별 지침으로, 카페인 섭취, 야식 및 음주, 업무시간, 전자기기 사용 등에 관한 것이다. 수면 전문가들은 “이 법칙만 잘 지켜도 매일 아침이 상쾌해진다”고 말하면서 지금 당장 실천해보라고 조언했다.
#카페인 섭취는 낮부터 줄인다
수면 전문가들은 “잠들기 10시간 전부터는 카페인을 섭취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평균적으로 밤 11시에 잠자리에 든다면, 오후 1시부터는 커피, 홍차, 에너지 드링크 등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는 마시지 않는 게 좋다. 이는 카페인이 체내에서 대사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0시간 정도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체내에서 카페인이 몸 밖으로 완전히 배출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8~12시간이다.
일련의 연구에 따르면, 카페인은 인지력을 증진시키고 일시적으로는 수면 부족에 따른 몽롱한 머리를 맑게 하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처럼 각성제 역할을 하는 카페인이 오히려 잠드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수면 부족을 초래한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미국 미시간주 웨인주립대학의 연구진들이 2013년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잠자리에 들기 6시간 전에 카페인을 섭취할 경우 수면시간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연구진들은 실험에 참가한 12명에게 각성제 성분이 400mg씩 함유된 알약(커피 두세 잔과 맞먹는 양)을 각각 잠자리에 눕기 직전에, 3시간 전에, 6시간 전에 먹도록 했다. 그 결과, 잠들기 6시간 전에 알약을 먹은 사람들의 경우 평소보다 수면시간이 1시간 줄었고, 3시간과 직전에 먹은 사람들의 경우에는 이보다 더 많이 줄었다.
전문가들은 또한 취침시간에 근접해서 카페인을 섭취하면 수면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취리히대학의 연구진들에 따르면, 이는 각성제 역할을 하는 카페인이 ‘서파 수면(깊은 수면)’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수면은 뇌파 유형에 따라 4단계로 구분되는데 이 가운데 서파 수면은 3, 4단계로 깊은 무의식 상태에 들어가는 단계다. 수면의 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며, 손상된 조직 세포를 회복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깊은 수면’을 취하고 일어나면 하루 종일 기분이 상쾌하고 머리도 맑아진다. 반대로 만약 이 단계의 수면이 방해를 받는다면 하루 종일 수면 부족을 느끼게 되고,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기분이 우울해진다.
#저녁 식사나 음주는 오후 8시 전에 마친다
야식을 먹거나 늦게까지 술을 마시면 수면 장애를 겪을 수 있다. ‘10-3-2-1 법칙’에 따르면, 잠들기 3시간 전 이후는 음식을 먹거나 술을 마시지 않는 게 좋다. 이는 우리 몸이 음식물을 소화시킬 충분한 시간이면서 배가 고프지 않을 정도의 시간이다.
혹시 술을 마시면 오히려 잠이 쏟아지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27개의 관련 연구를 살펴본 ‘런던 수면 센터’의 연구원들은 자기 직전에 술을 마신 사람들은 더 빨리 잠들고 더 깊은 잠을 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술에 취해 잠드는 사람들은 밤이 깊어갈수록 꿈을 꾸는 단계인 렘수면 단계를 평소보다 덜 경험한다. 렘수면 단계는 아침에 상쾌하게 일어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일정 횟수의 렘수면 단계를 경험하면 일어날 때 개운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식사 습관 역시 마찬가지다. 늦은 시간에 무언가를 먹으면 잠들기 전까지 음식이 충분히 소화될 시간을 갖지 못한다. 이런 경우 늦은 시간까지 소화기관이 작동해야 하며, 이로 인해 위산이 역류되고 심한 경우 위경련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편안한 수면이 힘들어진다.
취침시간에 근접해서 음식을 먹는 습관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수면의 질을 넘어서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튀르키예의 도쿠즈유럴대학 연구진이 700명의 사람들을 관찰해서 실시한 2016년 연구에 따르면, 잠자리에 들기 2시간 이내에 음식을 먹는 습관이 있는 사람들은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겪을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높다. 또한 혈압이 상승하고, 밤새 이렇게 높은 상태가 유지된다.
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몸이 이완되기(쉬기) 시작해야 하는 시간에 음식을 먹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밤새도록 혈압이 높은 상태로 유지되는 사람들은 심장과 관련된 질병으로 사망할 확률도 훨씬 더 높다.
#늦어도 9시까지는 일을 마친다
전문가들은 “잠들기 2시간 전부터는 뇌가 쉬도록 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따라서 이메일, 전화통화, 다음날 처리해야 할 업무에 대한 생각과 같은 두뇌 활동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이로 인한 스트레스와 불안으로 인해 잠이 오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면 호흡이 가빠지면서 심박수가 증가하고 혈압이 높아진다. 신경이 더 예민해지는 스트레스 호르몬도 더 많이 분비된다. 일련의 이런 과정이 진행되면 잠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진다.
실제 인도네시아 대학의 한 연구팀은 잠이 오지 않는 다양한 원인들 가운데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450명을 대상으로 스트레스와 수면 패턴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이 연구팀은 스트레스로 심신이 지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거의 다섯 배 더 불면증으로 고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킹 사우드 빈 압둘라지즈 보건과학대학 연구원들 역시 비슷한 결과를 내놓았다. 800명의 의과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학생들보다 꿀잠을 잘 가능성이 28% 더 높았다.
그러나 이런 연구에는 사실 양쪽의 면이 다 있다. 요컨대 수면 부족 자체가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2020년 800명 이상의 10대들을 대상으로 수면 습관에 대한 설문을 실시한 중국 연구진은 가장 빨리 잠들고 뒤척이는 시간이 가장 적은 학생들일수록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밤 10시 이후에는 전자기기를 멀리한다
전문가들은 전자기기가 인간의 생체시계를 방해한다고 오래 전부터 경고해 왔다. 아침에 해가 떠오를 때면 우리 몸에서는 코티솔 호르몬이 분비된다. 코티솔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잠에서 깨고, 이에 따라 정신이 또렷해진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주위가 어두워지면서 몸에서 멜라토닌이 분비되고, 그 결과 졸음이 몰려온다.
그런데 이때 휴대폰, 태블릿, 노트북을 보면 일련의 이 모든 과정들이 방해를 받게 된다. 늦은 밤까지 SNS(소셜미디어) 창을 스크롤하거나 침대에서 넷플릭스를 보는 행동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런 습관이 반복되면 수면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뉴욕에 있는 렌셀러 폴리테크닉 연구소의 연구팀은 잠자기 2시간 전에 최대 밝기로 휴대전화, 태블릿, 노트북을 사용할 경우 잠드는 것이 더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멜라토닌의 정상적인 분비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멜라토닌은 생체시계에 '이제 잠자리에 들 시간이다'라는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한편, 학생들의 수면 패턴과 전자기기 사용 습관을 연구한 미국 애리조나대학 연구팀은 잠자리에 들기 전 마지막 1시간 동안 인터넷을 하는 습관이 수면시간을 줄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런가 하면 캘리포니아대학이 700명의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는 잠들기 전에 디지털 화면을 보는 사람들일수록 더 높은 수준의 수면 장애를 겪는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하버드의과대학의 연구팀은 더 나아가 전자기기뿐만 아니라 집 주변의 밝은 빛조차도 몸 안의 멜라토닌 분비를 90%까지 방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규칙적인 수면 취하려면? 온수 샤워로 긴장 푸세요
성인의 경우 매일 6~9시간 정도 잠을 자는 게 이상적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규칙성’이다. 매일 밤 비슷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이렇게 하면 정해진 일상에 익숙해지도록 뇌와 체내 시계를 프로그래밍하게 된다.
물론 엄격하게 취침 패턴을 고수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또 그러기도 어렵다. 이에 영국 국민건강서비스(NHS)는 더 쉽게 잠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긴장을 풀라고 권고한다. 긴장을 푸는 좋은 방법들로는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거나, 책을 읽는 방법들이 있다. 다만 전자책은 피한다.
침실에는 TV와 전자기기를 두지 않고, 조도가 낮은 조명을 설치한다. 주변은 늘 정돈된 상태를 유지한다. 이렇게 하면 침실을 수면 친화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그럼에도 잠이 오지 않아 힘든 경우에는 수면 일기를 써볼 것을 추천했다. 이렇게 하면 미처 몰랐던 졸음과 관련된 평소 생활 습관이나 활동을 밝혀낼 수 있다.
영국과학협회의 회장인 안네-마리 이마피돈 박사는 아주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했다. 그가 제시한 하루를 상큼하게 시작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오전 7시 12분에 일어나 정확히 21분 동안 운동을 하고 그런 다음 10분 동안 샤워를 한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