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피크아웃 확인되더라도 연준 태도 전환 장담 못해…우량 대형기술주 및 채권·리츠 눈여겨봐야
즉 유동성이 풍부한 금융시장 환경에서는 소비가 늘고, 기업투자가 촉진되고, 고용이 활성화되는 선순환 경제 구조를 형성한다. 단점도 있다. 전 세계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고물가(인플레이션)’ 현상이다. 보통은 각국의 경제 및 통화정책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글로벌 경제의 방향성을 동조화시키는 데 일조했다. 결국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물가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 금리를 올리고 유동성을 회수하는 적극적인 긴축 통화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하고 금리가 낮은 상태에서 투자자들은 경기민감주, 성장주, 고변동성, 하이일드채권 등 위험자산(Risk-On) 투자를 선호한다. 반면 유동성이 축소하고 금리가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경기방어주, 가치주, 저변동성, 물가연동국채 등 안전자산(Risk-Off) 투자를 선호한다. 그럼 지금은 어떤 상황이고 어떤 투자전략을 고려하는 게 좋을까.
지난 6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9.1%나 상승하며 40여 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연준은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이 고착화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현재까지 약 225bp(1bp=0.01%)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팬데믹 이후 줄곧 유지했던 ‘제로금리(0~0.25%)’ 정책에서 빠르게 정상화시켜 나가기 시작했다. 1980년 이후 연준의 긴축 통화정책은 총 6차례가 있었는데 해당 기간 동안 평균 기준금리 상승폭은 293bp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 추가 인상 여력이 남아 있다. 올해 남은 연준의 통화정책회의(FOMC)는 총 세 차례(9월, 11월, 12월) 남아 있다. 9월 FOMC 회의까지 남은 한 달여간이 투자자들에게는 중요한 ‘준비’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인플레이션 피크아웃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지난 6월 중순 이후 국제 유가 및 곡물 가격은 가파른 속도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갤런당 5달러를 상회했던 미국 가솔린(휘발유) 소매 가격은 최근 갤런당 4달러까지 하락했고, UN 식량농업기구(FAO)에서 발표하는 세계식량지수는 지난 7월 2008년 10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하며 4개월 연속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최근 뉴욕 연방준비은행에서 발표한 7월 소비자 기대조사에서 전 주기 기대인플레이션이 가파르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식품 및 에너지 기대인플레이션이 각각 역대 최대, 역대 두 번째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물가상승 압력을 키웠던 주요 품목들의 가격 하락은 피크아웃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데 충분한 동기가 되는 건 틀림없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인플레 피크아웃이 확인되더라도 여전히 높은 수준의 물가가 유지되고 있는 만큼 연준의 태도 전환(Fed Pivot)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 결국 피크아웃 이후 얼마나 유의미한 속도와 폭으로 물가가 하락하느냐가 중요하다. 이 부분이 연준과 시장 사이에 발생하고 있는 괴리를 좁혀줄 수 있는 명확한 길이다.
연준의 지속적인 긴축 정책이 예상되는 가운데 '위험자산 또는 안전자산', 이렇게 무 자르듯 투자전략을 세우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다. 현실적인 타협이 필요한 지점인데 지난 7월 반등장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테슬라(+32%), 아마존(+27%), 애플(+19%) 등 대형 기술주가 반등을 주도한 미국 증시는 6월 저점에서 무려 13%(S&P 500 기준)나 올랐다. 결국 시장 내에서 압도적인 지배력을 바탕으로 우수한 현금흐름 창출 능력이 있는 우량 대형 기술주에 대한 중장기적 관심이 필요한 부분이다. 또 시장금리가 정점에 달했다면 채권이나 리츠도 긍정적 투자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디지털리서치팀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