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낮아진 몸값…이래도 안 살래?
▲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12월 14일 장영철 캠코 사장은 “2012년 3분기까지 쌍용건설 매각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실채권정리기금의 시한이 2012년 11월 종료되기 때문이다. 건설경기와 쌍용건설 주가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캠코로서는 어쩔 수 없이 매각해야 한다. 지난 22일 공자위 회의에서는 쌍용건설 매각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까지 나왔다. 캠코는 부실채권정리기금 시한에 따라 쌍용건설 지분은 물론 대우일렉트로닉스(57.4%), 대우조선해양(19.1%), 교보생명(9.9%) 지분도 정리해야 한다.
사실 쌍용건설 매각 이야기는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그러나 당장 매각공고가 날 듯하다가도 웬일인지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었다. 그때마다 최대주주인 캠코 측은 “아직 때가 아니다”라는 답변을 반복했다. 주가와 건설경기 여건이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2008년 매각 작업 때는 동국제강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고서도 인수 가격 협상이 결렬돼 매각에 실패한 바 있다. 당시 동국제강의 입찰가격은 주당 3만 1000원이었다.
장 사장 말대로 쌍용건설 매각을 성사시키기는 해야 하는데 진행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건설경기가 어려운 데다 채권단 지분을 인수한다 해도 경영권을 확보하기 힘든 마당에 군침을 흘릴 기업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여러 업체가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금융권의 일부 시각과 상반된 의견이다.
▲ 매각이 본격화된 쌍용건설 측은 ‘김석준 회장을 대표이사로 한 우리사주기업’을 궁극적으로 바라고 있다. |
지난 11월 16일 기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쌍용건설의 주요 주주는 캠코가 38.75%로 최대주주에 올라 있고 쌍용건설우리사주조합이 14.12%를 보유하고 있어 2대주주다. 그밖에 신한은행 6.31%, 쌍용양회 외 2인 6.13%다.
우리사주조합의 우선매수청구권은 채권단이 지분을 매각할 때 이를 인수하는 기업의 인수가격과 동일한 가격으로 인수할 수 있다. 만일 우리사주조합이 우선매수청구권을 전량 행사한다면 우리사주조합과 쌍용건설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쌍용양회 지분을 합해 44.97%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설사 인수 희망 기업이 나타난다 해도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마저 인수하면 된다. 그러나 쌍용건설우리사주조합의 입장은 확고하다. “우선매수청구권을 무조건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우리사주조합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비춰 봐도 건설업 특성상 건설사 인수·합병이 제대로 된 적이 없다”며 “우리가 우리 회사의 주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사주조합 지분에 대해 ‘조건부 매각’은 없다는 얘기다.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자금은 재무적 투자자 등을 모집해 마련하겠다는 것. 우리사주조합은 이미 삼성증권을 자문사로 선정하기도 했다. 우리사주조합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윤곽은 잡혀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밝히기 힘들다”고 보탰다.
지금도 2대주주로서 쌍용건설우리사주조합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채권단이 한때 구주와 신주를 섞어 파는 하이닉스 방식의 매각 방법을 논의하기도 했지만 우선매수청구권의 힘이 약화될 것을 우려한 우리사주조합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건설경기가 침체해 있다는 점도 쌍용건설 인수 희망 기업이 쉽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싣는다. 1조 원에 달하는 쌍용건설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규모와 리비아를 비롯한 중동 사태에서 받은 타격, 반얀트리 리모델링 사업에서의 손실 등도 쌍용건설의 약점이다.
그럼에도 캠코 관계자는 “국내 건설업계에서 차지하는 쌍용건설의 위치와 입지, 해외시장에서의 인지도 등을 감안하면 분명 메리트가 있다”며 “인수 희망 기업이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쌍용건설 측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하루 빨리 매각이 성사돼 ‘김석준 회장을 대표이사로 한 우리사주기업’이다. 김석준 회장에 대한 쌍용건설 임직원들의 신망은 대단하다. 만약 쌍용건설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이 나타난다 해도 인수하는 기업 입장에서 김석준 회장을 어쩌지는 못할 듯하다. 쌍용건설 임직원들의 반발이 불을 보듯 빤하기 때문이다. 최근 벌어졌던 유진그룹과 하이마트 간 ‘진흙탕 싸움’이 좋은 예다.
김 회장은 ‘오너 출신 전문경영인’이라는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1999년 외환위기 당시 건설 미수금이 회사를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하는 데 영향을 끼쳤지만 그보다는 그룹 계열사 중 하나인 쌍용자동차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떠안은 부채가 치명타였다.
쌍용건설 매각 과정에서 ‘헐값 매각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시간에 쫓겨’라는 말이 덧붙을 공산이 크다. 앞서 언급한 대로 쌍용건설 매각 문제는 2008년 실패 후에도 종종 시장의 이슈가 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때마다 ‘주가와 건설경기 침체’라는 이유로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현재 쌍용건설 주가는 6000원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2008년 동국제강이 입찰한 주당 3만 1000원은 바라기 힘들다. 그렇다고 건설경기가 좋은 것도 아니다.
캠코 관계자는 “정부에 현금 반환이 원칙이긴 하지만 부득이한 경우 현물(주식) 반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인수 희망 기업이 나타나지 않거나 시간에 쫓긴 헐값 매각이라는 비판에 직면한다면 현물로 반환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우리사주조합의 우선매수청구권은 그대로 유지된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