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폴총리(‘로보카 폴리’ 닉네임) “일본 애니, 게 섰거라”
▲ 이동우 로이비쥬얼 대표가 기획한 <로보카 폴리>가 어린이들 사이서 ‘뽀로로’의 인기를 능가하고 있다. 이 대표의 품에는 또 다른 효자 콘텐츠 <우비소년> 캐릭터 인형이 안겨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지난 26일 <로보카 폴리>가 돌아왔다. ‘뽀통령’을 넘보는 인기 속에 지난 6월 시즌1이 끝난 지 6개월 만에 시즌2가 EBS에서 방영을 시작한 것이다. 2011년 한 해를 마감하는 시점에 돌이켜 보면 ‘폴리’는 최고 히트상품 중 하나다. 첫 방영 이후 3회 만에 영·유아 프로그램 중 시청률 1위를 달성했다. 완구도 200만 개 이상 팔려나갔다. 곧 세계의 동심을 사로잡을 ‘폴리 아빠’ 이동우 (주)로이비쥬얼 대표이사(38)를 만나 ‘폴리’ 탄생·성장 비화를 들었다.
“야,안 돼~. 경찰차에다가 뿡뿡이 얼굴 붙이면 뿡뿡이 경찰차고, 뽀로로 얼굴 붙이면 뽀로로 경찰차인데 그게 되겠니?”
지난 2005년께, 경찰차를 기본 콘셉트로 한 <로보카 폴리> 기획 단계에서 이동우 대표가 업계 선배한테서 들은 말이다. 당시 그는 ‘뽀로로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입학 때까지, 4~7세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을 만들려는 중이었다. 폭력적인 일본산 콘텐츠에 빼앗긴 아이들, 특히 어린이집에서 말썽을 부리는 그의 두 아들들의 동심을 되돌리기 위해서.
“경찰 자동차 로봇. 초등학생이 되기 전까지 남자애들한테 절대코드죠. 전 세계 남자애들한테는 먹어준다, 아무리 희한한 것도 그걸 넘어설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나리오 쓰기가 너무 어려워요. 로봇 자동차가 상업적 아이템인데 작품까지 상업적이면 부모들이 싫어하죠. 정서적 시나리오 개발에 오랜 시간 공들였습니다.”
▲ <로보카 폴리> |
“자금 위기는 매번 있었죠. 그래도 2000년대 초반 국산 캐릭터가 잘 팔리다가 2005년 어느 날 갑자기, 정말 다음날부터 안 팔리기 시작하는 거예요. 매출 예상이 어긋났죠. 당시 부대사업을 다 접고 본업인 애니메이션에 집중하려는 때였는데…. 2008년에도 예상했던 사업 플랜이 다 깨지며 자금이 심하게 부족했습니다. 고마운 건 월급 제대로 주지 못했는데도 한 명도 퇴사하지 않은 직원들이죠. 세계 최고 유아물을 만들어보겠다는 일념으로 극복해 나갔습니다.”
그렇게 직원들과 위기극복을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은 회사가 그들에게 그만큼 투자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원래 애니메이션 제작 시스템상 일반 애니메이션(2D)과 입체(3D)는 전혀 다른 영역이라고 한다. 국내 유아용 애니메이션이 3D로 전환하는 시점, 그는 1년여 손실을 감수하며 직원들에게 3D 교육을 시켜 전문가로 양성했다.
“애니메이션은 누가 감성적으로 잘 만드는가, 아티스트가 있나 없나가 경쟁력을 좌우합니다. 고민이 없는 테크노는 공허하죠. 어릴 때부터 가져온 꿈과 스토리가 없으면 어려워요.”
꿈과 스토리, 그건 이 대표 자신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그는 어려서부터 만화광이었다. 공부보다 만화를 더 좋아해 예술고등학교에 가고 싶었지만 “집안에 환쟁이는 안된다”는 아버지, 할아버지의 반대에 포기해야 했다. 이후 급격히 어려워진 가정환경 속에서 겨우겨우 미술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꿈’은 그릴 수 없었다.
“만화가 배우고 싶어 미치겠는데 안 가르쳐줘요. 그래서 학교는 거의 안 나갔죠. 한참 지나 재입학을 하고 보니 F가 서른 몇 개더군요. 군 제대하고 애니메이션업체에서 일하다 하청에 지겨워하던 동료들과 1997년 1000만 원으로 창업했어요. 혁명을 일으키겠다는 각오였죠.”
▲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일종의 쇼핑몰인 온라인 퍼블리싱, 유아용 포털, 교육, 게임 등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여러 사업을 하니까 애니메이션 완성도도 떨어지고 다른 것도 성장이 안 되고. 결국 2005년 말 위기 속에서 다 정리하고 <치로와 친구들> <로보카 폴리> 기획을 시작했습니다. 애니메이션의 원천인 콘텐츠가 살아있어야 부가사업이 잘 된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셈이죠. 지금 폴리가 뜨니 메이저 게임회사에서 먼저 찾아와요.”
그는 폴리를 만들면서 “심하게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원래 40억 원을 예상했던 제작비도 60억 원을 훌쩍 넘겼다. 그러니 늘 적자다. 감동이 없으면 오픈할 수 없다는, 예술가도 아니면서 예술가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으니 그렇단다. 완구를 내놓을 때도 그랬다.
“과연 부모들에게 값어치가 있느냐 늘 고민해요. 보통 3일 놀고 버리는 장난감 많잖아요. 자원 낭비고 돈 낭비죠. 끊임없는 감동을 느낄 수 있게 디자인 단계부터 제품의 사출까지 제조업체들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시즌2가 끝나는 2012년 3월부터는 유럽과 중동, 아시아 및 거의 모든 국가들에서 <로보카 폴리> 방영과 동시에 완구가 판매가 시작된다. 이 같은 성공으로 로이비쥬얼은 2010년 25억 원에서 2011년 50억 원, 2012년 상반기에 100억 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유동성은 다시 로이비쥬얼 꿈의 밑거름이 될 듯하다.
“좋은 애니메이션이 있기에 좋은 상품과 관련 산업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기획부터 제작까지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 전 세계인들의 가슴에 남는 게 큰 꿈입니다.”
2012년 새해 ‘폴총리’의 대활약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
이동우의 성공스텝
돈 아닌 꿈 쫓아라
1. 꿈을 따라가라. 애니메이션만 만드니까 먹고 살기 힘들어져 이것저것 해보면서 꿈과 멀어졌다가 다 버리고 원래 하고 싶은 거 하니까 성공할 수 있었다.
2. 어려운 시기 유혹을 참아내야 한다. 고난의 세월, 그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면 꿈은 더 멀어진다. 버티는 것도 CEO의 능력이다.
3. 사람을 얻는 비즈니스를 하라. 우리가 누군지, 우리 제품이 어떻게 구현됐으면 좋을지 전달하라. 돈은 보너스 같은 거다. 솔직하게 최선을 다했을 때 그 가치만큼 따라온다.
돈 아닌 꿈 쫓아라
1. 꿈을 따라가라. 애니메이션만 만드니까 먹고 살기 힘들어져 이것저것 해보면서 꿈과 멀어졌다가 다 버리고 원래 하고 싶은 거 하니까 성공할 수 있었다.
2. 어려운 시기 유혹을 참아내야 한다. 고난의 세월, 그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면 꿈은 더 멀어진다. 버티는 것도 CEO의 능력이다.
3. 사람을 얻는 비즈니스를 하라. 우리가 누군지, 우리 제품이 어떻게 구현됐으면 좋을지 전달하라. 돈은 보너스 같은 거다. 솔직하게 최선을 다했을 때 그 가치만큼 따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