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균정수 기술’ 특허 놓고 소송 등 법적 수단 총동원…2014년 얼음정수기 특허소송은 대법원으로
8월 17일 법원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웨이는 청호나이스의 ‘세니타 정수기’ 전 모델이 자사의 ‘저장탱크의 살균이 가능한 수처리기 및 그 제어 방법’, ‘자가세정가능한 정수기’ 등 총 3건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특허권침해금지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6월 제기된 이 소송의 원고소가는 25억 원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현재 1심 진행 중이다. 코웨이는 법무법인 광장을, 청호나이스는 법무법인 케이에이치엘(KHL)을 선임해 대응하고 있다.
#살균 기능 두고 특허 싸움 치열
코웨이가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특허는 쉽게 말해 ‘살균 기술’ 특허다. 코웨이는 2013년 전기분해 살균기에서 생성된 살균수를 이용해 저장탱크를 살균하는 과정에 대한 특허를 등록했다. 단수나 단전 등 돌발 상황에서 자동으로 저장탱크에 있는 살균수를 배수하고 세척해 사용자가 살균수를 취수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다. 코웨이는 정수기의 저장탱크를 정수기에서 분리할 필요 없이 자가세정할 수 있는 정수기 관련 특허도 2012년과 2014년에 등록했다.
코웨이 관계자는 “특허로 낸 기술이 최초로 적용된 제품은 2012년 출시한 ‘스스로살균 얼음정수기’다. 현재 이 기술이 적용된 코웨이 제품은 ‘코웨이 노블 정수기 빌트인’ 및 ‘프라임 아이스 맥스’로 우리 정수기가 먼저 나온 후 청호나이스의 ‘세니타’ 등 비슷한 기술을 적용한 정수기가 출시됐다. 우리가 특허로 낸 기술과 같다고 판단해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코웨이가 문제 삼은 제품은 2019년부터 출시된 청호나이스의 ‘세니타’, ‘언택트 세니타’, ‘세니타 RO-MI’ 등 세니타 모델에서 파생되는 냉수, 정수, 온수, 얼음 정수기 등이다.
해당 기술 특허를 둘러싸고 양측은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하는 모양새다. 청호나이스는 지난해 9월 해당 특허권들에 대해 무효심판을 청구하며 맞불을 놓았다. 코웨이의 특허가 무효로 판정이 나면 특허가 없었던 것이 되어버려 침해 사실도 인정되지 않는다. 청호나이스는 코웨이가 발명한 특허들은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면 쉽게 발명할 수 있으며 유사한 특허들로부터 쉽게 도출해낼 수 있는 것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올해 3월 특허심판원은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며 코웨이의 특허 3건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특허심판원의 심결에 청호나이스가 불복해 특허법원에서 심결 취소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같은 달 청호나이스는 해당 특허권들에 대한 소극적권리범위확인 심판도 제기했다. 소극적권리확인 심판은 특허권을 가지지 않은 자가 자기의 확인대상발명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심판이다. 즉 청호나이스 제품이 코웨이 특허권리의 범위에 해당하는지 확인해달라는 요구였다. 지난 8월 1일 특허심판원은 청호나이스의 손을 들어줬다. 청호나이스의 발명인 ‘살균 기능을 포함하는 정수기’가 코웨이 특허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심결했다.
특허심판원은 심결문을 통해 코웨이의 ‘저장탱크의 살균이 가능한 수처리기 및 그 제어 방법’ 특허 권리범위는 ‘살균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단전이 발생한 경우 수처리기에 전원이 재공급돼 수처리기가 기동할 때 사용자가 개입하거나 일정 시간 대기하지 않고 곧바로 저장탱크를 비우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청호나이스의 발명은 단전이 발생했을 때 수처리기에 전원이 재공급되면 약 1분 동안 사용자의 개입 여부에 따라 저장탱크를 비울 수도 있고 비우지 않을 수도 있어 코웨이 특허의 권리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특허심판원은 판단했다.
자가세정이 가능한 정수기 특허 관련해서도, 특허심판원은 “(코웨이의) 특허발명은 정수기의 저장탱크를 정수기에서 분리할 필요 없이 자가세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세정수단이 세정물질 또는 살균물질을 포함하고 있으면서 전기분해반응을 거치지 않는 것인 반면, (청호나이스의) 발명은 세정수단이 ‘전극 살균기는 세정물질 또는 살균물질을 포함하지 않고 양극판과 음극판을 구비하고 있어서 물을 전기분해함으로써 전기분해수를 생성하는 것’”이라 청호나이스 발명이 코웨이 특허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봤다.
코웨이 측은 특허심판원의 소극적권리범위확인 심결에 대해 특허법원에 심결 취소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코웨이 관계자는 “이번 특허심판원 심결에 유감을 표한다. 청호나이스의 세니타 등 살균정수기가 코웨이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점을 특허법원 심결 취소 소송을 통해 적극 입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결국 특허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인데 특허침해 소송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본다. 앞으로 소송을 통해 자사 제품이 코웨이 특허와 무관하다는 사실을 명백히 입증할 것”이라고 했다.
공우상 특허사무소 공앤유 변리사는 “특허무효든 소극적권리범위확인이든 심결 취소 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1년 정도 걸린다. 재판부에서 두 건을 병합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며 “무효심판 심결 취소 소송을 통해 특허권자(코웨이)의 특허가 무효라는 판단이 나오면 특허 권리가 없어지기 때문에 (코웨이가 제기해) 진행 중인 특허권침해금지소송도 기각된다. 소극적권리범위확인 심결 취소 소송 결과의 경우 특허권침해금지소송에 주요한 참고사항은 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만약 특허권침해금지소송에서 청호나이스가 질 경우 매출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호나이스의 지난해 매출은 2020년보다 5.5% 늘어난 4210억 원이다. 같은 기간 정수기 매출은 15%가량 늘었다. 코웨이가 문제로 삼고 있는 세니타 정수기는, 모델로 기용된 가수 임영웅 씨가 광고해 청호나이스 매출 증가에 기여한 제품으로 알려졌다. 앞서의 공우상 변리사는 “특허권 침해라는 판단이 나면 문제가 된 제품의 생산을 중단하고 그동안의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도 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얼음과 냉수 동시에 만드는 특허소송은 대법원으로
‘얼음정수기 특허 전쟁’으로 불리는 소송도 현재진행형이다. 이 소송에선 하나의 증발기로 얼음과 냉수를 동시에 만드는 특허 기술이 쟁점이었다. ‘증발기로 제빙과 동시에 냉수를 얻을 수 있는 냉온정수시스템 및 장치’ 특허를 가진 청호나이스는 코웨이의 ‘스스로 살균 얼음정수기’가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2014년 소송을 제기했다.
2015년 열린 1심 판결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청호나이스의 손을 들어줬다. 코웨이는 곧바로 항소했다. 그런데 지난 7월 14일 서울고등법원이 1심 판결을 뒤집으며 상황은 반전됐다. 2심 재판부는 “청호나이스의 특허는 ‘냉수를 제빙 원수로 사용한다’는 것인데 코웨이 얼음 정수기는 냉수가 아닌 영상 12~16℃ 온도의 물로도 얼음을 만들기 때문에 차이가 있다”고 판단했다. 청호나이스는 항소심에 불복해 7월 29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식재산권 침해 분쟁 대부분이 특허와 상표권 분야에 집중되는 이유는, 핵심 기술이나 사업 아이템이 기업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허 분쟁으로) 무형자산을 확보해 핵심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많은 노력과 재원이 소요된다는 점은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