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기 총장 등장에 24기 여환섭 연수원장·25기 이두봉 고검장 사의…한두 명 거취 고민 중 ‘도미노’ 가능성
#“남아 달라” 요청했지만…
윤석열 정부 초대 검찰총장 후보군에 올랐던 이는 4명.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 외에 여환섭 법무연수원장(24기), 김후곤 서울고검장·이두봉 대전고검장(25기) 등이었다. 이 가운데 여환섭 법무연수원장과 이두봉 대전고검장이 사직 의사를 밝혔다. 후배 기수가 최종 후보자로 지명되자, 부담을 주지 않으려 용퇴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예상됐던 결과이기도 하다. 상하 관계를 중시하는 검찰 내에서는 검찰총장이나 고검장·지검장 인사에서 기수 역전 현상이 발생하면 선배나 동기 기수들은 모두 사표를 내는 문화가 있다. 총장의 원활한 지휘를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문제는 이원석 차장검사의 기수가 파격적으로 낮다는 점이었다. 전임이었던 윤석열(23기), 김오수 전 총장(20기)에 비해 크게 낮기 때문에 중간에 끼어버린 사법연수원 24~26기 입장에서는 남아있는 게 눈치 보일 수밖에 없다.
이원석 차장검사도 이런 상황을 인지했기에, 선배 기수에 해당하는 고검장·지검장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많이 도와 달라”며 사퇴를 만류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고검장들에게 전화를 걸어 “부족한 게 많다. 검찰 내에서 도와 달라”는 뜻을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9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분리)법’ 시행을 앞두고 검찰 내 대규모 지휘부 공백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원석 후보자를 낙점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청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역시 고검장들에게 “검찰 안에서 힘을 보태 달라”며 사의를 원치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후문이다. 때문에 19~20일에만 해도 ‘줄사표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여환섭 법무연수원장을 시작으로 24일 기준 2명의 고검장이 사의를 표했다. 추가로 사의를 고민 중인 이들이 더 있다고 한다.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현재 한두 명의 고검장이 주변에 ‘사의를 표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얘기를 한다더라”며 “아무리 한동훈 장관과 이원석 후보자가 잡는다고 해도 ‘새로운 검찰 수뇌부를 위해 자리를 비워주는 게 맞지 않느냐’는 고민을 하는 이들이 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줄사표 나올 가능성 없나
고검장 2명의 사표가 고위 간부직의 줄사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검찰은 이두봉 고검장의 사의를 유의미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 고검장은 대표적인 특수통이자 친윤 라인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일 때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함께 일한 적이 있는 이두봉 고검장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1차장, 4차장에 자리하며 윤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다. 대한항공 갑질 논란, 이명박·박근혜 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등을 수사했고 2020년 대전지검장으로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맡아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기소하는 등 성과를 냈다.
인사를 앞두고 다수의 검사들이 이원석 차장검사를 유력 후보로 거론할 때에도 대항마로 거론됐던 게 이두봉 고검장일 정도였다. 검찰 내 관계자는 “이두봉 고검장을 잘 아는 이들은 당연히 차기 검찰총장으로 이두봉 고검장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고, 그런 취지로 내기를 건 이들도 있다”며 “윤 라인이 아닌 여환섭 법무연수원장과 다르게 이번 인사가 더 섭섭할 수 있었을 것 같다”고 사의 표명의 배경을 풀이했다.
문제는 사법연수원 25~27기에 속하는 고검장과 지검장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이원석 후보자의 선배와 동기를 통틀어 남아있는 이들이 19명이나 된다.
검찰 내 고검장급은 모두 이 후보자의 선배다. 검찰총장으로 지명된 이원석 차장검사가 이 가운데 막내였다. 이주형 수원고검장, 최경규 대구고검장, 노정연 부산고검장, 조종태 광주고검장 등은 모두 연수원 25기다. 고검장급인 이노공 법무부 차관도 사법연수원 26기로 이원석 후보자보다 선배다.
사법연수원 26기는 지검장급이 다수 포진해 있다. 심우정 인천지검장, 문홍성 전주지검장, 임관혁 서울동부지검장, 노정환 울산지검장, 이수권 광주지검장 등이 있다. 한동훈 장관과 이원석 후보자와 동기인 사법연수원 27기에는 주영환 대구지검장, 배용원 청주지검장, 이철희 부산고검 차장검사 등이 있다.
특히 이들 가운데에는 친윤 라인으로 분류되는 이들도 다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100여 일 동안의 여러 차례 이뤄진 인사를 통해 ‘친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만큼 중용 받지 못한 이들의 실망감은 클 수밖에 없다. 2년 뒤 검찰총장 인사 때 가능성이 0%이지 않느냐”며 “25~27기들 중에 실망한 이들은 이두봉 고검장을 보면서 ‘나가는 게 나을 수 있다’고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내 추가 인사가 불가피한 이유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 때 외부 채용된 법무부나 대검 간부들이 사표를 쓰면서 공석이 된 자리까지 합치면, 다섯 자리 이상의 고위 간부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이상갑 법무부 법무실장,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김연정 법무부 여성아동인권과장 등이 사의를 표명했는데, 이원석 후보자 지명으로 인한 사의 표명을 모두 반영해 원포인트 인사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돈다.
앞선 검찰 관계자는 “당장 공석이 된 대검 차장검사에는 주영환 대구지검장이 거론되는 등 친윤 라인 중용이 예상된다”며 “특수통이 아니면 잘나갈 수 없다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이원석 후보자가 취임하게 되면 형사나 공안통 검사들의 불만도 읽고 수습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