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뒷광고 논란’으로 부정여론 형성…게임사 신작 출시 때 어떤 선택할지 주목
BJ 프로모션은 흔히 돈을 쓸수록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페이투윈(P2W, Pay to Win) 게임에서 많이 활용되는 마케팅이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카카오게임즈의 오딘 등이 그 예다. 게임사가 게임 BJ에게 홍보비를 지급하고 게임을 홍보해달라고 요청하는 마케팅인데, 일회성 홍보가 아닌 1개월 이상 계약을 맺고 게임을 홍보하는 형식이다.
BJ 프로모션은 게임사 입장에서 손해 볼 것이 없는 마케팅이다. 일단 BJ 대부분이 홍보비를 대부분을 게임에 사용한다. 물론 게임사들이 BJ 프로모션을 진행할 때 BJ에게 홍보비의 얼마를 게임에 사용해달라는 조항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게임사 관계자들은 “현질(온라인게임의 아이템을 현금을 주고 사는 것)은 BJ들의 선택사항”이라고만 말할 뿐이다. 다만 이용자들은 BJ들이 프로모션 계약을 맺고 게임을 할 때 평소보다 더 많은 돈을 쓰기에 프로모션으로 받은 홍보비 대부분을 게임에 사용하고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어쨌든 BJ는 홍보비 이상을 게임에 쓰기에 게임사 입장에서는 홍보비를 페이백 받는 셈인 것이다.
BJ 프로모션은 또 BJ의 영향력을 억제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BJ들은 게임에 큰돈을 사용한 ‘핵과금러(유료 콘텐츠를 사는 빈도와 액수가 상당히 높은 게임 이용자를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게임에서 버그가 발생하거나 운영진이 이용자들에 반하는 정책을 내놨을 때 BJ들은 이용자들의 편에서 의견을 내왔다. BJ가 게임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기에 게임사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BJ들이 홍보비를 받기 시작하면서 게임사에 공식적으로 불만을 드러낼 수 없게 됐다. BJ의 영향력을 돈으로 억제한 셈이다.
무엇보다 게임사의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BJ 프로모션의 가장 큰 장점이다. 신작의 경우 초반에 이용자들의 현질 행위가 몰릴 수밖에 없다. 한 서버를 차지하려면 그만큼 빠르게 세력을 구축하고 캐릭터를 강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BJ가 홍보비로 스펙을 쌓은 만큼 상대 세력 역시 강해지기 위해 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BJ 프로모션이라는 마케팅 등장으로 신작 출시가 매출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11월 출시한 신작 ‘리니지W’는 출시 9일 만에 누적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했다. BJ 프로모션을 마케팅이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니지W는 출시 5개월 동안 7308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 결과 엔씨소프트는 올해 1분기 매출 7903억 원, 영업이익 2442억 원, 당기순이익 1683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역대 최대 분기 매출 기록이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각각 전 분기 대비 123%, 38% 증가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게임사들이 신작 출시에 BJ 프로모션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최근 BJ 프로모션을 향한 부정적인 여론이 강하게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BJ 프로모션은 장점이 많은 만큼 단점도 적잖다. 먼저 형평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정 세력을 형성하는 BJ에게 홍보비 명목으로 금전을 지원하는 건 공정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게임사가 특정 BJ를 밀어주면서 승패가 왜곡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리니지M에서는 이용자들 사이에서 ‘용역 깡패 사건’으로 알려진 사례가 있다. 프로모션 계약을 맺은 BJ들이 압도적인 지위로 영향력을 발휘하던 서버에서 해당 세력의 반대편에 서면서 사건이 시작됐다. 강대 세력 입장에서는 “서버의 평화를 분열하기 위해 게임사가 관여했다. 평화 유지를 위해 우리가 돈을 더 쓰게 만들고 있다. 게임사가 용역 깡패를 불러 우리 세력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사례는 여론의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일단 BJ 프로모션은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게임사는 이용자들의 일부 비판을 수용한다면서도 BJ의 서버 장악력을 원하지 않는다면 다른 서버에서 게임을 즐기면 된다는 식으로 주장하며 논란을 회피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최근 기조는 조금 다르다. 최근 엔씨소프트와 프로모션 계약을 맺은 한 BJ가 한 행위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주 콘텐츠가 리니지2M이었던 유튜브 채널 ‘이문주’는 엔씨소프트와 리니지W 프로모션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그는 리니지W를 1순위로 하고, 리니지2M도 병행하며 방송을 해왔다. 사건은 그가 방송에 “다음달부터 리니지2M 프로모션 뺄 수 있을까요? 제가 (리니지2M) 접을 거여서 리니지W만 하려고 합니다”라는 내용이 적힌 메신저를 공개하면서 발생했다.
당시 엔씨소프트는 리니지2M은 프로모션 방송이 없다고 주장했기에 이용자 입장에서는 엔씨소프트에 뒷광고 논란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용자들은 해당 BJ가 리니지2M 프로모션을 숨기고, 일반 이용자와 경쟁하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어 계속 현금을 쓰도록 유도해 게임사가 이용자들을 기만했다고 주장했다.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했다. 결국 리니지2M을 총괄한 백승욱 엔씨소프트 본부장은 5일 직접 유튜브 영상을 통해 사과했다. 백 본부장은 “리니지W 프로모션 당시 리니지2M 게임을 자발적으로 방송해온 분들의 요청으로 방송을 인정한 사실은 맞다. 다만 리니지2M 프로모션 목적이 아니라 리니지W 방송 조건으로 인해 기존 리니지2M 유저들이 즐겨보던 방송이 축소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면서도 “이런 결정이 리니지2M 프로모션으로 읽힐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해당 조항도 7월 29일 이후 삭제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엔씨소프트의 사과에도 논란은 쉽게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용자들은 엔씨소프트가 “이용자를 위한 것”이라고 해명한 것에 대해 진정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사옥 앞에는 리니지2M 프로모션을 비판하는 트럭 시위까지 펼쳐졌다. 하지만 해당 방송 후 엔씨소프트는 공식적으로 추가 대응하고 있지는 않다. BJ 역시 ‘유료 광고 포함’ 표시를 하고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회도 반응하고 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프로모션 계정을 이용한 홍보방식은 법률상 불공정 광고(거래)의 경계선에 있다. 홍보내용을 공개하더라도 그 도가 지나칠 경우 이용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해 게임 자체의 수명을 게임사 스스로 갉아먹는 선택이 되기도 한다”며 “게임사들은 게임 내 프로모션 계정을 표시해 일반 유저들에게 최소한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유저들의 불만이 해소되지 않는 경우 프로모션 계정 규제 논의를 시작하게 될 수밖에 없다. 게임사들의 선제적인 조치를 촉구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 신작 출시를 앞둔 게임사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넥슨의 경우 25일 출시한 신작 ‘히트2’에 ‘크리에이터 후원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용자가 자신이 응원하는 크리에이터를 등록해두면 현질을 할 때마다 BJ에게 일부 금액이 적립되는 방식이다. 프로모션을 체계적으로 공정화하겠다는 게 게임사 입장이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