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적금 조건부 이자 지급, 배당주 원금 손실 가능성…단점 극복한 채권에 관심 높아져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 이후 1년 동안 금리를 계속 올려왔다. 올해 4월부터는 그 폭이 커졌다. 지난 4월과 5월 두 차례 0.25포인트를 인상했고, 7월에는 0.5%포인트를 올렸다. 8월에도 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서 현재 기준금리는 2.50%까지 올랐다.
금리가 인상되면 개인의 투자성향은 보수적으로 변한다. 예·적금 등 안전한 투자처로 돈이 몰린다. 지난 25일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718조 8970억 원으로 지난 7월 말보다 6조 4479억 원 늘었다. 같은 기간 정기적금은 38조 1167억 원에서 38조 7838억 원으로 6671억 원 증가했다. 8월 들어 5대 은행 정기 예·적금에만 7조 1150억 원이 새로 유입됐다.
원금을 지키는 게 목적이라면 예·적금이 적절할 수 있다. 은행들도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예·적금 금리를 올리고 있어 이전보다 짭짤한 이자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예금은 3% 후반대 금리 상품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고, 적금은 최대 10% 이자를 주는 상품도 등장했다.
하지만 예·적금은 가입 당시 기대했던 만큼 이자를 못 받을 수 있다. 일단 만기까지 원금을 묶어둬야 한다. 표면적으로는 금리가 높아 보이는 상품이어도 세부 내용을 보면 대부분 기본금리는 낮게 설정해두고 조건에 맞는 고객에게만 부여하는 우대금리를 높여놨다. 월 납입 금액에 상한을 두는 상품도 있다. 실제로 원하는 만큼 이자를 챙겨가는 게 쉽지 않다.
배당주는 이 같은 제약에서 자유롭다. 배당은 기업의 영업활동으로 발생한 이익 중 일부를 주주들에게 나눠 주는 것을 말한다. 보통은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는 기업들이 배당에 후하기에 주가 하락기에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기도 한다. 주식이 ‘위험자산’이라 평가받지만 배당주만큼은 안전한 자산으로 꼽히는 이유다.
배당주는 예·적금처럼 오랫동안 원금을 묶어둘 필요가 없다. 배당락일 2~3일 전에만 투자하면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 또 만기시 이자를 지급하는 예·적금과 달리 분기·반기·연 배당 등 종목마다 배당 시점이 다르다.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따라 다양하게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주가 상승으로 인한 차익실현도 기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배당주를 선정하는 기준을 마련해두고 있다. 기업 가치 평가 분야의 석학으로 꼽히는 애스워드 다모다란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가 쓴 ‘다모다란의 투자 전략 바이블’에 따르면 △배당 수익률이 장기 국채 수익률을 초과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의 비율)이 특정 기준 미만 △적정 EPS(주당순이익) 성장률 등의 기준에서 자신만의 기준을 설정해 종목을 선택해야 한다.
다모다란 교수는 “장기 국채 수익률은 무위험 투자 수익률에 해당해 이를 초과한 배당을 오랫동안 지급하고 있는 주식이라면 주가가 오르지 않아도 본전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배당 성향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과도하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기업은 제외해야 한다. 여기에 전반적인 경제성장률 수준으로 EPS가 상승하는 기업이라면 배당주의 주가 상승까지 기대할 만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배당주 역시 주식이다. 주가 하락 후 매도 시 원금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기업 실적이 저조할 경우 배당이 줄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예·적금과 배당주 모두 일부 단점이 숨어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채권은 두 자산의 단점을 희석하는 자산으로 알려져 있다. 채권은 정부나 공공단체, 기업 등이 비교적 거액의 자금을 일시에 조달하는 대가로 발행하는 차용증서다. 차용증서를 가지고 있으면 정해진 기간마다 발행 주체에게 이자를 받는 구조다.
채권은 이론상으로 예·적금과 배당주의 장점을 모두 흡수하는 것처럼 보인다. 일단 만기시 원금이 보장된다. 정해진 기간마다 이자도 받을 수 있다. 또 채권은 다른 사람에게 양도가 가능하다. 채권 가격이 높아지면 다른 사람에게 팔아도 된다. 주식처럼 차익실현이 가능한 셈이다. 이론적으로는 이보다 완벽한 자산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채권은 생각보다 개인투자자와 거리가 멀다. 일단 참여에 제약이 있다. 채권은 주식과 같이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으로 나뉜다. 주식은 공모주 청약을 통해서 개인투자자도 발행시장에서 참여할 수 있지만, 채권 발행시장에서 플레이어는 대부분 큰돈을 쥐고 있는 기관투자자다.
개인투자자들은 기관투자자들이 매입한 채권을 유통시장에서 재매입해야 한다. 문제는 이 유통시장에서 채권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변동된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채권은 흔히 주식과 비교된다. 분명 원금이 보장되고 배당주처럼 일정 기간마다 이자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투자했는데, 주식처럼 내 채권의 가격이 오르고 내려 불안한 경우가 적지 않다.
개인투자자들은 보통 펀드나 ETF를 통해 간접적으로 채권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는 스마트폰의 활성화와 IT 기술의 발전으로 일반 투자자들이 금융시장에서 자산을 쉽게 구매하는 환경이 마련되면서 개별 채권에도 관심을 두는 개인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올해 1~8월 장외 채권시장에서 11조 3358억 원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조 5004억 원을 순매수한 것에서 3배 이상 늘어났다.
전문가들도 지금이 채권에 투자할 적기라고 말할 정도로 채권 인기가 높다. 다만 적절한 발행 주체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채권의 주체를 잘못 선택해 부도가 나서 원금을 되찾을 수 없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다행히 채권은 주식처럼 회사의 재무제표까지 들여다볼 필요는 없다. 대부분 증권사가 채권마다 주체의 신용등급을 적어뒀다. 통상적으로 주체의 신용등급이 BBB 이상이면 안전하다고 평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채권을 주식처럼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차익실현 목적으로 채권에 접근하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채권은 원금·이자 등 모든 것이 처음부터 확정돼 있다. 가령 1만 원으로 발행된 채권을 유통시장에서 같은 가격에 구매하는 경우는 드물다. 1만 20원, 9890원 등에 채권을 살 것이다. 대신 원금에서 가감된 만큼 수익률에 반영된다. 얼마에 채권을 샀더라도 만기시 돌려받는 원금과 이자는 처음 발행 때와 같은 셈이다. 중간에 매도만 안 한다면 원금 손실 우려 없이 정해진 기간에 맞춰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자산관리 유튜브 채널 박곰희TV의 박동희 대표는 “채권 매입시 잔고상 수익률은 마이너스일 수 있다. 투자자 대부분이 목돈을 채권에 투자하기에 기분이 찝찝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수익률은 이자를 고려하지 않은 수익률이다. 순수한 채권 평가금액만 뜨는 것이다. 해당 수익률은 만기시 저절로 사라진다. 내가 매수한 금액에 따라 받을 이자는 만기시까지 확정돼 있다. 따라서 만약 채권 가격이 내려가면 만기 때까지 채권을 갖고 있으면 된다. 반대로 시장 금리가 떨어져 채권 가격이 올라 이자보다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 그때는 중간에 매도해도 된다”고 조언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