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김의철 사장 등 제작진 “오래 함께” 의지…부캐·배우 등 영역 넓힌 그가 많은 부분 희생해야 가능
물론 김신영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KBS가 전국노래자랑이라는 프로그램을 폐지할 수도 있지만, 상징성을 감안할 때 쉽게 폐지될 수 있는 프로그램은 결코 아니다. 그렇다면 제작진의 의지와 김신영의 각오가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요즘 트렌드만 놓고 보면 한 프로그램을 한 명의 MC가 30년씩 장기 진행하는 것은 결코 흔치 않다. 송해의 경우 역시 ‘전국노래자랑’이라는 프로그램의 특성도 있지만 송해라는 방송인의 상징성이 더 큰 이유였다. 송해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의미다. 따라서 전국노래자랑도 이제 김신영으로 시작해 몇 년마다 한 번씩 MC가 교체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게 현실적이다.
다만 제작진은 30년까지 생각하진 않았더라도 김신영과 꽤 오랜 기간 함께하고 싶어 하는 의지를 내보였다. 김상미 책임프로듀서는 김신영을 섭외한 계기에 대해 얘기하며 “송해 선생님이 전국노래자랑을 처음 맡았을 때 ‘가로수를 누비며’란 라디오 프로그램을 오래 진행하고 계셨는데, 김신영도 10년 동안 생방송으로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청취자들을 만나 순발력과 성실성에 믿음이 갔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나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무려 10년 동안 진행해온 성실성을 높아 샀다는 의미는 전국노래자랑 MC 자리도 그렇게 오랜 기간 맡아 주기를 바라는 것으로 읽힌다.
이런 분위기는 제작진을 떠나 KBS 전체의 의지로 읽히기도 한다. KBS 2TV 연예정보 프로그램 ‘연중 라이브’ 인터뷰를 진행 중인 김신영을 KBS 김의철 사장이 직접 방문해서 응원했을 정도다.
가장 유력한 후보군으로 손꼽힌 이상벽과 이상용을 비롯해 이경규, 이택림, 임백천 등이 송해의 후임이 되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상벽과 이상용은 모두 70대 중후반이며 이경규, 이택림, 임백천 등도 60대 중반이다. 물론 이 가운데 한 명이 MC 자리에 올라 송해처럼 90대까지 그 자리를 지킬 수도 있지만 제작진은 이보다 젊은, 그래서 최대한 오래 전국노래자랑 MC 자리를 지켜줄 방송인을 찾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제작진이 김신영이 장기간 MC 자리를 지켜주길 원한다면 그 다음은 김신영의 생각이 중요하다. 대개의 프로그램은 제작진과 출연진의 의사 외에도 외부 변수가 크게 작용하곤 한다. 특히 시청률의 등락이 출연진 교체와 프로그램 개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전국노래자랑은 시청률 등락 같은 외부 요소에 흔들리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전국노래자랑 MC 발탁을 가문의 영광이라고 말했고, 전국노래자랑을 방송인들의 꿈의 무대라고 표현한 김신영의 반응으로 볼 때 그 역시 장기간 그 자리를 지키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의 분위기는 김신영이 또 한 명의 장기 진행 MC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김신영은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한다. 우선 전국노래자랑은 매주 전국 각지를 오가며 촬영이 진행되는 터라 다른 스케줄을 상당 부분 조정해야 한다. 전국노래자랑 녹화를 위해 매주 2일가량의 스케줄을 비워야 한다. 그동안 김신영은 ‘방송인 김신영’은 물론이고 ‘둘째이모 김다비’라는 부캐로도 활동을 펼쳐 왔으며, 크리에이터로서 역량도 드러내 왔다. 게다가 최근에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을 통해 영화배우로도 충분히 통한다는 사실을 입증해냈다. 과연 김신영이 다른 연예계 활동 상당 부분을 줄여가며 꾸준히 전국노래자랑에 헌신할 수 있을지가 장기 진행 여부의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또한 각별한 이미지 관리가 절실하다. 연예인이지만 ‘스타’의 자리보다는 국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MC가 돼야 한다. 김신영 본인의 표현처럼 ‘전국 어디 다 둬도 있을 법한 사람’, ‘문턱이 낮고 어디든 있을 사람’, ‘푸근하고 편안한 동네 동생, 손녀, 이모’가 돼야 한다. 또한 전국노래자랑의 상징성과 전임 MC 송해의 이미지를 감안하면 작은 물의 하나에도 휘말리면 안된다. 다행히 김신영은 그동안 별다른 물의에 거의 휘말리지 않으며 좋은 이미지를 유지해 왔고 이런 부분이 전국노래자랑 MC가 되는 원동력이 됐다. 앞으로는 이런 부분에 더 신경 써야만 한다.
사실 벌써 30년 뒤의 이야기를 얘기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기술 발달만 놓고 보면 그 즈음에는 편성에 따라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지금 개념의 지상파 방송이 아예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다만 지금 기준에선 전국노래자랑 제작진은 김신영과 가급적 오래 함께하고 싶어 하는 분위기이고, 김신영의 각오 역시 남달라 보인다. 그리고 시청자들 역시 새로운 MC 김신영을 기대하고 있다. 지금 상황에선 이런 부분들 하나하나가 더 중요할 뿐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