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것 때문에 배불러도 맛없어도 ‘벌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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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요신문 DB | ||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서는 3장의 빨간 스티커와 14장의 하얀 스티커를 모아야 한다. 크리스마스 음료라 불리는 음료를 마실 땐 빨간 스티커를 주는데 매년 음료가 바뀐다. 크리스마스 음료를 제외한 나머지 음료를 마시면 하얀 스티커를 준다. 스티커를 모으는 방법 외에도 1만 7000원에 다이어리를 구입할 수도 있다.
다이어리 행사는 2003년 이후 매년 열리는데 지난해에도 11월 1일부터 12월 26일까지 이벤트가 진행됐다. 매년 다이어리 행사가 시작되면 스타벅스에선 적잖은 소동이 일어난다. 매장마다 상이한 스티커 지급 방식과 물량 부족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쿠폰을 사용하거나 할인 혜택이 적용되는 음료엔 스티커를 주지 않아 이를 몰랐던 소비자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상황도 종종 일어난다.
물론 사전 공지사항에는 ‘스타벅스 2012 플래너는 한정수량 제작, 준비된 수량 조기 품절 시 행사 종료’라는 문구가 표기돼 있다. 그러나 평소 마시지 않는 음료까지 마셔가며 애써 스티커를 모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한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다이어리가 품절됐다는 사실에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음료를 구입할 땐 다이어리 품절 여부에 대해 미리 알려주지 않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때문에 다이어리 품절이 시작되면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선 교환이 가능한 매장과 추가 물량 입고 소식을 교환하기 위한 글들이 자주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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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일관되지 않은 이벤트 정책으로 혼란을 주기도 했다. 일부 매장은 손님들에게 줄 하얀 스티커가 떨어져 크리스마스 음료를 사지 않아도 빨간 스티커를 지급했다. 다이어리 수요가 예상보다 많아 일부 매장에서 하얀 스티커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매장은 빨간 스티커를 붙이는 자리에 하얀 스티커를 붙여도 다이어리를 증정했다.
다이어리를 구입해도 되지만 판매용 물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28만 5000여 개의 다이어리를 증정본(스티커 교환)으로 소진했으나 판매용으로는 겨우 2만 5000여 개만 제작했다. 판매 물량이 매우 적어 원한다면 어쩔 수 없이 스티커를 모아야만 다이어리를 받을 수 있는 구조다.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 과도하게 스티커 모으기에 집착해 주변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상황도 발생한다. 구걸부터 협박과 회유까지 스티커를 구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특히 크리스마스 음료를 마셔야만 받을 수 있는 빨간 스티커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매년 빨간 스티커를 받을 수 있는 음료는 대체로 평소 판매하지 않는 상품이거나 호불호가 갈리는 것이 많이 선정된다. 또 다소 비싼 음료이기도 하다.
동료들의 성화에 못 이겨 지난달 거의 매일 스타벅스를 찾았다는 직장인 유 아무개 씨(여·29)는 “작년에도 ‘토피 넛 라떼’나 ‘페퍼민트 모카’를 마셔야만 빨간 스티커를 줬는데 가격도 비쌀뿐더러 입맛에 맞지 않았다. 하지만 빨간 스티커 3장을 모으지 못하면 다이어리를 받을 수 없어 누군가는 마셔야 하는데 주위에서 은근히 이걸 마시라고 압박한다”면서 “정 안 되면 제일 작은 음료를 사서는 그대로 버리는 사람도 봤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스타벅스 다이어리가 ‘노비해방문서’가 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같은 가격에 더 좋은 다이어리를 구입할 수도 있는데 과도한 집착을 보이기 때문이다. 직장인 신 아무개 씨(27)는 “작년엔 4종류의 다이어리가 나왔는데 이를 다 모아 자랑하는 동료도 있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다들 부러워하고 이걸 가지고 있지 않으면 ‘없어 보일까봐’ 20만 원이 넘는 거액을 들여 다이어리를 모았다고 한다”면서 “무슨 노비해방문서도 아니고 나로선 왜 이렇게 집착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국에서만 다이어리 이벤트를 진행해 지나친 상술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미국 호주 캐나다 등에선 스티커를 모으는 행사도 없을뿐더러 다이어리 자체가 제작되지 않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이벤트는 전 세계가 동시에 실시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 각 국가의 문화에 따라 준비되기 때문에 통일된 가이드라인이 없다. 다이어리 이벤트의 경우 우리도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던 스티커 행사를 벤치마킹한 것”이라며 “처음 기획부터 수익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한 해 동안 스타벅스를 찾아주신 고객들에게 사은개념으로 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티커를 모아 다이어리를 받으려면 최소 5만 3000원어치의 음료를 사야만 한다. 하얀 스티커를 받을 수 있는 가장 싼 음료인 ‘오늘의 커피’(2800원)와 크리스마스 음료 중 제일 저렴한 음료(4600원)를 샀을 때의 기준이다. 지난해 다이어리 판매물량을 근거로 추정해보면 이를 통한 매출은 154억 원. 다이어리 판매액도 5억 원에 이른다. 물론 스티커를 모으다 도중에 포기한 이들까지 계산하면 스타벅스의 매출은 더욱 올라간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사은행사’로 16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셈이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