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더코브라’ 처음 보여준 선두력, ‘한센코드걸’ 깜짝 3위 기록, ‘오션스톰’ 의외의 뒷심 발휘
코리아컵(1800m)에서는 서승운 기수의 위너스맨(한국·4세)이 우승했다. 출발이 살짝 늦은 데다 옆말과 부딪치는 불운에도 불구하고, 부산 최고의 테크니션답게 침착하고 정확한 말몰이로 대역전 우승을 거뒀다. 지난 4회 대회에서 처음으로 우리나라가 우승한 데 이어, 이번에는 두 대회 모두 우리가 우승했다. 한국 경마의 위상이 상당히 높아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경마 적중을 떠나 기분 좋게 경마를 만끽한 하루였다. 이번 회에서는 9월 2일부터 4일까지 치러진 경마 중에서 다음 출전 시 관심을 가져볼 마필 4두를 소개한다.
#스트롱참(국6·수)
스트롱참은 서울 53조 김동철 마방의 국내산 2세 수말이다. 9월 3일 실전 세 번째 경주에서 뚜렷한 전력 향상을 보이며 3위를 기록해 다음 경주부터는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1000m 10번 게이트에서 무난하게 출발했으나, 초반 스피드 부족으로 하위권에서 레이스를 시작했다. 4코너 부근에서는 스피드를 끌어올리며 중위권 외곽에 가세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섯 번째로 직선주로에 들어선 후, 막판 탄력적인 추입력을 발휘하며 올라왔다. 막판 결승선 통과할 때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인 결과 아쉽게 3위로 골인했다. 11% 다습 주로이긴 했지만, 1분 1초 5의 빠른 기록이었고, 막판 200m(LF)도 12초 6으로 매우 좋은 탄력이었다.
직전 경주에서는 상당한 실망을 안겼었다. 당시 단승식 3.9배로 많은 인기를 모았지만 시종일관 후미에서 고전하다가 결국 꼴찌로 끝났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게이트도 외곽으로 밀려나며 불리한 전개를 펼쳤음에도 상당한 끝걸음을 보이며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친 것으로 평가된다. 역시 2세마는 하루가 다르게 변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 케이스다.
혈통적으로도 어느 정도는 기대치가 있다. 부마 메니피는 2019년 폐사되긴 했지만 한 시대를 풍미한 최고의 씨수말이었다. 모마 스트롱윈드는 현역 시절 1군까지 진출했던 능력 우수마였다. 씨암말로 전향해서는 이렇다 할 자마를 배출하지 못했지만, 스트롱참은 부마가 메니피라는 점에서 기대할 만하다. 아직은 망아지이기 때문에 부족한 점이 많다. 모래에 대한 적응력, 코너링, 집중력 등은 앞으로 보완할 과제이지만, 520kg대의 뛰어난 체구를 지닌 수말이란 점에서 발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기대된다.
#라온더코브라(국6·수)
라온더코브라는 작년 다승 부문 1위에 오르며 명문 마방으로 급부상한 서울 1조 박종곤 소속의 국내산 2세 수말이다. 9월 4일 실전 두 번째 경주에서 단승식 2.1배의 압도적 인기를 모으고 결과는 3위에 그쳤지만, 경주 내용이 좋았고 발전 가능성이 높아 앞으로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
1200m 7번 게이트에서 무난한 출발 이후 강하게 추진하며 150m 지점부터 단독선행에 나섰다. 이후 3코너부터 직선주로까지 2번 배다리왕자가 강하게 밀고 나오며 선두 경합을 벌였다. 가장 먼저 직선주로에 들어선 후, 막판 50m를 남겨두고 4번 쾌향에게 선두를 뺏기더니 결승선 통과할 무렵 3번 원더풀인디에게 2위마저 내주고 머리 차로 3위로 골인했다.
인기 1위마가 3위에 그쳤기 때문에 실망스러운 결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내용을 분석해보면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다. 데뷔전에서 전혀 보이지 못한 선두력을 보였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 스피드는 경주마로서의 중요한 기본 자질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경주는 1200m 첫 도전이었다. 처음 뛰어보는 거리에 처음으로 선행에 나섰고, 중반에는 무리한 경합도 있었기 때문에 후한 평가를 하고 싶다. 당일 주로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선행마보다는 선입이나 추입마들이 강세를 보인 주로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게 좋을 듯하다.
혈통적으로도 기대치가 높은 편이다. 부마 머스킷맨은 지난번에 소개한 대로 현재 실질적인 씨수말 챔피언이다. 모마 라온카리스는 첫 번째 배출한 자마 라온더보스(전형제마)가 11전 3승 2위 2회를 기록하며 현재 3군에서 활약하고 있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아직은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지만, 500kg대의 좋은 체구와 혈통을 타고난 수말이란 점에서 앞으로 발전 가능성은 상당히 높을 전망이다.
#한센코드걸(국6·암)
한센코드걸은 대한민국 최고 조교사 부산 19조 김영관 마방의 국내산 2세 암말이다. 9월 2일 데뷔전에서 단승식 45.1배(인기 7위)가 말해주듯 팬들의 관심밖에 있었지만, 상당한 경주력을 발휘하며 깜짝 3위를 기록해 다음 경주부터는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1000m 5번 게이트에서 가장 빠른 출발을 하며 선두권에서 레이스를 시작했다. 선행도 가능해 보였지만, 안쪽에 2번 팬스타와 3번 빌드업이 강하게 밀고 나온 탓에 선행에 실패한 채 외곽 3열에서 선두 경합을 벌이며 불리한 전개를 펼쳤다. 직선주로에서도 전혀 지치는 기색 없이 좋은 탄력을 발휘했지만, 목과 머리 차로 아쉽게 3위로 골인하고 말았다. 비록 근소한 차이였지만, 상대마들이 더 좋은 경주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입상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데뷔전에서 인기를 얻지 못한 이유는 주행 심사 모습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타트도 늦었고, 안쪽에서 최적 전개를 펼친 후 막판에 강한 추진과 채찍에도 별다른 탄력을 보이지 못한 채 1분 4초의 기록으로 6위로 통과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달 만에 뚜렷한 전력 향상을 보이며 실전에서 기대 이상의 경주력을 발휘한 것이다. 역시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2세마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본다.
혈통적으로도 기대치가 있다. 부마 한센은 당초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현재 씨수말 순위 5위를 기록 중인 주류 혈통이다. 모마 케이프코드걸은 현역 시절 블랙타입 2위를 포함해 9전 5승을 거두며 10만 달러의 많은 상금을 획득한 능력 우수마였다. 현지에서 배출한 자마 세 마리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둬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450kg대의 작은 체구의 암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대성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데뷔전에서 바로 변화를 보였고, 최고의 마방 김영관 소속이란 점에서 제 밥벌이는 충분히 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오션스톰(국5·암)
오션스톰은 부산 27조 이상영 마방의 국내산 3세 암말이다. 9월 2일 경주에서 4위에 그쳤으나,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한 경주가 아니기에 다음 경주에서는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1200m 12번(끝번) 게이트에서 빠른 출발을 하며 선두권에서 레이스를 시작했다. 안쪽으로 들어가서 좋은 자리를 잡으려는 순간 안쪽에 있던 1번, 5번, 6번, 9번, 11번 5두가 순식간에 빠른 스피드로 치고 나오며 일렬횡대의 불리한 상황이 전개됐다. 이후 3, 4코너를 지나 결승선에 들어설 때까지 자리잡기에 실패하며 크게 외곽을 돌고 말았다.
결승선에서는 당연히 뒤로 처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의외의 뒷심을 발휘하며 올라왔다. 스타트부터 직선주로에 들어설 때까지 최악의 상황이었음에도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4위로 골인한 것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2위와의 차이도 1.5마신에 불과할 정도로 기대 이상의 걸음을 보였다. 만약 게이트가 안쪽이었다면 최소한 2위는 충분했을 것으로 보여 마방 관계자들에게는 상당한 아쉬움으로 남을 듯하다.
혈통적으로 볼 때 기대치는 썩 높지 않다. 부마 카우보이칼은 현재 씨수말 랭킹 2위를 달리고 있는 주류 혈통이다. 그러나 모마 여왕폐하는 이전에 배출했던 자마 쇠와꽃(암)과 중전마마(암)가 4군에서 퇴역했다. 또한 오션스톰은 440kg대의 작은 체구를 지닌 암말이란 점에서 앞으로의 기대치를 높게 볼 수는 없다. 다만 이번 경주 내용이 상당히 좋았다는 점에서 현군에서는 언제든지 입상할 수 있는 전력으로 평가된다.
이병주 경마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