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따라해야 ‘별 볼 일’ 생긴다?
▲ 하지원 | ||
최근 증권가에서는 이른바 ‘스타산업’ 테마주 열풍이 불면서 바뀐 풍경이다.
특히 올해 들어 연예기획사들이 코스닥업체와 M&A를 통해 우회상장하는 것이 늘어나면서 관련 테마주들의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유명 ‘연예인 누구가 강남 아무개 증권사 객장에서 어디 주식을 샀다더라’는 정보가 메신저에 뜨면 곧이어 그 주식 가격이 들썩이는 등 “연예인 동향=주가” 공식이 나타나고 있다.
골프용품 생산업체였던 팬텀은 지난 8월 가요기획사 이가엔터테인먼트와 영상사업자인 우성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면서 주가가 급등해 하루 만에 주가가 3배 이상 오르기도 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8월 초 8천원대를 오가던 팬텀의 주가는 현재 4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DVD 제작업체인 스펙트럼DVD도 6월 영화배우 하지원씨와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정태원 대표가 22%를 매입하면서 2천원대이던 주가가 1만2천∼1만3천원의 고가 행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엔터테인먼트주가 주식시장에서 인기를 얻자 자신감을 얻은 연예기획사들의 우회상장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엔터테인먼트 호재가 거듭되다 보면 이를 이용하는 작전세력들 때문에 제2의 ‘벤처몰락’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지난 11월2일 코스닥 기업인 소프트랜드는 연예기획사인 웰메이드엔터테인먼트(웰메이드)의 지분 100%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소프트랜드는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제3자배정 방식(지정인에게만 주식을 매입하게 하는 방식)의 유상증자를 시행했는데, 대부분 웰메이드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들이 이에 참여했다.
특히 지난번 스펙트럼 주식 매입으로 10억원의 차익을 얻은 하지원씨는 이번에도 소프트랜드 주식을 통해 짭짤한 수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원씨(본명 전해림)의 아버지인 전윤복씨는 소프트랜드가 증자한 주식 3백59만주 중 54만8천5백71주를 배정받았다.
신주 발행가액이 1천7백50원으로 전씨는 9억5천9백99만원을 11월11일까지 대금을 납입하면 된다. 소프트랜드의 웰메이드엔터테인먼트 합병 소식이 알려지자 소프트랜드의 주가는 급등하기 시작해 1천7백원 안팎이었던 주가는 11월4일 종가 3천1백65억원을 기록했다. 이날 기준으로 전씨는 주식대금을 납입하지도 않고 앉은 자리에서 7억7천만원의 평가차익을 얻은 셈이다. 아직 주가가 급등세에 있기 때문에 추후 차익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함께 주식을 배정받은 탤런트 하희라 김승우씨(각각 8만5천7백14주)도 1억2천만원의 평가차익을 얻었다. 탤런트 박은혜씨와 영화감독 안병기씨(각각 4만2천8백57주)도 6천만원 이상의 평가 차익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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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수 주영훈씨도 가세해 여리가 출자금 3억원, 주씨가 2억원을 합해 100% 출자하는 음반기획사 클라이믹스를 설립해 계열사로 추가했다. 또 코요태, 엄정화, 유리상자, 강정화, 이승연 등이 소속된 트라이팩터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했다. 기존의 게임개발회사인 아바론소프트는 네띠앙에 넘기고 여리는 연예기획, 음반기획 전문업체로 거듭난 것이다.
연예인들이 기획사의 우회상장에 참여하는 것은 연예인과 기획사의 윈윈전략 때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회사로서는 유명인을 내세움으로써 자연스럽게 홍보 효과가 생기게 되고 또 연예인이 회사에 대해 단순계약관계 이상의 소속감을 느끼게 돼 인센티브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연예인으로서도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주식배정이 짭짤한 수익이 되고 있다.
한편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의 우회상장 과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현재의 주가 급등은 단순히 기대감 때문이지 실적에 바탕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역시 올해 우회상장된 IHQ나 싸이더스FNH의 경우 이들을 인수한 SK텔레콤이나 KT의 주가가 안정된 점을 볼 때 코스닥의 엔터테인먼트 열풍은 거품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 거품을 이용해 주가 띄우기를 하는 업체들도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지난 7월 실미디어는 연예기획사 피플크리에이티브의 지분 6천주(30%)를 6억3천만원에 인수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당시 실미디어는 플라이투더스카이, 유진, 빈 등의 인기 가수들을 통해 한류스타 양성에 나서는 등 의욕적인 비전을 발표했지만 지난 10월29일 피플크리에이티브의 주식을 모두 나코엔터테인먼트에 넘겼다.
올해 6월 하지원씨가 지분 11%를 매입했다 8월 5.5%를 처분한 스펙트럼DVD의 경우, 주식매입 당시에는 웰메이드엔터테인먼트와 스카이엔터테인먼트가 공동으로 투자를 계획해 웰메이드측이 하씨를 대리인으로 주식을 인수한 것이었다. 그러나 스카이측이 약속을 깨면서 결국 하씨도 주식을 매각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하지원씨의 지분 중 절반이 1년간 증권예탁원에 보호예수로 걸려 있어 나머지 지분을 매각하지 못한 것이다. 이 때문에 스펙트럼은 5월달 2천원 안팎의 주가가 7월 말 1만2천원까지 올랐다가 8월 중순 8천원대까지 하락하는 등 주가가 요동치기도 했다. 현재 스펙트럼DVD는 연예기획사업은 접고 태원엔터테인먼트가 남아 영화제작, 수입, DVD 제작이라는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굳혀가고 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아직까지 엔터테인먼트 테마주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성공적인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벌여나가고 있는 SM처럼 견실한 사업구조를 지닌 업체의 경우 연간 주가가 800%까지 상승하는 저력을 보이기도 한다. 또 한류열풍을 통해 시장이 확대되면서 연예기획사가 ‘대박’을 노릴 수 있는 가능성이 풍부하다는 견해도 있다.
때문에 요즘 증권가 ‘연예박사’들의 최대 관심사는 가수 비가 소속된 JYP엔터테인먼트가 어디와 몸을 섞어 우회등록하느냐에 모아지고 있다. 가수 박진영씨가 제작자로 변신하면서 차린 JYP는 요즘 최고 기대주인 음원주인 데다 최근 우회등록을 위해 파트너를 물색중이라는 얘기가 나돌면서 증권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우회등록을 하게 되는 경우 적어도 팬텀에 준하는 대박이 예상되기에 몸을 섞을 상대 주식을 먼저 보는 게 임자이기 때문이다.
당분간 증권시장이 연예관련주의 성공담으로 들썩거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