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완화 자산가 유리 ‘유전무제’…일부 지역 주거용 오피스텔 가격 ‘들썩’
정부는 최근 15억 원 이상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제한을 푸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고가주택 주담대 금지는 매수여력을 제한해 매도가격을 낮추려는 의도로 시행됐다. 현재는 연봉의 2~3배로 한도가 정해진 신용대출로는 총부채권리금상환비율(DSR)에 여유가 있는 고소득자라도 3억 원 이상 빌리기 어렵다. 주담대 제한이 풀리면 기존 신용대출이 없는 연소득 1억 원인 개인은 6억 6000만 원까지 대출이 가능(금리 연 4.5%, 30년 만기 원리금균등상환)하다. 부부가 각자 연소득 1억 원 이상이면 12억 원도 가능하다.
물론 주담대 제한이 풀리더라도 부자들이 당장 차입을 일으켜 고가주택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에서는 담보인정비율(LTV)이 40%까지만 인정된다. 연소득이 1억 원이 넘어도 주담대로는 6억 원까지밖에 빌리지 못하는 셈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규제지역 해제·완화도 검토하기 시작했다. 조정대상지역이 되면 LTV는 50%로 높아지고, 비규제지역이 되면 70%까지 가능하다. 규제가 풀리는 곳은 부부 공동명의라면 주담대와 신용대출로 LTV 한도에 맞춰 차입을 일으키는 것이 가능해진다.
윤석열 정부는 최근 보유세를 인하하고 다주택자 중과세도 없애기로 했다. 세율 조정은 국회 과반을 가진 야당의 반대를 넘어야 한다. 대출규제와 규제지역 조정은 입법 사안이 아니다. 주택법 63조에 의해 국토교통부와 지자체는 투지과열지구 지정사유가 없어졌다고 인정되면 지체없이 해제해야 하다. 청약경쟁률이 하락하거나 주택공급이 늘어나는 통계가 있다면 정부와 지자체의 결정만으로 가능하다. 규제지역 축소와 함께 세율조정까지 이뤄지면 고소득자와 자산가들은 세 부담은 줄고 매입 여력은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를 정상화할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다주택자에게 과도한 혜택이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2020년 사실상 폐지됐었지만, 주거 시장 안정화를 위해 부활하기로 결정했다. 아파트를 제외한 소형주택에 우선 적용된다. 이 때문에 배후 수요가 풍부한 도심이나 개발 호재가 풍성한 지역을 중심으로 주거용 오피스텔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지난 7월에도 전국 오피스텔 평균매매가격은 2억 1717만 원으로 전월(2억 1713만 원) 대비 상승세를 이어갔다.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이 6월 5억 1135만 원에서 7월 5억 997만 원으로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부동산원이 집계하는 전국 오피스텔 월세가격지수는 지난 7월에도 올라 2020년 7월 이후 25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도심 정비사업 규제를 대폭 완화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방침도 자산가들에게는 부동산 투자 아이디어가 되고 있다. 서울 이문·휘경 뉴타운과 북아현 뉴타운 등은 수익성 높은 정비사업 후보지로 벌써부터 관심이 뜨겁다. 압구정·목동·상계·여의도 등의 재건축 단지들도 자산가들에게는 유망 투자처로 꼽힌다.
반면 저소득자들은 규제완화 수혜와 거리가 멀다. 15억 원 이상 주택에 대한 대출 제한이 풀려도 연소득이 낮으면 DSR 한도 탓에 대출한도가 거의 늘어나지 않는다. 같은 이유로 LTV가 완화되더라도 달라질 것이 별로 없다. 금리가 오르면서 소득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 한 DSR 한도는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보유세 완화와 등록임대사업자 부활로 다주택자들이 저가에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 월세가 많은 주거형 오피스텔 값 상승도 불리하다. 집값이 오르면 월세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상대적으로 저렴해 서민들의 내집 마련 대상이 됐던 도심 빌라와 연립 등 비아파트 주택도 정비사업 기대 투자로 값이 오르면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 돈이 없으면 부동산은 여전히 제한이 많은 무전유제 자산인 셈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