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이름이 서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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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산 부석사의 템플스테이 체험객들이 경내를 거닐고 있다. | ||
충남 서산시 부석면. 이곳에 영주의 부석사와 같은 이름의 절이 있다. 영주의 부석사가 워낙 유명하다보니 변변히 명함조차 제대로 못 내밀었던 절이다. 시쳇말로 ‘짝퉁’ 취급 받을까봐서다. 그런데 서산 부석사는 그렇게 우습게 볼 절이 아니다. 창건자가 영주 부석사와 동일하고 그 설화도 대동소이하다. 절의 규모는 작지만 짜임새도 있는 편이다.
서산 부석사는 677년(문무왕 17) 의상대사가 창건한 절이다. 영주 부석사가 676년 의상대사에 의해 창건되었으니 그 1년 후 지어진 셈이다. 영주 부석사에는 선묘설화가 내려오는데, 의상대사를 흠모한 선묘라는 여인이 용이 되어 절의 창건 방해세력들을 무찌른다는 내용이다. 큰 바위를 세 차례나 공중에 들었다 놓았다 반복하며 겁을 주었고, 거기서 ‘뜬 바위’라는 뜻의 ‘부석(浮石)’이 유래되었다. 서산 부석사에도 선묘설화가 있다. 다만 그 바위는 영주 부석사처럼 무량수전 왼편에 있지 않고, 절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다에 있다. 주민들은 이 바위를 검은녀라고 부르는데, 항상 바다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도비산 자락에 자리한 부석사는 소가 가로 누워 있는 것 같은 형상이다. 좌우로는 폭이 넓고, 앞뒤로는 좁다. 새로 만들고 있는 일주문을 지나 조금 올라가면 부석사가 나타난다. 이 절에는 대웅전이 없다. 주차장 옆 계단으로 올라가면 왼족으로 안양루가 있고, 그 맞은편에 극락전이 자리하고 있다. 극락전 오른편으로는 심검당과 요사가 이어져 있다. 극락전과 심검당 사잇길로 올라가면 산신각이 한 채 있다. 그게 전부다. 보유하고 있는 성보문화재도 크게 내세울만한 게 없다. 이 절의 것으로 1330년 조성된 관세음보살마저 일본 땅 대마도에 가 있다.
하지만 절은 그 규모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이 절은 산중에 깊이 박혀 있을 뿐만 아니라 서해의 해거름을 내려다볼 수 있는 천혜의 환경으로 이름난 고승들에게 사랑받았다. 조선시대에는 무학대사가 이 절에서 수양하며 중창을 했고, 근대로 와서는 한국선불교를 중흥시킨 경허와 만공선사 등이 이 절을 거쳐 갔다.
요즘은 일반 대중이 템플스테이를 통해 사랑을 주고 있다. 서산 부석사는 템플스테이 명소다. 특히 이곳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경직되지 않아 평판이 좋다. 산사의 삶을 체험하며 명상의 시간을 갖는데 그 과정에서 강제성을 부여하지 않는다. 스님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절 주변을 거닐며 사색의 시간을 갖는 등 자유로운 분위기가 돋보인다. 종교를 떠나 하루쯤 머물며 나를 돌아보고 싶어진다.
김동옥 여행작가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