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대오 대여투쟁, 이 대표는 민생투어 나서…불리한 수사 결과 땐 내홍 이어질 가능성
검찰과 경찰은 이재명 대표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법인카드 사적 유용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대표의 부인 김혜경 씨는 8월 23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 5시간가량 조사를 받았다. 9월 1일 검찰은 정기국회 개회 직후 이 대표에게 출석을 통보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검찰의 소환 조사에 응하지 않고 서면으로 답변을 보냈다. 9월 8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이 대표를 공직선거법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9월 13일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보완수사를 마무리하고 이 대표에게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 대표 사법 리스크에 맞서 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다. 9월 4일 조정식 사무총장은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출석 요구에 대해 “제1야당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전면전 선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9월 7일 민주당은 소속 의원 169명 전원 공동명의로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했다. 이 대표를 겨냥한 검·경 수사에 대한 맞불 성격이다. 친문계 좌장격인 전해철 의원과 이낙연계 설훈 의원은 ‘윤석열 정부 정치탄압대책위원회’에 상임고문으로 합류했다.
고민정 의원은 9월 7일 최고위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전방위적 공포정치가 시작된 거 같다”며 “야당 정치인에 대한 검·경의 편파적 수사가 도를 넘었다”고 했다. 9월 13일 김의겸 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이 추석 연휴를 겨냥해 ‘이재명 죽이기’ 1편과 2편을 잇달아 내놓았다”며 “대장동과 백현동이 각각의 소재였으나 흥행에 실패하자 이번엔 성남 FC로 소재만 살짝 바꿔 ‘이재명 죽이기’ 3탄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친문 의원들이 나란히 이 대표 지원사격에 나선 셈이다.
당의 강경 기류와는 별개로 이재명 대표는 민생 행보에 나섰다. 당과 이 대표가 투트랙 전략을 모색한 것으로 풀이된다. 9월 13일 민주당은 이 대표 1호 지시사항인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를 출범했다. 이날 이 대표는 “민생에는 피아가 없다”며 “다시 한 번 윤 대통령에게 여야와 정파를 떠나 민생을 구하고 위기를 극복해나갈 새 과제를 준비하기 위해 허심탄회하게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수 있는 민생경제 영수회담을 촉구한다”고 영수회담을 재차 꺼내 들었다.
9월 7일 이재명 대표는 태풍 힌남노 피해가 컸던 경북 포항을 찾았다. 검찰의 불구속 기소가 이뤄진 9월 8일에는 서울 용산역에서 귀성 인사 일정을 소화했고, 이후 지역구인 인천 계양 전통시장을 찾았다. 이 대표는 본인 SNS(소셜미디어)에 “검찰의 억지기소에는 늘 그래왔듯 사필귀정을 믿는다”며 “국민과 사법부를 믿으며 국민의 충직한 일꾼으로서 민생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께 다시 요청 드린다. 민생과 경제 회복을 위해 언제든 초당적 협력을 하겠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영수회담 수용을 촉구했다. 추석 당일인 9월 10일에는 고향인 경북 안동으로 향하면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표면적으론 이 대표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한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적으론 속앓이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재명 대표 지키기가 ‘조국 시즌2’로 흐를 경우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다. 2019년 불거진 조국 사태는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율을 동반 추락시킨 원인으로 꼽힌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바라보는 여론도 우호적이진 않다. 코리아리서치가 MBC 의뢰로 9월 7~8일 조사해 10일 발표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이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를 ‘표적수사로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52.3%는 ‘법적 절차에 따른 것으로 표적수사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42.4%는 표적수사라고 답했다(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친문계 의원실 한 보좌진은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가 심각한 상황이다. 경찰이 무혐의로 냈던 성남 FC 사건을 다시 수사해서 들여다보더니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넘겼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고 있다”며 “검·경이 혐의를 잡아내 수사 윤곽을 드러낼수록 조국 시즌2로 갈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되면 민주당 내홍으로 번질 것이란 가능성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친명계가 주도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박수현 전 국민소통수석은 8월 29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김건희 특검법 관련해 “(민주당) 마음은 알겠습니다만,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다”며 “그것을 민주당이 특검을 도입하니 이런 문제를 계속 거론하게 되면, 오히려 그것이 정치의 영역으로 변질돼 국민의 판단에 혼란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검이 아니고도 진상과 진실을 밝힐 방법들이 충분하게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표는 당론으로 채택돼 발의된 ‘김건희 특검법’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8월 13일 이 대표는 민주당 원내대표단과의 만찬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60%를 넘었다’는 내용의 여론조사 결과를 거론하며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우리 국민 중 과반이 훨씬 넘는 수가 김건희 특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명계 의원실의 한 보좌진은 “단일대오를 형성한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친문 vs 친명’으로 대치 중인 상황”이라며 “친명계는 같은 당 사람을 비판하는 것이 맞느냐며 국민적 지지도 높은 이재명 대표한테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검·경 수사가 이 대표 쪽에 안 좋은 결과로 나온다면 내홍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때 반명계가 ‘우리가 말한 우려가 발생했다’며 새로운 리더를 뽑자고 주장하고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로 인해 보수 결집은 물론 중도층 이반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관측도 민주당으로선 부담이다. 조국 사태 때의 ‘학습효과’다. 실제 여권에선 ‘윤석열 vs 이재명’ 양상으로 흐르는 시나리오를 두고 실보단 득이 많다는 셈법이 우세하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