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의혹 보도 20여 일 만에 서둘러 처분…3억 5500만 원 차익 실현, 일각 투기 의혹도
이 전 대표 부친은 논란 직후 보유했던 제주도 땅을 매각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 씨는 토지를 7억 3000만 원에 내놨지만, 5억 1500만 원에 급매했다. 이 전 대표에게 정치권 안팎의 비판이 계속되자 서둘러 매각한 것으로 보인다.
2021년 9월 3일 SBS는 이 전 대표 부친 이 씨가 보유하고 있던 땅이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논란이 된 토지는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일대 2023㎡(약 612평) 규모의 농지(전)다. 이 씨는 2004년 1월 고교 동창이 추천해 전원주택을 지을 목적으로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농지법상 농지는 직접 농업경영을 하거나 그럴 사람이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 타인에게 경작을 맡기려면 농어촌공사에 계약서를 쓰고 위탁해야 한다. 이 씨는 매입 후 17년간 직접 농사를 짓거나 영농 위탁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씨는 SBS 인터뷰에서 농지법 위반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 씨는 “농업경영계획서 등은 지인이 대신 작성했고 농지를 사들인 이후 경작한 적은 없다”며 “매입 5년 뒤인 2009년 농어촌공사에 위탁 영농을 신청했지만 장기간 방치된 밭의 상태 때문에 거부당했고. 이후 잊고 지내 신경 쓰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이 씨는 부동산 투기 의혹에는 선을 그었다. 이 씨가 보유했던 토지 일대는 2004년 4월 온천보호지구로 지정된 구역과 직선거리로 600m 이내다. 이 씨가 지정 세 달 전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투기 의심을 받았다. 이 씨는 “온천이 나온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기대는 안했다”며 “나중에 노후가 되면 와서 집을 짓고 살 목적”이었다고 해명했다.
보도가 나온 후 이 전 대표를 향해 거센 비판이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 공직자들의 부동산 소유를 연일 꼬집던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곤혹스럽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민주당은 맹공을 퍼부었다.
김진욱 더불어민주당 전 대변인은 “부친의 농지 소유 사실을 몰랐다고 어물쩍 사과하고 넘어갈 만큼 이 문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며 “정치권의 부동산 투기가 문제가 됐던 만큼 이 대표 역시 집안의 부동산 소유 등을 자체 점검했어야 한다. 이를 하지 않은 것은 너무 무감각했다고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부친의 땅) 매입 당시 만 18세로 외국 유학 중이었고 당시는 물론 최근까지도 부친의 해당 농지를 전혀 몰랐으며 SBS 취재 이후 관련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런데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이 전 대표 부친 땅은 2021년 9월 21일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매입자는 1971년생 임 아무개 씨다. 11월 9일 토지에 대한 소유권 이전이 완료됐다. 이 씨는 농지법 위반 의혹이 불거진 후 20여 일 만에 17년간 보유했던 땅을 서둘러 팔았다.
이 씨는 1억 6000만 원(평당 25만 원)에 토지를 사들였고, 5억 1500만 원(평당 84만 원)에 매도했다. 3억 5500만 원의 차익을 거둔 셈이다. 이 씨는 논란이 된 후 토지를 7억 3000만 원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의혹이 계속되자 서둘러 팔기 위해 매매가를 내린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관계자들은 “이 전 대표 아버지는 지금까지 17년 동안 (제주 땅을) 보유했지만 농사를 짓거나 위탁 영농도 하지 않았다”면서 “농경 목적이 아닌 농지 거래는 위반이며, 최근 이 땅을 7억 3000만 원에 내놓아 결국 부동산 투기의혹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일요신문은 부친의 땅 매각과 관련해 이준석 전 대표 측에 여러 차례 입장을 물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