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추석선물 ‘포괄일죄’ 적용 쉽지 않아…불송치 되더라도 ‘결정서’ 속 사실관계 주목받을 듯
이준석 전 대표 성접대 의혹 수사는 공소시효를 감안했을 때 9월 중 마무리될 전망이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8월 18일 핵심 참고인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마무리했다. 총 6차례 부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전 대표의 혐의 성립 여부와 공소시효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8월 29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사실관계 확인과 법리검토를 통해 이 전 대표 출석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며 “공소시효인 9월 전까지 결론을 낼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 성접대 의혹은 2021년 12월 27일 극우 성향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폭로로 제기됐다. 가세연은 이 전 대표가 김성진 대표로부터 성상납과 고액의 선물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12월 29일 이 전 대표는 강용석 변호사 등 채널 출연진들을 정보통신망법 위반(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자 가세연과 시민단체 등은 이 전 대표에 대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하지만 대선 정국과 겹치며 이 전 대표와 가세연의 공방전은 큰 주목을 받진 못했다.
하지만 가세연은 대선이 끝난 후인 3월 30일 이 전 대표가 김철근 전 당대표 정무실장을 통해 성상납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다시 제기했다. 김 전 실장이 지난 1월 김성진 대표 측 장 아무개 이사를 만나 7억 원의 투자 유치를 약속하는 각서를 써주는 대신 ‘성상납은 없었다’는 취지의 사실 확인서를 받았다는 주장이다. 이 전 대표는 4월 9일 강용석 변호사가 “복당 시켜주면 영상을 삭제하겠다”는 통화 내용 녹취를 공개하며 맞섰다.
이후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 7월 8일 이 전 대표에게 ‘당원권 6개월 정지’ 중징계를 내렸다. 이 전 대표가 김철근 당 대표 정무실장을 통해 성상납 의혹 사건 관련 증거 인멸에 나섰다는 의혹을 당 윤리위가 인정한 것이다. 성접대 의혹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 대표를 징계하는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일기도 했다.
국민의힘의 비대위 전환으로 사실상 대표직에서 자동 해임된 이 전 대표는 법원 가처분 신청 카드를 꺼냈다. 이 전 대표가 비대위 전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남은 경찰 수사 관문만 잘 넘을 경우 당으로의 복귀 길이 열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 내부에선 이 전 대표가 차기 당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에 출마할 수 있다는 말이 파다하다.
변수는 공소시효다. 이 전 대표의 성접대 의혹은 2013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일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알선을 명목으로 김성진 대표에게 성접대를 비롯해 900만 원어치 화장품 세트, 250만 원 상당의 명절 선물 등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김성진 대표가 주장하는 성상납 등 접대 시점은 2013년이다. 성매매처벌법과 알선수재, 직권남용 혐의의 공소시효는 각각 5년, 7년이다.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다는 의미다.
김 대표 측은 2015년 9월 제공했다는 추석 선물을 근거로 ‘포괄일죄’ 적용을 주장하고 있다. 포괄일죄는 서로 다른 시점에 벌어진 여러 행위를 하나의 죄로 판단해 처벌하는 것으로, 경찰 등 수사기관이 공소시효를 극복하는 방안 중 하나다. 공소시효는 최종 범죄행위가 종료됐을 때 시작한다. 즉 2015년 9월 추석을 기점으로 7년의 공소시효가 적용돼 오는 9월 말이 만료 시점이다.
포괄일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2015년 추석 선물의 대가성이 충분히 입증돼야 한다. 이를 입증할 수 있는 명확한 증거 여부가 관건인데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김 대표는 2015년 설 선물과 추석 선물 등은 이 전 대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관계 유지’가 목적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이 전 대표에게 2015년 추석엔 별 대가를 바라고 준 선물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이다. 2013년과 2015년 각각 다른 목적으로 접대가 이뤄졌기 때문에 포괄일죄 적용의 핵심인 '단일한 범죄 의사'가 성립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경찰이 이 전 대표 사건을 불송치 의견으로 결론지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경우 이 전 대표는 정치적으로 재기를 노릴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된다. 반면, 이 전 대표 징계 등을 주도했던 윤핵관 입지 축소는 불가피하다. 실제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 후 윤핵관 책임론이 거세게 분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경찰 수사 과정에서 윤핵관 중 한 의원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저는 윤핵관과 어떠한 접촉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서울청 수사는 어떠한 흔들림도 없을 것이라 확언한다”며 일축했다.
다만, 공소시효 문제로 불송치 결정되더라도 ‘불송치 결정서’ 내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있다. 이 전 대표에게 제기된 혐의에 대해 사실관계와 판단 등이 담길 수 있어서다. 형사처벌이 불가하더라도 성 접대 등 의혹이 사실로 판명되면 이 전 대표로선 정치적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반면,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 결정을 내리면 법정 싸움과는 별개로 이 전 대표는 정치적 내상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당의 추가 징계도 예상된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