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으로 가격 결정된다더니? 올해 낙찰 81건 중 66건 단독입찰…감평액보다 낮은 금액 낙찰도 여러 건
일요신문이 온라인 국유재산 매각 시스템 '온비드'를 통해 올해 1~8월 입찰이 진행된 한국자산관리공사 국유재산을 전수조사한 결과, 낙찰이 이뤄진 부동산은 총 81건이었다. 이 중 66건(81%)은 단독입찰로 낙찰자가 선정됐다. 일반경쟁이 6건, 지명경쟁이 60건이었다.
통상적으로 경쟁입찰엔 "2인 이상의 유효한 입찰자가 있어야 입찰이 성립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경쟁입찰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국유재산 매각은 2006년 국유재산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1인이 입찰하더라도 최저입찰가 이상이라면 유효한 입찰로 인정한다.
문제는 일반경쟁입찰에서 유찰이 반복될 경우 최저입찰가가 갈수록 떨어진다는 점이다. 국유재산법 시행령은 세 번째 입찰부터 최초 최저입찰가의 10% 금액만큼 최저입찰가를 낮출 수 있도록 한다. 최저한도는 최초 최저입찰가의 50%이다. 최초 최저입찰가는 감정평가액이다. 감정평가액이 시세보다 낮게 책정되는 점까지 감안하면 '헐값 매각'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감정평가액보다 낮은 금액에 팔린 국유재산이 여러 개였다. 올해 1~8월 일반경쟁입찰로 매각이 성사된 15건 중 5건은 감정평가액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됐다. 5건 중 4건은 입찰 참여자가 1명이었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있는 건물은 감정평가액이 12억 2313만 원이었다. 하지만 세 차례 유찰을 거치면서 네 번째 입찰에서 감정평가액의 80.2%인 9억 8100만 원에 낙찰됐다.
2인이 입찰에 참여했지만 헐값에 매각된 사례도 1건 있었다. 서울 구로구 개봉동에 있는 토지는 16회 유찰을 거쳐 감정평가액의 71%인 9억 9357만 원에 낙찰됐다.
국유부동산 81건 가운데 일반경쟁을 거치지 않고 매각된 66건은 지명경쟁 방식으로 입찰이 진행됐다. 이 중 60건은 단독입찰이었다. 지명경쟁이란 입찰 참가자를 인접 토지 소유주로 제한한 입찰을 뜻한다. 매각 대상인 토지가 단독필지로 활용 가능성이 낮은 경우 지명경쟁으로 입찰을 진행할 수 있다. 지명경쟁의 경우 2회 유찰 이후 최저입찰가가 낮아지는 대신 수의계약 신청이 가능해진다.
지명경쟁으로 매각된 66건 중 절반인 33건은 낙찰가율(최저입찰가 대비 낙찰가)이 100%였다. 최저입찰가와 단 1원도 다르지 않게 입찰가를 적어내 낙찰받았다. 13건은 낙찰가율이 100.X%였다. 낙찰가율이 110% 이상인 경우는 8건에 불과했다.
'무늬만 경쟁'인 공개경쟁입찰을 통한 국유재산 매각은 올해만 특별히 벌어진 일이 아니다. 지난해 최저입찰가 1억 원 이상인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매각된 국유부동산 34건 중 29건(85%)은 입찰자가 1명이었다.
한 사람이 여러 건의 국유재산을 단독입찰로 낙찰받고 수개월 만에 되판 사례도 있었다. 충남 태안에 사는 고 아무개 씨는 국유재산 매각 입찰에 참여해 지난해 1월 경남 창원에 있는 A 아파트를 감정평가액의 95.34% 가격인 1억 7257만 원에 낙찰받았다. 입찰 참여자는 고 씨 1명뿐이었다. 고 씨는 3개월 뒤인 지난해 4월 1억 8700만 원에 A 아파트를 매도했다.
고 씨는 지난해 1월 경남 창원의 B 아파트도 감정평가액의 90.63%의 1억 6857만 원에 낙찰받았다. 역시나 단독입찰이었다. 고 씨는 B 아파트도 3개월 뒤인 지난해 4월 1억 7200만 원에 매도했다.
경쟁입찰에 1인 입찰을 허용하는 이유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매각을 추진하는 국유재산은 유휴·저활용 국유재산"이라며 "공개입찰이라고 해도 입찰자가 거의 없어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또한 "토지가 도로에서 떨어져 있는 등 활용가치가 떨어지는 물건은 감정평가액이 시세보다 낮게 책정되다 보니, 단순히 주변 시세랑 비교하면 매각가격이 더 낮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국유재산 매각 확대 방침에 대해 연일 비판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8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유휴·저활용 국유재산 매각·활용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장기간 방치된 국가 소유 부동산을 향후 5년간 16조 원 이상 매각해 재정에 보태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8월 10일 이재명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국유재산 민영화는 소수 특권층 배불리기"라며 "매각한 국유재산을 누가 사겠나. 시세보다 싼 헐값에 재력 있는 개인이나 초대기업에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추 부총리는 8월 11일 "근거 없는 상상력이 야당 정치인들 사이에서 어떻게 나오는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며 "국유재산은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의해 매각할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이병훈 민주당 의원은 국유재산 중 적정가격이 200억 원 이상인 부동산을 처분할 때는 미리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는 국유재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7일 대표발의했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국유재산의 바람직한 운용방안 모색' 정책토론회를 지난 7일 개최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서면축사를 통해 "정부의 의도가 어떠하든 국유재산의 졸속 매각은 결과적으로 소수특권층의 배불리기, 부동산 폭등, 무분별한 투기를 유발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국민의 재산을 지키기 위한 입법조치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왕재 나라살림연구소 부소장은 "윤석열 정부의 국유재산 매각은 재정을 확보하는 실질적 효과보다는 일종의 길들이기, 홍보"라며 "있는 재산을 팔아서라도 빚이 없는 게 좋다는 시그널을 부처나 공공기관에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들의 복리를 증진시키는 효과에 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