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나는 부동산 팔아 5년간 16조 확보 계획…배당수입만 매년 2000억 서을보증보험 매각 추진도 눈길
지난 7월 29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새정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보면 350개 전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민간과 경합하는 기능을 축소하도록 했다. 직접 수행이 불필요한 비핵심 기능 등도 조정한다. 공공기관이 수행하는 업무는 대부분 공익성을 이유로 민간과 경합하더라도 독점에 가까운 사업이 많다. 공공기관이 해당 업무에서 손을 떼면 경쟁 민간업체가 반사이익을 얻게 된다. 정부는 고유기능과 연관성이 낮은 토지와 건물 자산 등도 매각하도록 했는데, 이 역시 민간 경쟁업체가 획득할 가능성이 크다.
일례로 이명박 정부 당시 한국토지공사가 출자한 공기업인 한국토지신탁은 2009년 최대주주 지위를 민간에 넘겼다. 한국토지신탁은 현재 MK전자 계열이다. 2010년에는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자회사였던 한국자산신탁의 최대주주가 대신MSB로 바뀐다. 현재 한국자산신탁은 부동산개발사인 MDM그룹에 속해 있다. 한국토지신탁(한토신)과 한국자산신탁(한자신)은 공기업 자회사로서 차입형 부동산신탁에서 '절대 강자'다. 영업이익률이 40%를 넘을 정도이며, 저금리 상황에서 부동산 붐 덕분에 ‘떼돈’을 벌었다.
정부는 지난 8월 8일 국유재산 매각 방안도 내놨다. 재정수입을 위해 5년간 국유재산 매각을 통해 16조 원 이상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매각 대상은 위탁개발재산 중 상업용이나 임대주택용으로, 사용 중인 재산(성남 시흥 등 9건, 감정가 2000억 원)과 5년 이상 경과한 비축토지(11건, 대장가 900억 원), 국가적 활용이 곤란한 농지(1만 4000필지, 5000억 원) 등이다. 논란은 1년에 3조 원가량의 돈을 만들자고 굳이 부동산을 팔아야 하는지다. 위탁개발재산은 현재 수입이 발생하는 자산이다. 재정수입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토지나 농지를 팔아 제 값을 받으려면 용도를 변경하거나 개발 제한을 풀어야 한다. '부자감세' 논란이 일고 있는 세제개편안이 시행될 경우 2026년까지 14조 원 이상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정부는 예측하고 있다. 결국 부자와 대기업 세금을 많이 깎아줘서 발생한 세수 공백을 나라 재산을 팔아 메우는 셈이 된다.
한편 정부가 매각을 추진 중인 자산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서울보증보험이다. 금융위원회는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기업공개(IPO)를 통해 지분을 매각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2023년 10%를 팔고, 2025~2026년까지 최대 33.87%를 민간에 넘기는 일정이다. 한토신과 한자신의 사례로 볼 때 소수지분을 매각한 후 경영권까지 민간에 넘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융위도 향후 50%+1주에 대한 경영권 매각을 검토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자산 10조 원 자기자본 5조 원인 서울보증보험은 매년 4000억 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는 보증보험 시장의 독점적 사업자다. 누구든 인수하면 단숨에 ‘금융재벌’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정부가 서울보증보험에서 회수해야 할 공적자금은 약 6조 원인데 해마다 2000억 원 이상의 배당을 받고 있다. 현재 보험사 주가로 봤을 때 지분 34%의 가치는 1조 5000억 원을 넘기 어려울 수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50%+1주의 가치는 3조 원 남짓이다. 민영화를 해도 6조 원을 회수할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다. 자칫 매년 2000억 원 이상의 배당 수입원만 사라질 수도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