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1 신드롬 이을 게임들도 모두 구상 완료 “이정재 늙기 전에 빨리 공개해야”
16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오징어 게임' 에미상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황 감독은 "시즌 2는 (제작하는 데) 2년 정도 걸릴 것 같고 한참 대본을 쓰고 있다"라며 "'오징어 게임'을 내놓으면 영화를 하나 해볼까 생각 중인데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이가 흔들리고 삭신이 무너지는 것 같아서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 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징어 게임' 시즌 2에 앞서) 영화를 먼저 할까 했었는데 그러면 이정재가 확 늙을 수도 있으니 그러기 전에 순서를 바꾸게 됐다. 이렇게 잘 될 줄 모르고 사랑 받던 캐릭터들을 다 죽여버려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너스레를 떨어 기자들을 웃게 만들기도 했다.
시즌 2에 공개될 새로운 게임에 대해서는 "이미 다 만들었다"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황 감독은 "게임은 다 만들었지만 공개할 수는 없다. 어떤 게임을 할 지 모르고 게임에 닥치는 순간이 재미의 큰 요소"라며 "스포일러가 되면 재미의 가장 큰 부분이 사라진다. 제가 실수로 떠들더라도 막아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당부했다.
'오징어 게임'은 지난해 9월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뒤 유례없는 전세계적 신드롬을 이끈 작품이다.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오징어 게임'은 지난 12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에서 열린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비영어권 작품 최초로 최우수드라마 시리즈 부문을 비롯해 총 13개 부문, 14개 후보에 노미네이트된 바 있다.
이 가운데 드라마 시리즈 부문 감독상(황동혁), 남우주연상(이정재), 드라마 시리즈 부문 게스트상(이유미), 내러티브 컨템포러리 프로그램 부문 프로덕션 디자인상(채경선 외), 스턴트 퍼포먼스 상(임태훈 외), 싱글 에피소드 부문 특수시각효과상(정재훈 외) 등 총 6관왕을 기록하며 한국은 물론, 미국 방송 역사에도 새로운 한 획을 그었다. 이와 더불어 로스앤젤레스 시의회가 매년 9월 17일을 '오징어 게임'의 날로 제정하는 등 작품 공개 후 모든 행적이 사실상 '세계 신기록'이었다.
기대만큼 부담도 크게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은 인기작 연출진의 숙명이다. 이에 대해 황 감독은 "부담감이야 모든 작품을 할 때마다 다 있다. 그건 친구처럼 지고 가는 것이고 '오징어 게임2'라서가 아니라 여태껏 항상 부담이 있었다. 시즌 1을 만들 때도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부담감을 느꼈다"라면서도 "그런 마음이 때로는 큰 동력이 되기에 스스로 부담을 느끼려 하는 편이다. 그래서 에미상 수상 소감으로도 일부러 '마지막 에미상이 아니길 바란다'는 부담스러운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짚었다.
함께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오징어 게임' 제작사 싸이런픽쳐스의 김지연 대표는 "그동안 경험에 비춰보면 일부러 'K-무언가'를 만들자고 의도를 갖고 달려가는 순간 오히려 더 잘 안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라며 "작가, 창작자들에게 조금 더 많은 기회와 인내심을 주면서 좋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과 유·무형의 자본을 많이 투자해 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에미상에서 프로덕션 디자인상을 수상한 채경선 미술감독도 "미술 작업을 하며 목표는 새로운 걸 만들어보자는 거였다. 대본에 표현된 공간을 기존보다 색다른 컬러와 공간으로 만들고자 고민을 많이 했다"며 "감독님 등 제작진과 넷플릭스가 저를 믿어주고 자율성을 줘서 이런 결과물이 나왔다. K콘텐츠에는 자유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주역인 이정재는 토론토국제영화제 참석 일정으로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아쉽게 불참해 사전 인터뷰 영상을 통해 소회를 밝혔다. 그는 "'오징어 게임'으로 많은 뉴스가 나왔고 많은 상을 받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고 기쁜 일은 한국 콘텐츠가 많은 세계인을 만나고 큰 사랑을 받았다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제2의, 제3의 '오징어 게임' 같은 콘텐츠가 계속 나와 한국의 훌륭한 필름 메이커들이 세계인과 만나는 자리가 더 많이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징어 게임'을 사랑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전 세계 팬 여러분 너무너무 감사드린다. 이 모든 영광은 여러분의 응원과 성원으로 이뤄진 것이다. 이 모든 기쁨은 우리 모두의 기쁨이다. 여러분 너무 감사드리고, '오징어 게임' 시즌2를 기다려달라"라고 전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