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병렬 후보(왼쪽), 강재섭 후보 | ||
다른 당내 경선 방식과는 다르게 이번 한나라당 당대표 선거는 1회로 끝난다. 즉 1위 득표자가 일정 지지율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2위 득표자와 결선 투표를 했던 역대 경선 방식과 달리 ‘단칼 승부’로 승자가 정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특정 후보가 1위를 차지할 경우 나머지 주자들이 결선 투표에서 2위 득표자에게 ‘표를 몰아주는’ 경우의 수는 상정할 수 없다. 그런 까닭에 선두와 불과 5%안팎 차이로 2~3위권을 달리는 주자들로서는 선거전이 막판으로 갈수록 합종연횡을 심각하게 생각해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현재 한나라당 당권 주자는 강재섭 김덕룡 김형오 서청원 이재오 최병렬 의원 등 모두 6명. 파열음을 내며 경쟁을 거듭해온 이들 주자들 간의 합종연횡은 과연 가능할까. 만약 그렇다면 어떤 주자들이 어떤 궁합을 통해 승리를 보장받는 짝짓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가장 가능성 높게 거론되는 합종연횡 시나리오 중 하나는 바로 ‘최-강’연합. 최병렬 의원과 강재섭 의원의 연대를 뜻하는 것이다. 적지 않은 당내 인사로부터 이 구도는 말그대로 ‘최강’의 연합 구도를 형성할 것이라 평가되고 있다.
‘최-강’연합의 최대 강점은 범영남권 표를 한데 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한 민정계 출신 중진 의원은 “부산·경남(PK)권을 기반으로 하는 최병렬 의원과 대구·경북(TK)권을 토대로 삼는 강재섭 의원이 합치면 한나라당의 최대 지지기반이자 당내 투표인단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영남권의 표를 결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의원은 “영남권 결집은 비단 현재 영남 지역에 거주하는 대의원들뿐만 아니라 수도권에 거주하는 영남 출신 대의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파장이 클 것을 예고했다.
영남권 표 결집 외에도 ‘최-강’연합은 보수와 신진의 결합이라는 또 하나의 장점을 누릴 수 있다는 평가다. 최 의원이 ‘인큐베이터론’을 주창하며 “대표가 되면 대선을 겨냥한 차세대 기수를 키워내겠다”고 공언해온 점과 강 의원이 당내 차세대 리더 중 한명으로 꼽히는 점에 정가의 시선이 쏠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점들이 오히려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PK 대표 최 의원과 TK 대표 강 의원이 합칠 경우 ‘영남이 다 해먹나’란 식의 비난성 여론을 업은 역풍이 불어닥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역주의 회귀’라는 비난과 부담 탓에 PK지역과 TK지역에서 최 의원과 강 의원을 각각 지지해주던 표심에 이탈이 생길 수 있다는 것.
▲ 지난 15일 열린 한나라당 당대표 후보 출마자 합동토론회.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위상이 높아질 원내총무직과 정책위의장을 조건으로 ‘물밑거래’가 이뤄질 수도 있지만 각 주자들 캠프에서 총무와 정책위의장을 노리고 ‘봉사해 온’ 인사들의 눈치도 주자들에겐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당내 인사들이 ‘최-강’연합 실현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은 이 연합이 미칠 파괴력 때문이다.
“두 사람이 후보단일화를 이루면 적어도 35% 이상은 득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1위 득표하는 주자의 지지율이 대략 24~26%선인 것을 보면 그 파괴력을 짐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최 의원 캠프 내에선 강 의원과의 연대에 대해 심각한 논의가 이뤄지는 중이라고 한다. 영남권 표 결집과 신·구 조화 등을 내세워 압도적 1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최 의원 진영의 한 인사는 “강재섭 의원측에 구체적인 제의를 먼저 한 건 아니지만 (‘최-강’연합은) 우리 진영에서 가장 바라는 구도”라고 밝힌다. “최근 여론조사의 지지율로 보아 당연히 최 의원으로 후보단일화”라는 전제 하의 구상이다.
하지만 현재 강 의원측은 “설사 유력 4강 후보 중 가장 적은 표를 얻게 되더라도 끝까지 혼자서 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다음’을 위해서라도 ‘흠결’을 남기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강 의원측 역시 단일화를 통해 득표율을 상승시킬 생각은 있겠지만 후보 자리를 양보할 마음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내 인사들은 ‘최-강’연합 가능성이 당내에서 자주 거론되는 이유로 다른 후보들 간 짝짓기의 가능성과 실익이 낮아 보인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 예로 최병렬 의원의 연대 파트너로 김덕룡 의원을 거론하는 시각도 있기는 하다. 호남 출신 김 의원과 PK 출신 최 의원의 연합은 영·호남을 하나로 묶는 가장 이상적인 연합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최근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몇몇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김 의원이 자신을 후보로 옹립하는 단일화가 아니라면 쉽게 응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당내 지분 경쟁을 지루하게 벌여온 민정계(최병렬)와 민주계(김덕룡)의 연합이라는 점도 호재보다는 ‘내부 마찰로 인한 고정표 손실’이라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서청원-김덕룡’연합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같은 민주계 출신 인사들끼리 뭉쳐 지지세를 결집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YS 향수’로 이어져 PK 민심을 움직일 동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김’연합이 이뤄질 경우 파괴력이 더 클 것으로 보이는 ‘최-강’연합을 부추겨 결국 서청원 김덕룡 두 후보 모두 손해만 보게 될 것이라는 약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서청원 김덕룡 의원 진영에서 합종연횡을 추진할 가능성은 이제 낮아 보인다. ‘합종연횡’이란 타이틀로 당권경쟁 말미까지 주목을 받을 인사들은 역시 최병렬 강재섭 의원”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