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올 확률 70%였는데 하늘이 도와”…친분 있는 양희은 송은이 이계인 등 ‘지원사격’
고 송해의 뒤를 이어 KBS 1TV ‘전국노래자랑’의 진행자로 나서게 된 방송인 김신영은 처음 섭외 전화를 받았을 때를 이같이 떠올렸다.
김신영은 9월 17일 경기도 하남시 미사경정공원 광장에서 열린 제1995회 KBS 1TV ‘전국노래자랑’ 녹화에 참여했다. 앞서 대구 달성군 편 녹화를 마쳤지만, 방송 순서를 따지자면 이날 녹화가 김신영이 진행하는 ‘전국노래자랑’ 1회(10월 16일 방송)에 해당된다. 송해가 34년 동안 쥐고 있던 마이크를 이어 받은 김신영의 모습을 보기 위해 녹화 현장 공개에는 주말임에도 취재진 40여 명이 찾아왔다.
녹화를 시작하기 전 간담회를 가진 김신영은 “올해로 데뷔 20년 차가 됐는데, 이렇게 전 국민 여러분의 관심을 갖는 프로그램의 MC 후보로 올라본 적이 없다”면서 “‘왜 나야’라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았다. 그저 ‘감사하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김신영을 차기 MC로 발탁한 효과는 대단했다. 관련 기사가 쏟아졌고 기대감은 치솟았다. 대구 녹화 현장에는 3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모습을 담아 네티즌이 유튜브 등 SNS(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은 100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언론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좇았다. “(나와 관련된) 속보가 나올지 몰랐다”고 너스레를 떤 김신영은 “‘내가 뭐 잘못한 일 있나’ 싶더라. 대구 녹화장으로 가는 길에 스멀스멀 압박감과 부담감이 올라왔다. 또 하나의 인생을 배우는 느낌이었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김신영이 진행하는 ‘전국노래자랑’ 하남시 편에는 12팀이 출연했다. 20대부터 60대 출연자가 김신영과 이질감 없이 어우러지며 ‘전국노래자랑’ 특유의 푸근함 감정을 이끌어냈다. 자신을 4수생이라 소개한 20대 여성은 ‘사이다’를 부르며 격한 안무를 선보여 ‘딩동댕’을 받았고, 한의사인 40대 남성은 ‘담배가게 아가씨’의 가사를 “우리 동네 노래자랑에는 사회자가 예쁘다네~”라며 김신영을 위해 개사해 박수를 받았다. 직장 동료 사이인 20대 남성 3명은 울랄라세션의 ‘아름다운 밤’으로 무대를 장악했고, 김신영과 즉석에서 호흡을 맞추며 군무와 함께 ‘업타운 펑키’를 소화했다.
이날 ‘전국노래자랑’에는 김신영의 MC 데뷔를 축하하기 위해 그와 친분을 쌓은 초대 가수들이 대거 등장했다. 데뷔 52년 만에 처음으로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한다는 가수 양희은이 포문을 열었다. ‘참 좋다’를 부르며 등장한 그는 직접 김신영을 호명했고, 무대 위에서 함께 ‘행복의 나라로’를 불렀다.
양희은과의 무대를 마친 김신영은 “일요일의 막내딸, 큰절 한번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잘 봐주세요”라면서 현장에 모인 하남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그의 데뷔를 축하하듯 전날까지 내리던 비는 멈추고 말끔히 갰다. 김신영은 “오늘 비 올 확률이 70%였는데, 하늘이 도와줬다”고 반가운 마음을 전했다.
김신영의 선배 개그우먼이자 소속사 사장이기도 한 송은이도 빠지지 않았다. 몇 차례 앨범을 낸 가수이기도 한 그는 ‘정말로’를 부르며 분위기를 띄웠고, 김신영에게 꽃다발과 함께 “당 떨어지면 먹으라”며 사탕 목걸이도 걸어줬다. 이어 배우 이계인이 ‘보릿고개’를 부르며 김신영을 응원했고, ‘장구의 신’ 박서진은 장구 가락에 맞춰 김신영의 부캐릭터 ‘둘째이모 김다비’의 히트곡인 ‘주라주라’를 선곡했다. 이외에도 박현빈의 ‘샤방샤방’, 걸그룹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에일리의 ‘보여줄게’ 등 트롯, K팝, 발라드가 한데 어우러진 ‘종합선물세트’ 같은 무대가 이어졌다.
송해와 함께 오랜 기간 ‘전국노래자랑’을 지킨 터줏대감인 악단과 심사위원들의 격려도 김신영에게 큰 힘이 됐다. 그는 “송해 선생님과 오랜 케미스트리를 맞춰온 악단과 심사위원 선생님들이 다 환호하면서 귀여워 해주시더라. ‘오늘은 힘들 테니 박카스 먹어’라고 하셨다”면서 “제 얼굴이 하얘지는 것을 보며 ‘이렇게 진행하게 된 것도 복’이라고 말씀하셨다. 정말 많은 삼촌들이 생긴 것 같다”고 뿌듯해했다.
‘전국노래자랑’은 제목 그대로 전국을 돌며 녹화하는 프로그램이라 김신영의 체력적 부담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송해가 이 프로그램에 전념한 반면, 김신영은 매일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MBC FM ‘정오의 희망곡’을 비롯해 적잖은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 젊은 그에게도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
김신영은 “‘전국노래자랑’의 MC가 됐다고 하니, ‘정오의 희망곡’에서도 너무 축하한다며 녹화하는 날은 생방송을 빼주겠다고 하더라”면서 “라디오만 12년 넘게 진행해왔고, 각종 지방 행사들을 해왔기 때문에 체력은 문제없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대전에 있는 한의원에서 공진단도 주문했다. 모든 국민 여러분이 바라보고 응원해주시는 만큼 아침밥, 비타민도 꼭 챙겨 먹고 어느 지역에 가든지 특산품을 맛있게 먹을 준비가 돼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첫 단추를 잘 끼웠지만 ‘전국노래자랑’의 MC는 여전히 무거운 자리다. 김신영 입장에서는 그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 김신영은 자신을 갓 심은 묘목에 비유했다.
“‘전국노래자랑’은 42년 된 나무예요. 어떻게 그 나무를 베고 다른 무언가를 만들 생각을 하겠어요. 그 옆에서 조금씩 새로 자라가는 나무가 되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두 그루의 나무의 키 높이가 맞을 날이 오지 않을까요? 송해 선생님은 ‘일요일의 남자’였어요. ‘일요일의 여자’는 다가서기 어렵고, 막내딸은 키우는 재미도 있으니 ‘일요일의 막내딸’이라는 생각을 해봤어요. 막내딸, 막둥이 하나 키운다는 생각으로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안진용 문화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