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 취소해달라”…남편 입 막고, 전기장판 줄로 손발 묶는 등 폭행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28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황승태 부장판사)는 상해치사 혐의와 현주건조물방화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각각 징역 8년과 5년을 선고한 원심판결들을 깨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 해 4월 30일 남편의 집에서 남편, 남편이 노숙 생활을 하다가 알게 된 B 씨 등과 술을 마시던 중 남편에게 “혼인신고를 취소해달라”며 소리를 질렀다. 남편이 이를 거부하자 남편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A 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 씨는 B 씨와 함께 반소매 티셔츠와 철사 옷걸이로 알몸 상태인 남편의 입을 막고, 전기장판 줄로 손과 발을 묶는 등 폭행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는 머리를 벽에 부딪혀 목이 꺾인 상태로 바닥에 쓰러졌고, 이내 숨이 멎었지만 A 씨는 “그냥 자는 것”이라며 생명을 잃어가는 남편 옆에서 태연히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A 씨가 뒤늦게 “사람이 누워있는데 숨도 안 쉬고 몸이 차갑다. 저체온증이 온 것 같다”며 신고했지만, 피해자는 결국 목숨을 잃었다.
A 씨는 범행을 부인했지만 1심에서 모두 유죄로 판결났고,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A 씨는 현주건조물방화, 공동주거침입, 특수재물손괴 등 범죄도 저질러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개의 사건을 병합 심리한 항소심 재판부는 두 사건이 함께 처벌받았을 때와 형평 등을 고려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별다른 저항을 할 수 없이 취약한 상태에 놓인 피해자에게 폭력을 여러 차례 행사해 사망에 이르게 했고, 허위 신고를 한 뒤 범행 흔적을 치우는 등 죄를 감추려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이 사죄하고 반성하는 점과 양극성 정동장애가 범행에 다소 영향을 미친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민주 기자 lij907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