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창출 가능하지만 판매자 이탈 우려…번개장터 “전문 판매업자와 동반 성장 목표”
지난 9월 1일 번개장터는 전문 판매업자가 상품을 판매하는 ‘프로상점’을 선보였다. 일반상점과 프로상점 서비스를 이원화해 개인 판매자와 전문 판매업자를 구분토록 한 것이다. 프로상점에 입점한 판매업자들은 매월 4만 9000원의 이용료를 내야 하고, 상품 카테고리별로 판매 금액의 6~10%의 수수료도 지불해야 한다. 현재는 출시 프로모션 기간이라 월 이용료는 0원이며 판매 수수료도 한 달간 무료다. 첫 한 달 이후 프로모션 종료 전까지 판매 수수료는 일괄적으로 5% 적용된다.
프로상점에서 판매하려는 상품 관련 사업자 등록을 한 회원은 무조건 프로상점에 가입해야 한다. 사업자 등록증이 없더라도 직접 제작한 상품을 판매하거나 대량의 재고를 쌓아두고 파는 일반 판매자도 프로상점 가입 대상이다. 즉 이용자 간 일반적으로 중고 거래를 하지 않는 경우는 프로상점을 반드시 활용해야 한다. 번개장터는 프로상점 조건에 부합하는 판매자가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운영정책에 따라 서비스 이용에 제한을 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반 판매자라 하더라도 가입을 원한다면 프로상점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
프로상점에 가입한 판매업자들에게 이점도 있다. 상품 일괄 등록, 베스트 후기 등록 등 프로상점에만 제공되는 기능이 존재한다. 또 상품 상세페이지 내 상점 노출 영역에서 더 많은 상품이 노출된다. 또 프로상점에서 판매되는 상품은 번개장터의 자체 안전결제 시스템인 번개페이로만 거래된다. 이때 결제 수수료는 없다. 구매자가 번개페이를 활용해 일반 상점에서 상품을 구매한 경우 구매자는 상품금액의 3.5%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프로상점에 구매자를 끌어들일 방법도 마련된 셈이다.
번개장터가 전문 판매업자과 일반 판매자를 구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번개장터는 2012년부터 상업적 목적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사업자 관리를 위해 전문상점을 운영해왔다. 당시 전문상점에 입점한 판매업자들이 내야 하는 판매 수수료나 입점 비용은 없었다. 대신 게시물을 키워드 및 카테고리 검색결과 상단에 노출할 수 있는 ‘슈퍼UP(업) 광고’를 이용하려면 판매자가 별도로 비용을 지출해야 했다. 그러나 2020년 서비스 개선 등을 이유로 전문상점은 폐쇄됐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행보를 추가 수익원 창출을 위한 것으로 풀이한다. 번개장터는 지난해 약 39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0년(135억 원)보다 적자폭이 커졌다. 같은 기간 매출은 140억 원에서 249억 원으로 증가했지만, 판매관리비도 257억 원에서 548억 원으로 늘었다. 구체적으로 급여는 71억 원에서 116억 원으로 뛰었다. 중고 거래 플랫폼 경쟁 심화에 따라 광고선전비도 96억 원에서 239억 원으로 늘었다.
소비자 권리를 보장하려는 감독당국의 압력도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판매 주체가 사업자일 때 소비자는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청약철회권 등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전문 판매업자와 일반 판매자를 구분하라고 지속해서 요구한다. 또 일반 판매자에게서 상품을 사기 싫은 이들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또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사업자인 판매자가 상품을 판매하고 세금을 내지 않는 경우가 적잖은 상황에서 전문 판매업자 관리도 좀 더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전문 판매업자 사이에서는 최대 10%에 달하는 판매수수료를 두고 지나치게 높은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비교 대상은 네이버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도 중고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데, 입점 및 판매 수수료는 없다. 대신 네이버 스토어 상품을 네이버 쇼핑 서비스에 노출하도록 한 경우 건당 매출 연동 수수료 2%가 붙는다. 네이버페이 주문관리 수수료는 판매자 규모에 따라 1~3.63% 사이다.
기본적으로 중고 거래 플랫폼은 판매자가 내놓는 상품이 많아야 이용률도 높아진다. 지역생활 커뮤니티 기반 당근마켓이 전문 판매자 활동을 아예 금지하는 것과 달리, 번개장터가 전문 판매업자에게 판매 글 작성을 허용하며 열린 공간을 제공해온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일단 중고거래 플랫폼 업계에서는 번개장터의 새로운 서비스가 제대로 자리잡을지 주시하고 있다. 앞서 중고나라도 전문 판매업자와 일반 판매자를 구분하고, 전문 판매업자는 입점 비용을 지불하고 게시글을 올리도록 했다. 그러나 일반 판매자를 전문 판매업자로 보고 제재를 가하는 경우가 이어지면서, 수익을 위해 전문 판매업자만 신경 쓴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또 번개장터 프로상점에서는 중고 상품과 새 제품 등 거래 기준에 부합하는 제품은 모두 판매 가능하다. 상황에 따라서는 중고거래 플랫폼이라는 정체성이 흔들릴 여지도 있는 셈이다.
중고거래 플랫폼 업계 다른 관계자는 “(전문 판매업자를 목표로 한) 상점을 통해 확실한 수익모델을 얻을 수 있고, 향후 브랜드 입점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다. 이미 전문 판매업자가 유입된 상황에서 수수료를 통한 수익모델은 접근하기 쉬운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전 한국유통학회 회장)도 “중고거래 플랫폼들이 이익을 내기 위한 방편으로 수수료 등 구매자와 판매자들로부터의 구독 경제 모델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 번개장터 관계자는 “상품 판매를 돕는 솔루션을 활용해 전문 판매자에게 더욱 편리한 판매 환경을 제공해 전문 판매자를 양성하고, 구매자는 번개페이로 안전하게 전문 판매업자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 중고거래 시장 내 동반 성장의 시너지를 내고자 한다”면서 “프로상점 프로모션은 충분한 기간 동안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