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굽는 것이 비결…연간 폐기량 2.5톤 쓰레기 잡을 묘수
제국호텔 측에 따르면 “샌드위치를 만들고 남은 식빵 테두리는 재료가 묻어 있고 유통기한이 짧아 활용법이 마땅치 않았다”고 한다. 연간 폐기량은 2.5톤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호텔 주방장 스기모토 유 씨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식빵 개발에 나섰다. 그리고 약 6개월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신감각의 식빵을 상품화하기 이르렀다. 테두리까지 하얗고 폭신한 식감을 자랑한다.
저온에서 오랜 시간 숙성시켜 만들기 때문에 기존 식빵보다 훨씬 식감이 촉촉하다. 호텔 측은 “새로운 오븐을 도입해 2023년까지 관내에서 제공하는 모든 샌드위치 식빵을 신제품으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테두리를 잘라낼 필요가 없으므로, 그만큼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샌드위치 가격은 기존과 동일하다.
새로운 식빵의 레시피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기존 식빵보다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굽는 것이 비결”이라고 호텔 측은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식빵은 반죽한 후 200℃ 정도의 고온에서 굽는다. 그로 인해 갈색 테두리가 발생하는 것. 저온에서 천천히 구우면 테두리까지 하얗고 탄력 있는 빵이 된다.
반면, 수분이 충분히 날아가지 않아 쉽게 상할 수 있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호텔 측은 “굽는 시간과 온도, 효모 기능을 활성화하는 ph 값 등을 조정해 이러한 리스크를 줄였다”고 했다. 또한 흰 식빵과 더불어 당근 퓨레를 넣어 만든 노란 식빵도 같이 선보였다.
제조시간은 기존 식빵보다 3배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호텔 홍보 담당자는 “지금까지 샌드위치에 사용하던 식빵은 6시간 30분 정도가 걸렸지만, 신제품은 22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제국호텔의 식빵은 일본에서도 맛있기로 유명하다. 담당자는 “식빵의 맛은 변함없으며 여기에 촉촉함이 더해졌다”고 덧붙였다.
테두리까지 하얀 식빵은 SNS(소셜미디어)에서도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네티즌들은 “처음에는 쓸데없는 발명이라고 생각했는데, 한 해 폐기되는 양을 생각하면 충분히 개발할 가치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 일본 매체 FNN프라임은 “대부분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식빵 테두리를 활용하는 온갖 방법을 궁리한다”면서 “애초 버릴 필요가 없는 식빵을 만들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