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검사 5명 연이어 사의 ‘분위기 뒤숭숭’…특수통 김선규에 강력통 김명석 영입 ‘수사력 보강’
공수처장을 비롯한 공수처에 남은 구성원들은 현 상황 타개를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특수통 검사 출신 김선규 변호사 등을 영입하는 데 성공하면서 수사 기본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는 평도 나온다.
#올해에만 수사관 5명 떠나
올 하반기 들어 공수처 내부 분위기는 매우 좋지 않았다. 본격적인 검사들의 사직이 이어졌다. 6월 문형석 검사를 시작으로 김승현 검사, 최석규 부장검사 등 넉 달 사이 5명이 사의를 표명했다. 이들 5명 가운데 문 검사와 김 검사의 사직은 이미 수리됐으며, 사의가 반려됐던 최 부장은 최근 최종적으로 공수처를 떠나기로 했다. 이승규 검사와 김일로 검사도 사의를 표명했는데 이들은 지휘부의 만류로 사직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처·차장을 제외한 검사 21명 가운데 5명이 사의를 밝힌 상황이다.
자연스레 수사는 차질이 불가피하다. 감사원 3급 공무원 뇌물 비리 사건이나 유우성 씨 보복기소 사건 등 공수처가 진행 중인 수사는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선택적으로 사건을 입건하던 방식에서 자동 입건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면서 검토해야 할 사건 서류는 많아지는데 인력이 줄어들면서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는 후문.
공수처 안팎에서는 ‘김진욱 처장 책임론’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다. 예민한 정치사건을 두고 검사들의 의견을 조율하기보다는 본인이나 수뇌부의 판단과 결정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일부 검사들과 의견 차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공수처 소식에 정통한 법조계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기 전과 후, 공수처 수뇌부가 보여준 의사결정들에 대해 ‘이게 정말 맞느냐’는 내부 비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에도 공수처가 존재해야 할 명분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외부 비판이 계속되면서 사기가 크게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수처는 대선을 6개월 앞둔 2021년 9월 특별한 증거를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 보도를 근거 삼아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예비후보 등을 직접 수사키로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또 손준성 당시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을 상대로 지난해 10월 23일 이례적으로 체포영장을 건너 뛴 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당했고, 재차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또 기각당한 일도 있었다. 영장 청구 및 재청구를 윗선에서 강하게 밀어붙이다가 발생한 ‘수사력 부족 참사’라는 분석이다.
#검사·수사관 임기 손보기로
심각해진 내부 분위기에 공수처 지휘부도 여러 시도를 통해 위기를 해결해 나가고자 노력 중이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조직역량 강화 방안을 연구하기로 했다. 공수처가 발주한 정책연구용역은 수사역량 향상 인재개발 및 확충 등 공수처의 조직역량 강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영국 중대범죄수사청(SFO·Serious Fraud Office) 등 해외 반부패 수사기관 비교 분석을 통한 개선 방안 도출도 검토 중이다. 김진욱 처장은 2021년 9월 중순 영국 중대범죄수사청을 직접 방문해 협력 모델을 논의하기도 했다.
직원 워크숍과 언론 소통 확대 등을 통해 분위기 쇄신에도 나섰다. 안정적이고 소신 있게 수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검사·수사관의 임기도 손보기로 했다. 검사 임기는 기존 3년에서 7년으로 늘리고, 기존 6년이었던 수사관 임기는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임기 개정안을 놓고 구성원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있는데 이는 내부 구성원들이 그동안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시스템 한계를 손보는 동시에, 양질의 인재를 확보하고 소신 있게 수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실제 공수처법상 검사 임기는 3년으로 3회까지 연임할 수 있다. 9년이 보장되는 셈인데 임기가 3년인 처장과 차장의 임기 만료와 맞물리면 인사위원회 구성 및 제청 등 필요한 절차가 지연돼 당연퇴직될 수도 있다. 때문에 공수처는 이를 3년에서 7년으로 손보고, 동시에 정해진 임기 없이 7년마다 적격심사를 통해 부적격자를 퇴출하는 방식인 검찰 인사 시스템 도입도 고민 중이다.
#경력 많은 검사 출신 법조인 영입
공수처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가장 힘을 들인 것은 경력 많은 검사 출신 법조인 영입이다.
최근 기대할 만한 성과도 이뤄냈다. 검사 출신 부장검사 2명을 충원하는 데 성공했다. 강력통 김명석 법무법인 우방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30기)와 특수통 김선규 법무법인 다전 변호사(32기)다.
법조계는 김선규 신임 부장검사를 주목하고 있다. 검찰 재직 시절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등에 파견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 한화·태광그룹 비자금 사건, 저축은행 비리 및 정·관계 로비 의혹 사건 등을 수사했던 대표적인 특수통이다. 김명석 신임 부장검사 역시 인지 수사로만 600여 명을 구속한 대표적인 강력통 검사 출신이다.
이들 외에도 6년여 동안 변호사로 활동하다 5월부터 공수처 수사관으로 근무해온 윤상혁 수사관(변호사시험 4회)도 신임 검사로 충원했다. 검사 출신 채용을 희망했던 김진욱 공수처장은 “공수처의 수사 역량이 배가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여전히 부족한 수사 인력
문제는 여전히 부족한 수사 인력이다. 3명을 충원했지만 여전히 검사 정원(처·차장 포함 25명)에 미치지 못한다. 최석규 공소부 부장검사가 5일자로 퇴직하면 현원은 23명이 된다.
공수처로 자동 입건되는 사건들을 처리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예민한 사건은 여전히 공수처로 밀려들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과 관련해 감사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조사를 받으라고 요구한 것을 놓고, 감사원을 공수처에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고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검찰에서 문재인 정부를 겨눈 잇따른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가며 수사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법조계가 주목한다. 검찰 고위직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공수처는 출범 직후 문재인 정부의 눈치를 심하게 보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정치적 중립성’을 스스로 포기한 분위기를 줬다”며 “정부가 바뀐 지금 ‘검사는 수사로 말한다’는 말에 걸맞게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있을 만큼 공수처의 내부 시스템이 자리를 잡았는지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