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김밥’부터 ‘국뽕 영화’까지…돈스파이크 부적절한 ‘소금 영상’ 뒤늦게 논란
#마약김밥·떡볶이의 유혹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마약’을 검색하면, “당신 곁에 우리가 있어요”라는 문구와 함께 마약류 퇴치 캠페인이 가장 상단에 뜬다. 여기에 마약류중독자 무료 치료 병원 연락처도 기재돼 있다.
하지만 ‘마약’이라는 단어 뒤에 여러 키워드를 더하면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마약김밥을 비롯해 마약떡볶이와 마약옥수수 등 온갖 식품에 ‘마약’이라는 이름을 붙인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온라인뿐만 아니다. 외국인들도 자주 찾는 서울 종로 광장시장에 가면 ‘마약김밥’이라고 쓴 홍보 전단을 붙인 노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여기서 ‘마약’을 붙이는 이유는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을 만큼 ‘중독되는’ 맛을 가진 음식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판매하는 식품의 맛을 자랑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는 것인데, 그런 표현에 익숙해지면서 마약을 대하는 대중의 경각심마저 낮추는 결과가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마약을 연상시키는 표현은 문화 콘텐츠에서도 자주 쓰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뽕’이다. 이는 국가와 히로뽕(필로폰)의 합성어다. 애국심이나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내용으로 대중을 사로잡는 콘텐츠에 흔히 쓰는 표현이다. 17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명량’이나 1400만 흥행을 일군 영화 ‘국제시장’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번 여름 극장에 걸린 ‘한산: 용의 출현’ 역시 ‘국뽕’ 영화라는 평가를 받곤 했다.
한 영화 관계자는 “국뽕은 대중의 심리를 자극해 응원하게 만드는 기제로 쓰인다. 하지만 영화 자체의 만듦새가 헐겁거나 재미가 없다면 아무리 국뽕 요소가 있다고 해도 흥행하기는 어렵다”면서 “이 표현 자체가 그리 바람직하지는 않은데, 이제는 하나의 밈(meme) 현상처럼 흔히 쓰이는 표현이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예로 최근 MZ세대 사이에서는 ‘코카인 댄스’가 유행이었다. 독일 음악인 ‘코카인 2021’에 맞춰 개인 방송 BJ가 춤을 추는 모습이 화제를 모은 후 이를 따라하는 패러디 영상이 쏟아져 나왔다. 이 곡은 “성공의 열쇠 중 하나는 코카인”이라며 “코카인~ 코코카인~”이라는 가사가 반복적으로 나온다.
이 모습은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으로 인기를 끈 배우 허성태가 2022년 1월 쿠팡플레이 ‘SNL코리아’에서 패러디하면서 다시금 주목을 받았다. 허성태가 ‘코카인 댄스’를 추는 영상은 다양하게 활용되며 1000만 뷰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역시 코카인이라는 마약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미성년자들이 접할 때, 코카인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마약 청정국일까
돈스파이크가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되면서 그가 과거 방송에서 보여줬던 모습도 도마에 올랐다. 그는 2022년 5월 유튜브 채널 ‘꼬집(GGOzip)’의 ‘엽이어때’에서 ‘20년 지기 찐친 돈스파이크의 엽이세끼’라는 제목의 영상을 업로드했다. 이 영상에서 돈스파이크는 고기를 굽던 중 접시 위에 하얀 소금을 뿌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러면서 그는 소금 가루의 모양을 보기 좋게 다듬으며 “내가 하니까 약간 좋지 않은 무언가 같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 영상이 게시된 시점은 그가 마약을 투약했다는 의혹을 받은 시점과 겹친다. 게다가 이 방송에서 함께 출연한 가수 정엽은 “비켜봐라”면서 소금에 코를 대고 흡입하는 흉내를 냈다. 여러 영화에서 익히 봤던 마약을 투약하는 모습이다. 이때 자막으로 ‘마약신고 1301’이라며 마약중독캠페인 공익광고가 황급하게 나온다. 돈스파이크가 구속된 지금 시점에서 뒤늦게 이 영상이 부적절하다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한때 한국은 마약 청정국(Drug Free Country)이라 불렸다. UN(국제연합)이 정한 그 기준은 인구 10만 명당 마약 사범이 20명 미만일 때다. 한국은 지난 2016년 이미 그 기준에서 벗어났으며 지금은 ‘마약 신흥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의 일상을 파고드는 ‘마약’이라는 표현을 활용한 마케팅을 없애기 위해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2022년 8월 식품 등의 명칭에 유해약물이나 유해물건에 대한 표현을 사용하거나 광고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