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찰·시민 첨예 대립…거제경찰서 이전 대상지 논란 새 국면

장평동 부지 내년 6월 시설일몰제로 학교용지 지정 자동 해지…“경찰서가 결심하면 이전 못 막아”

[일요신문] 경남 거제지역의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서 이전 장소를 두고 거제시, 시민, 거제경찰서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지역사회 최대의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거제경찰서가 최초 이전을 추진했던 장평동 부지가 내년 6월이면 이전에 필요한 제반 여건을 갖출 수 있는 것으로 본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전 대상지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는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경남에서 가장 낙후된 거제경찰서 모습. 사진=거제경찰서 제공

거제경찰서 건물은 1986년 준공된 건축물로 안전도 검사에서 C등급을 받을 정도로 낡고 비좁아 근무자뿐만 아니라 민원인들의 불편을 가중시키는 등의 이유로 이전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특히 거제시청 소재지가 있는 고현동 일원이 아니라 옥포동에 자리 잡은 경찰서는 강력사건이 많이 발생하는 고현동 일원과 멀어 원활한 사건 대처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지속적으로 받아오고 있다.

이러한 치안 공백을 메우고 민원인에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시청 소재지가 있는 장평동으로 이전을 추진한 거제경찰서에 거제시는 현재 추진하는 행정타운 입주를 강권하고, 옥포동 일부 주민들은 지역경제가 하락한다는 명분으로 반대하고 나서면서 장평동 이전이 어려운 지경에 놓이게 됐다.

거제경찰서는 기획재정부로부터 장평동 이전을 이유로 예산을 받았기에 타 지역으로 이전할 경우에는 예산을 불용처리한 뒤에 다시 예산 배정을 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장평동 이전이 아닌 행정타운으로 이전할 경우 다시 예산을 배정받기란 힘든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거제경찰서의 장평동 이전이 내년 6월이면 무리 없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평동 127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02년 ‘거제장평2지구 택지개발사업’을 추진해 면적 1만 2003㎡를 초등학교 용지로 지정한 곳이다. 거제시는 해당 택지개발사업을 2003년 5월 30일 실시계획 인가했다.

거제경찰서 경찰관의 1인 시위 모습. 사진=정민규 기자

거제시 실시계획 인가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에 따라 시설 일몰제가 적용된다. 해당 법률 제48조(도시·군계획시설결정의 실효 등) 1항에는 “도시·군 계획시설결정이 고시된 도시·군 계획시설에 대하여 그 고시일부터 20년이 지날 때까지 그 시설의 설치에 관한 도시·군 계획시설사업이 시행되지 아니하는 경우 그 도시·군 계획시설 결정은 그 고시일부터 20년이 되는 날의 다음 날에 그 효력을 잃는다”라고 명시돼 있다.

만일 장평동 127을 경상남도 교육청이 소유했다면 동법 제88조 8항에 따라 실시계획 효력은 유지되지만, LH가 소유하고 있는 이상 동법 9항에 따라 학교용지는 실시계획고시 20년이 도래하는 2023년 5월 31일 시설일몰제에 따라 자동 폐기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 따라서 시장은 법률에 따라 지체 없이 그 사실을 고시해야 하며, 고시가 이뤄지면 더 이상 학교용지가 아니다.

국토계획법에 따라 지정된 학교용지는 국토계획법에 따라 시설일몰제가 적용돼 관할 지자체 시장이 해지하지 않더라도 자동적으로 해지된다. 장평동 해당 부지 소유자인 LH 측의 의지에 따라 거제경찰서에 토지를 매매하고 건축허가를 신청하면 거제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만 하는 경우에 놓인다.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한 거제경찰서는 현재 릴레이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다.

거제시민 A 씨는 “경찰서 이전을 두고 이견이 많았지만, 시설일몰제가 적용될 경우 거제경찰서가 결심만 하면 장평동 이전을 막을 수는 없을 것 같다”며 “이왕 이전할 것이면 현 경찰서를 리모델링한 후 옥포동 주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욱 좋은 대안이 될 듯하다”고 말했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