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무호흡증 있거나 잠들기 전 커피 마시거나…당뇨·탈수증·갑상선기능저하증이 원인일 수도
혹시 이런 말을 입에 달고 살지는 않는가. 그렇다면 당신이 피곤한 진짜 이유는 어쩌면 다른 데 있을지 모른다. 전날 밤 충분히 수면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찌뿌둥하거나 하루종일 피곤함을 느낀다면 문제는 수면에 있는 게 아니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이유 없는 피곤을 호소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잘못된 생활습관이나 건강상의 문제가 진짜 원인일 수 있다. 영국의 ‘메일온라인’은 얼마전 과학자들의 의견과 조사를 바탕으로 당신이 피곤한 진짜 이유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소개했다.
#코를 골고 있다
만약 당신이 싱글이거나 혼자 살고 있다면 자신이 코골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수면 무호흡증이다. 실제 코 고는 사람들 10명 가운데 1명은 수면 무호흡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경우 수면 중에 최소 10초 이상 호흡이 멈추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중간에 잠을 깰 수밖에 없다.
수면 무호흡증은 숙면을 방해하기 때문에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잠을 제대로 못 잘 경우, 몸이 휴식을 취하지 못하게 되고 이로 인해 온몸의 장기에 추가적인 스트레스가 가해지게 된다. 또한 수면 무호흡증이 지속되면 고혈압 발병률이 높아지고, 이는 결국 뇌졸중과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암 발병률과도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수면 무호흡증 환자 4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스웨덴의 한 연구에 따르면, 증상이 심한 사람들은 폐암, 전립선암, 피부암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았다. 다만 연구진들은 수면 장애가 암의 원인인지, 아니면 증상인지는 확신하지 못했다.
수면 무호흡증은 특히 비만과 관계 있다. 다시 말해 살이 찐 사람들에게서 더 자주 나타난다. 이 밖에도 똑바로 누워 등을 대고 자거나, 흡연 및 음주 습관과도 관련이 있다.
내가 수면 무호흡증인지 알아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에 대해 ‘메일온라인’은 만약 당신이 수면 무호흡증을 겪고 있다면 낮 동안 매우 피곤함을 느낄 것이라고 조언했다. 혹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 머리가 멍하거나 두통이 있을 수 있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잠자는 동안 기도를 열어두는 마우스피스(잇몸 실드)와 같은 장치를 착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카페인 섭취 시간이 문제다
카페인은 양날의 검이다. 만약 당신이 피곤하고 무기력하다고 느낀다면 카페인이 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숙면을 포기할 각오를 해야 한다.
실제 2013년 실시된 한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잠자리에 들기 6시간 전에 커피, 차 또는 에너지 드링크를 마신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1시간 정도 잠을 덜 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는 평소 잠을 잘 자는 16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이들 모두는 하루에 6~8시간을 자고, 보통 잠자리에 든 후 30분 이내에 잠이 드는 사람들이었다.
카페인이 수면에 방해가 되는 이유는 뇌의 수면을 촉진하는 아데노신 수용체를 차단하기 때문이다. 아데노신은 멜라토닌과 함께 수면을 관장하는 물질 가운데 하나로, 부족할 경우 수면 장애를 겪게 된다.
그런가 하면 2015년의 한 연구는 카페인이 생체 리듬의 시간을 늦출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에 참여한 5명의 사람들은 49일 동안 철저하게 통제된 상태로 생활했다. 가령 잠자기 전에 더블샷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하루 종일 밝거나 어둑한 조명에 노출됐으며, 위약을 투여 받는 등 다양한 조건에서 실험에 참여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놀랍게도 이들 대부분의 생체 리듬은 40분가량 늦춰졌다.
카페인은 몸에 흡수되면 최대 10시간까지 머무르게 된다. 이는 다시 말해 밤 10시에 잠자리에 들 계획이라면, 늦어도 오후 12시까지는 카페인 섭취를 중단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카페인은 또한 다른 방식으로 우리 몸을 더 피곤하게 만들 수 있다. 일단 각성 효과가 사라지면 우리 몸에서는 갑자기 한꺼번에 아데노신이 폭발적으로 분비되면서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만약 설탕, 시럽, 꿀 등 당분이 첨가된 커피나 차를 마실 경우 수면 장애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요컨대 단 성분의 음식을 먹은 후 나타나는 극심한 피로 현상인 ‘슈거 크래시’ 때문이다.
#탈수 증상 때문이다
실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탈수 증상을 겪고 있다. 뉴욕병원과 코넬의료센터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3000명의 피실험자 가운데 75%가 만성 탈수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영국의 여론 조사 결과, 영국인들은 하루 평균 850ml의 물을 마시는데 이는 하루 권장 섭취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우리 몸이 제대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분이 필요하다. 뇌 역시 마찬가지다. 뇌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지 않으면 정신적으로 피곤해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2019년, 중국 베이징대학의 연구진들은 심각한 탈수증이 지적 능력과 기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발표했다. 당시 연구진들은 하루하고 반나절 동안 물을 마시지 않고 버틸 수 있는 20명을 피실험자로 모집했으며, 수분이 부족하기 전과 후에 느끼는 기분을 조사했다.
그 결과, 탈수 상태인 사람들이 두 배로 피곤함을 느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국제환경연구 및 공중보건 저널’에 발표된 이 연구에서는 또한 탈수 증상이 나타나면 글씨를 읽는 속도나 반응 시간이 늦어지고 더 많은 오류를 범하게 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그런가 하면 킹스칼리지 런던의 수피안 하산 박사 역시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지 않으면 뇌를 포함한 모든 신체가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수분 섭취는 차, 커피, 우유, 과일 주스를 통해서도 가능하지만, 단연코 최고의 방법은 생수를 마시는 것이다.
#당뇨를 앓고 있다
딱히 이유 없이 기운이 처진다면, 어쩌면 당신은 당뇨병을 앓고 있을 수 있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당뇨인지 모르는 상태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경우, 약 85만 명의 사람들이 제2형 당뇨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미국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하산 박사는 당뇨병으로 몸이 피곤한 이유는 혈당 수치가 너무 높거나, 혹은 너무 낮은 경우 수면 장애를 겪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면의 질이 혈당 수치에 좌우된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밝혀진 내용이다. 부적절한 혈당 수치로 인해 몸이 피곤해지면 결국 잠을 못 자게 된다”고 덧붙였다.
수면 부족으로 인해 나타나는 건강상의 문제는 많다. 가령 인슐린 저항성,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수치 증가, 체내 염증 증가 등이 그렇다. 브리스톨대학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수면 장애를 치료하면 14kg을 감량할 때와 맞먹을 정도로 혈당 수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
그렇다면 당뇨의 징후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만약 평소에 이유 없이 늘 피곤하고 소변을 보기 위해 밤에 자주 일어난다면 이는 당뇨의 징후일 수 있다. 또한 자주 목이 마르고, 이유 없이 체중이 감소하거나, 시야가 흐릿해지고, 상처가 낫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경우에도 당뇨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철분이 부족하다
어쩌면 붉은 고기, 짙은 녹색 채소, 콩류를 충분히 섭취하지 않아서 몸이 피로할 수도 있다. 이런 식품들의 공통점은 모두 헤모글로빈의 주요 성분인 철분이 풍부하다는 사실이다. 헤모글로빈은 적혈구에 있는 단백질의 일종으로, 신체의 모든 부분에 산소를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 실시된 수많은 연구에 따르면, 체내 철분이 부족할 경우 빈혈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피로감, 호흡곤란, 불규칙한 심장박동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철분을 보충하는 방법은 철분 보충제를 처방 받거나 평소 철분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방법 등이 있다.
#갑상선기능저하증 때문이다
갑상선 호르몬 가운데 하나인 티록신 수치가 낮아서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다. 티록신은 몸 전체의 신진대사에 영향을 미치며, 부족할 경우 두뇌 활동이 느려지면서 기분이 저조해진다.
이와 관련해서 하산 박사는 “호르몬은 신체의 모든 세포와 조직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하다. 호르몬은 화학적 메신저이고, 여러분의 몸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피로감뿐만 아니라 심장병을 앓을 확률이 높으며, 난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목 주위가 부어 오르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