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지마 골프 그게 접니다”
▲ 방송에서 ‘냉철한 의학박사’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는 홍혜걸 의학전문기자는 필드에 서면 모험심 강한 장난꾸러기 소년이 된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필드에서 그를 못 봤다면 그는 내게 영원히 ‘반듯한 홍 박사’였을 것이다. 우연히 함께 라운드를 한 날 그에 대한 인상이 바뀌었다. 그는 그날 등산용 캐주얼 바지에 골프 모자도 쓰지 않은 자유분방한 차림으로 골프장에 나타났다. 방송에서 보던 중저음 베이스 신사는 온데간데없고 엄벙덤벙한 소년으로 깜짝 변신을 한 것이다. 시종일관 유쾌한 라운드였다.
여러 잔상들을 기억하면서 그의 도곡동 사무실을 찾았다. 몇 년 전부터 프리랜서로 활약하고 있어서 조용한 오피스텔을 예상했는데, 문을 열자마자 큰 조명기구가 눈에 들어왔다.
―사무실이 특이하네요. 직원들도 있고. 여기서 뭘 하세요?
▲의학 전문 동영상 사이트를 개설해서 제가 직접 진행도 하고 의사들을 모시고 방송을 합니다. 사무실 겸 촬영장으로 쓰고 있는 거죠.
―방송에, 강연에, 사업에 바쁜데 골프는 언제 나가세요?
▲그래서 요즘엔 많이 못나갔습니다. 전성기 때는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스케줄을 만들어서 나갔는데 시간이 너무 부족하더라고요. 올해는 다시 열심히 나가려 합니다.
골프경력 6년에 평균 90대 스코어면 무난한 실력이긴 하지, 어디 가서 뽐낼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그는 골프가 즐겁다고 했다.
―골프가 왜 좋으세요?
▲어려워서 좋습니다. 늘 도전하게 만드니까요. 그런데 어렵기만 하면 화가 날 텐데 어쩌다 한 방도 있잖아요. 저는 미숙한 골프를 합니다. 골프를 칠 때 순전히 기분파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잘 안 맞으면 화를 내던데, 저는 반대입니다. 10개 쳐서 두세 개 잘 맞는 샷이 나오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고요. 영주 씨도 보셨지만, 전 OB를 잘 냅니다. 처음부터 노선이 ‘즐기는 골프를 하자’였거든요. 골프하면서까지 스트레스를 받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스코어에도 연연해하지 않아요. 어떻게 보면 제 자신과의 타협인데요. 어차피 지금 제 스케줄로 골프 연습을 따로 시간 내서 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점수 안 나온다고 투덜대면 잘못된 것 아닌가요. 지금 90대 골프로 만족합니다. 어쩌다 80대 후반 한 번 나오면 그날은 경사 난 날이고 망가지면 100개도 넘게 칩니다.
▲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그런데 남자들은 대개 승부욕이 강하잖아요. 그렇게 맘 편하게 치시면 동반자들한테 무시당할 때는 없어요?
▲그래서 고등학교 친구들하고 자주 칩니다. 제일 재밌거든요. 그리고 저 무시당하지 않습니다. 제가 중요한 내기는 져본 적이 없습니다. 이래 보여도 ‘상수 킬러’거든요. 잘 치는 친구들은 못 치면 망신이지만, 저는 못 쳐도 아무도 신경 안 쓰기 때문에 마음이 편합니다. 그래서 내기를 세게 하면 거의 제가 이깁니다. 하하.
생각할수록 맞는 말이었다. 골프는 멘탈이고 아마추어는 멘탈이 100%란 말이 있다.
―워낙 많이 알려진 분이라 필드에서 사람들이 알아보지 않나요? 재밌었던 일 없어요?
▲레이크 사이드(서울 근교에 있는 대형 골프장)에 갔을 때 크게 당황한 적이 있습니다. 그날 중간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제 뒤에 거의 7~8팀이 그늘집에서 기다리게 됐습니다. 여자팀들도 있었고요. 티샷 할 때가 돼서 나갔더니, 갑자기 사람들이 제 스윙 구경한다고 우르르 나와서 쳐다보더라고요. 그때는 너무 떨려서 완벽한 슬라이스 오비 냈습니다. 사람들이 제가 계면쩍어 할까 봐 웃지는 않더라고요.
―골프 칠 때 정한 원칙 같은 것 있나요?
▲저는 장애물이 있거나 거리가 많이 남았어도 파5에서 무조건 투온 시도를 합니다. 그래야 이글이나 버디 기회가 생기니까요. 물론 대개는 실패하지만, 그래도 도전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지 않습니까. 남들이 비웃어도 무조건 합니다. 그리고 혼자 즐거워합니다. 골프는 재밌어야 되는 거 아닌가요?
만일 그가 일할 때도 이런 모습이었다면 우리나라 최초의 의학전문기자로 성공하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학정보를 늘 긍정적으로만 전할 수는 없지 않은가. 냉철하고 이지적인 평소 모습과 설렁설렁한 그의 골프 멘탈 중 어떤 게 진짜 그의 모습인지 궁금했다.
“글쎄요. 그 두 가지가 다 접니다. 학생 때 제 별명이 골동품이었습니다. 제 친구들은 그래서 아직도 제가 방송하고 남 앞에 나서는 걸 신기해합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골프 칠 때 장난꾸러기 같고 모험심 많은 성격이 진짜 저라고 생각합니다. 92년에 처음 의학전문기자가 되겠다고 했을 때 제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반대했습니다. 부모님도 마찬가지구요. 안전하고 편안한 의사의 길을 마다하고 기자를 하겠다고 했으니까요. 그렇지만 그때도 제 안의 나이브하고 감성적인 면이 남들이 안가는 길을 택하게 했던 것 같습니다. 골프 칠 때 나오는 제 안의 진짜 성격 때문에 지금도 방송도 하고 강의도 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SBS 아나운서 최영주
홍혜걸 박사 ‘나만의 골프’
헤드업을 해라. 다만 임팩트 이후에 해라. 굴곡과 회전이 동시에 걸리는 골프 자세가 척추에 가장 큰 부담을 준다. 무조건 헤드업을 안 하려고 공만 보다가 골프를 못 치게 될 수도 있다. 끝까지 공만 보고 있으면 다친다!
헤드업을 해라. 다만 임팩트 이후에 해라. 굴곡과 회전이 동시에 걸리는 골프 자세가 척추에 가장 큰 부담을 준다. 무조건 헤드업을 안 하려고 공만 보다가 골프를 못 치게 될 수도 있다. 끝까지 공만 보고 있으면 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