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록 2차장 감사원 파견 국감 도마 위에…“좌천 아냐” 법무부 해명에도 검찰 내부 갸우뚱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여전히 김형록 검사 인사를 놓고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감사원에서 검사의 파견을 원한 것은 맞지만, 김형록 2차장검사를 콕 집어 원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검찰 내에서는 ‘수원지검 수사팀을 향한 수뇌부의 질책’이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최근 쌍방울그룹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동훈 장관 "좌천은 아니다"
김의겸 의원은 6일 벌어진 법무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형록) 차장검사가 감사원으로 쫓겨났다”며 “(야당 인사들에 대해) 제대로 수사 안 하면 쫓겨날 수 있다는 신상필벌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직 법무부 장관인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가세했다. “(수원지검 2차장검사로 부임한 지) 두 달밖에 안 된, 그것도 특수 사건을 해야 하는 2차장검사를 감사원 비보직으로 보내는 게 좌천이지 영전이냐”고 따졌다.
한동훈 장관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소지로 해명했다. 한 장관은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검찰총장의 의견을 받아들여 인사를 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앞선 법무부의 해명을 토대로 한 발언이긴 했다. 앞서 법무부는 김 차장의 인사 소식이 보도된 9월 23일 “감사원의 파견 요청에 따라 검찰 내 조율을 통해 김형록 차장검사를 파견 보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감사원과 검찰 교류가 줄어들면서 감사원 검사 파견 관행이 중단된 바 있는데 최근 최재해 감사원장이 법무부와 검찰 측에 ‘법률자문관 부활을 위한 검사 파견’을 희망하면서 김형록 차장검사가 가게 됐다는 게 법무부의 입장이다. 실제 한동훈 장관은 “좌천은 아니”라며 “영전이다 좌천이다를 말할 수 없다. 이번 파견을 두고 일각에서는 감사원을 장악하기 위해 요직에 보냈다는 음모론도 있었다”며 민주당 의원들의 비판을 반박했다.
#'특수통' 김영일 직무대리
검찰 내에서는 워낙 파격적인 인사라는 점 때문에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정상적인 인사에서 감사원 파견을 받게 되면, 영전성 인사로는 절대 보지 않는 곳”이라며 “하물며 유력 정치인의 특수 수사를 주도하는 수원지검 2차장검사으로 임명된 지 두 달여 만에 감사원으로 갑자기 가게 된다는 것은 ‘앞선 수사팀에서 필요없다’는 신호이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좌천성 인사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좌천으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실제 정치권과 검찰 안팎을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감사원은 ‘검사 파견’을 원한 것은 맞지만 김형록 2차장검사를 콕 찍어 파견해달라고 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정치권 관계자는 “감사원이 최근 진행되는 감사 내용에 대한 수사 필요성 및 법리 검토 등을 위해 검사 파견을 원한 것은 맞지만 특정 검사를 지목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지지부진했던 수원지검의 쌍방울그룹 수사를 질책하고, 수사팀원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김형록 2차장검사를 인사 두 달여 만에 감사원으로 보내버리는 강수를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실제로 법무부는 김형록 2차장검사를 감사원으로 보내는 동시에, 이 자리에 김영일 수원지검 평택지청장(사법연수원 31기)을 직무대리로 발령냈다.
김영일 수원지검 2차장검사 직무대리는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 가운데 한 명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던 2017~2018년 특수1부 부부장검사를 지낸 바 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이던 2019~2020년에는 대검 수사정보1담당관으로 총장의 정보라인 역할도 담당했다. 특수 수사를 맡기면 ‘성과’를 내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는 게 내부 평이다.
김영일 직무대리와 동기인 검찰 출신 변호사는 “원래 수원지검 2차장검사 자리에 ‘김영일이 가면 잘 할 것’이라는 게 인사 전부터 나왔던 얘기였다. 어떻게 보면 원래 본인 자리에 가게 된 셈이기도 하다”면서도 “거꾸로 김형록 2차장검사가 처음 가게 됐을 때 의아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런 점을 종합하면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가 앞선 인사가 실패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서히 드러나는 성과?
실제 법무부 인사 교체 이후 수원지검의 수사는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 김영일 직무대리가 수사팀을 이끈 직후인 9월 말 이재명 민주당 대표 경기도지사 시절 측근이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구속하는데 성공했다.
이화영 전 부지사는 쌍방울과 10년여 인연을 가진 인물로 이재명 대표와 쌍방울 사이 연결고리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검찰은 이 사장 구속 직후 2019년 대북 사업을 추진했던 경기도와 쌍방울 사이 유착 의혹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관련 압수수색도 광범위하게 진행 중이다.
동시에 이번 수사의 핵심 인물인 쌍방울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 검거에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김 전 회장은 5월 말 동남아 일대로 출국한 뒤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법무부는 김영일 직무대리를 수원지검에 보내면서 동시에 범죄인 인도 등 국제형사사법공조를 위해 대검에 있던 조주연 부장을 수원지검으로 파견했다.
그동안 수원지검이 핵심 인물들의 신병을 확보하지 않았던 것을 이원석 검찰총장도 지적한 바 있는데, 이를 토대로 김형록 2차장검사를 질책성 파견 보내고 빈자리에 전문가 2명을 각각 배치했다는 풀이가 힘을 받는 대목이다.
앞선 법조인은 “수원지검의 앞선 수사팀이 출국금지 조치를 하지 않는 등 검사라면 응당 해야 할 조치들을 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며 “그로 인해 차질이 생긴 지점을 질책하고 수사 성과를 더 독려하기 위해 ‘독한 사람들’을 내려 보내는 인사가 필요했고 감사원 파견은 그를 위한 명분이 된 셈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