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12일 방송되는 KBS '생로병사의 비밀' 839회는 '미세 팬데믹 1부 시작된 재난, 미세 플라스틱' 편으로 꾸며진다.
종이컵, 컵라면, 일회용 용기, 폴리 에스터로 만들어진 옷, 식재료를 담은 비닐봉지들. 우리의 일상 속 어디를 보아도 플라스틱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플라스틱은 1950년부터 2015년까지 66년 동안 83억 톤이 생산됐다. 이 중 63억 톤이 쓰레기로 폐기됐고 일부만 재활용(9%)되거나 소각(12%)되고 나머지(79%)는 매립되거나 자연에 그대로 버려졌다고 미국 조지아 대학 연구팀은 발표했다.
버려진 플라스틱은 바람과 햇빛, 파도에 부서져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한 플라스틱이 되어 때로는 기류를, 때로는 해류를 타고 다니다 해발 고도 8848m 에베레스트의 정상에서 발견되었다. 뿐만 아니라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미지의 땅 남극의 내리는 눈에서도 발견되었다. 청정지역으로 생각됐던 곳들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된 것이다.
그리고 2019년 세계자연기금(WWF)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한 사람이 일주일간 섭취하는 미세 플라스틱은 약 2000개. 무게로 환산하면 신용카드 한 장의 무게인 5g에 달한다는 내용을 담은 충격적인 보고서였다.
해양 생물들의 생명만 위협하는 줄 만 알았던 미세 플라스틱이 인간의 몸 안으로 들어온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가 공개되자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미세 플라스틱이 우리 몸에 들어와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이나 전문가들은 이것이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되어있던 재난의 신호라고 이야기하며 사전 예방의 차원에서 미세 플라스틱의 문제에 접근할 것을 이야기한다.
미세 플라스틱이 우리의 일상과 건강에 미칠 영향을 경고하고 미세 플라스틱으로부터 어떻게 하면 나, 그리고 우리를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해 알아본다.
제작팀은 먼저 우리의 일상에서는 얼마나 많은 미세 플라스틱이 있는 것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대기, 토양, 바다, 옷, 식재료, 종이컵을 비롯한 일회용기 등의 5개의 분야의 실험을 의뢰했다. 실험을 통해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고 어떤 방식으로 인체에 들어와 쌓이게 되는지 알아본다.
2020년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 연구팀은 기증받은 인간의 시신에서 조직 샘플을 채취했고 인체 47개 기관과 조직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미세 플라스틱의 크기에 따라 대부분 몸 안에 들어오면 배출이 되지만 일부 아주 작은 미세 플라스틱은 배출되지 않고 몸 안에 쌓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살아있는 사람에게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됐다. 헐 대학교 연구진은 열세 명의 건강한 사람 폐 조직 샘플을 분석한 결과 열한 명의 폐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발견할 수 있었다. 놀랍게도 폐의 상부보다 약 4배나 많은 미세 플라스틱이 폐의 하부에서 검출됐다. 경희대학교 의예과 박은정 교수는 호흡을 통해 폐로 들어온 미세 플라스틱은 배출되지 않는다며 그 위험성을 경고한다.
이동욱 서울대 병원 환경 클리닉 교수는 미세 먼지에 빗대어 미세 플라스틱이 우리 몸에 들어와 장기간 체내에서 순환하게 된다면 전신적인 염증 반응과 심근경색, 협심증, 뇌졸중 등의 원인이 충분히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 외에도 흡입했을 때 마치 석면처럼 폐에 박혀 암과 폐섬유화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김진수 박사 연구팀은 올해 초 미세 플라스틱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 등의 뇌 발달 장애가 세대를 거쳐서 유전적인 이상으로 축적되어 나타날 수 있음을 밝혔다.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한 어미 쥐에게서 태어난 새끼 쥐들을 관찰한 결과 사회성 결여, 반복적, 강박적인 행동과 함께 유전자 변화와 장내 미세 균총의 변화가 나타났는데 그 모든 것들을 총괄해서 볼 때 이것은 자폐스펙트럼장애와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증상은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한 영향이 고농도로 축적되는 미래세대로 갈수록 더 큰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표했다.
전문가들은 유일한 해결책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가능하다면 플라스틱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불편한 삶을 살 것을 제안한다. 하지만 이것은 한 국가, 한 명의 개인, 한 기업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개인은 플라스틱을 줄이는 기업의 물건을 소비하고 국가는 기업의 생산을 조율하는 등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는 정부와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그 가운데 개인이 미세 플라스틱의 위협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더 안전해질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방법까지 소개할 예정이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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