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법 발상지에서 16일까지 다양한 전시…괴산 왔다면 호젓한 산막이옛길 여행은 덤
마트 등에서 농산물을 구입할 때 농산물 포장에 붙어있는 유기농(Organic)과 무농약 마크를 신경 써서 확인하면서도 그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소비자가 많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기준에 따르면 친환경인증은 재배 및 사육 방식에 따라 구분된다.
유기농은 3년 이상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은 땅에서 화학 비료나 유기합성농약을 일체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농산물을 말한다. 한편 무농약은 유기합성농약은 일체 사용하지 않지만 화학비료는 권장량의 3분의 1 이내를 사용해 재배한 농산물을 뜻한다. 즉 무농약은 농약을 쓰지 않지만 약간의 화학비료는 사용한다. 유기농과 무농약 등 식품의 친환경 인증정보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친환경인증관리정보시스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류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을 겪으며 좋든 싫든 환경과 기후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소비자들의 유기농에 대한 관심도 커지면서 유기농식품에 비용을 더 지불하겠다는 소비자의 의사는 계속 높아지고 있고 유기농 식품의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식품 시장 규모는 약 2조 원에 달한다. 국내 유기농 전문 매장의 매출액도 80% 이상 증가했다. 이는 맛이나 비용보다는 건강과 면역력 증진에 식품 소비의 비중을 더 두겠다는 의미로 파악된다.
#‘유기농이 여는 건강한 세상’
유기농산물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2022 괴산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에 가보자. 괴산은 국내 유기농업의 발상지로 9월 30일에 개막해 10월 16일까지 열리는 2022 괴산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는 ‘유기농이 여는 건강한 세상’을 주제로 다양한 전시를 펼친다.
엑스포 전시는 유기농을 단순한 농업방식으로 바라보는 것을 넘어 토양과 생태계를 비롯해 인류의 건강을 유지하는 생산체계로 규정하고, 기후위기 시대를 사는 현대인이 탄소중립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한 미래상을 제시한다. 탄소중립이란 대기에 배출되는 온실가스, 즉 탄소의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2015년 이후 7년 만에 열리는 2022 괴산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는 총 6개의 전시관과 15개의 야외 체험공간에서 유기농 농산물과 식품뿐 아니라 유기농과 관련한 생활용품과 각종 자재를 비롯해 화장품과 헬스케어 산업을 두루 전시한다.
주제전시관과 국제협력관에서는 유기농의 과거·현재·미래를 관람할 수 있고, 400여 개의 기업이 참여하는 산업관에서는 실생활에 가까이 있는 각종 유기농산물들을 구경하고 구매할 수도 있다. 또 유기농직거래장터, 유기농식당에서 장도 보고 유기농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야외전시장 한편에선 유기농법과 노지스마트농법, 유기원예 등도 체험할 수 있다.
전시에 참가한 충남 홍성의 유기농부 주형로 씨는 “화학제품을 많이 사용하는 농업은 빠르게 목표를 달성하지만 생물다양성을 사라지게 한다. 천천히 조금씩이지만 생물다양성을 지키며 더 발전하는 것이 유기농”이라고 말한다.
괴산유기농엑스포 전시는 유기농을 넘어 기후위기와 인류의 미래를 이야기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유기농 벼의 재배가 일반재배보다 토양의 탄소저장 능력을 23% 증대시킨다. 또 유기농 토양이 일반농업을 하는 토양보다 토양유기탄소를 18% 더 저장한다는 점에서 유기농이 기후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막대하다고 알려져 있다. 유기농법을 사용하면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제조할 때 나오는 탄소 발생도 줄일 수 있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제시한 탄소중립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2050년까지 전지구적으로 달성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기농엑스포 관계자는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탄소 배출량 저감뿐 아니라 탄소 저장량도 늘려야 한다. 토양의 탄소저장이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평가되면서 토양 관리 기술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며 “일반비료가 아닌 가축분과 같은 유기자원의 활용과 윤작 같은 유기 농경지 관리 기술이 토양의 탄소 저장량을 늘리는 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산막이옛길 호수여행
괴산에 갔다면 산막이옛길도 걸어보자. 산막이옛길은 산 깊숙한 곳, 주변 산들이 장막처럼 둘러쳐져 있다고 해서 '산막이'라고 이름 붙었다. 산막이마을 사람들이 오가던 옛길이다. 사오랑 마을에서 산막이 마을까지 연결됐던 총 길이 4km의 옛길인데 친환경 공법을 사용해 환경 훼손을 최소화한 데크 산책로로 정비되어 있다.
옛길은 괴산호수와 어우러져 아늑하고 정겹다. 이 일대는 조선시대부터 연하계곡이라 불리던 명승지였다. 산막이옛길은 가을날 주변 소음 없이 트레킹하기에 더없이 좋다. 차돌바위 주차장에서 연하협 구름다리까지 걸어서 왕복할 수도 있고, 괴산호유람선을 타고 그야말로 한량처럼 유람할 수도 있다. 지붕 없는 배의 2층으로 올라가 탁 트인 산야를 원 없이 누린다.
산막이옛길을 걷다보면 옛길 따라 문득 시공을 초월해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준다. 여행객이 드물지 않은데도 왠지 고요하고 풍경은 익숙한 듯 생경하다. 호수는 장막처럼 펼쳐진 주변 산들의 초록빛과 하늘 빛이 반영되어 초록빛을 띠다가 금세 하늘 빛으로 바꾼다. 초록 호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다.
괴산=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