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14일 방송되는 KBS1 '다큐온'은 '우리 동네에 소각장이 들어온다면' 편으로 꾸며진다.
1995년 종량제가 시행되며 서울시의 쓰레기는 획기적으로 줄어 들었지만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재활용과 감량은 한계에 다다랐다. 서울의 하루치 생활 쓰레기가 하루 3000 여 톤 이상 발생하는 상황에서 2026년부터는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금지한다는 환경부의 발표에 따라 서울을 비롯한 지자체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1일 소각량 1000톤 규모의 신규 자원회수시설을 조성한다고 발표했고 소각 시설의 필요성은 알고 있지만 후보 지역을 둘러싼 마음들은 복잡하기만 하다. 전 세계에서 쓰레기 분리 배출을 가장 잘 실천하는 것으로 알려진 우리나라, '소각'의 오랜 역사가 있는 일본, 소각 시설을 세계적 랜드마크로 만든 덴마크 3국의 쓰레기 배출과 그 종착점을 따라가 본다.
간밤에 주문한 택배를 집안으로 들이는 아침. 박스를 뜯고 수많은 포장재를 분류하며 품목별로 쓰레기 분리배출을 하지만 모든 게 재활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재활용이 불가한 생활 쓰레기는 결국 종량제 봉투 속으로 들어간다. 서울 시내 총 4곳의 자원회수시설로 반입되는 생활쓰레기 소각 양은 1일 2200 여 톤.
하지만 서울, 경기권의 쓰레기를 땅 속에 묻어온 수도권 매립지가 2026년부터 직매립이 금지되며 하루 1000여 톤의 서울 쓰레기는 갈 곳을 잃게 된다.
지난 8월 서울시는 마포구 상암동을 신규 자원회수시설 후보지로 발표했다. 기존 750톤을 소각하던 마포자원회수시설을 철거하고 신규 소각시설의 지하화, 지역의 랜드마크화를 강조했지만 해당 구 주민들의 반발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우리 동네에 소각장이 들어온다면 가장 먼저 대기오염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20년간 폐촉법(폐기물처리시설 촉진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서울 시내 3곳의 자원회수시설과 인근 300미터 반경 주거지의 오염물질을 측정하고 있고 현재까지 법적 기준을 초과한 적은 없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지만 후보지역 주민들은 기존시설이 철거되는 기간까지 두 개의 소각장이 동시에 운영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다.
연세대 예방의학교실 임영욱 교수는 "서울시 입장에서는 두 개의 소각장이 동시 운영될 때의 영향에 대한 것들을 정확히 예측해서 주변 주민들의 영향권역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 즉 소각장에서 발생되는 오염 물질들이 어느 농도로 얼마큼의 거리에 이동됐을 때의 영향에 대한 부분을 정확히 예측해서 주민들에게 설명을 해줄 필요성이 있다고 보입니다"라고 말했다.
'쓰레기 대란'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쓰레기 처리 문제는 대량 생산, 대량 소비가 가능해진 산업혁명 이래로 줄곧 인류와 함께해 왔다. 매립을 줄이고 있는 국가들의 공통 대안은 도심 속에 소각 에너지 발전소를 짓고 쓰레기를 소각하여 에너지로 활용하는 것. 환경부가 입법 예고한 방식 또한 소각 뒤 남은 재를 매립하는 방식이다.
폐기물 소각시설의 장점은 고온의 소각로에서 폐기물을 빠르게 분해하는 '통제 가능한 환경'이기 때문에 유해물질 관리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도 '소각장' 대신 붙여진 '자원회수시설' 이라는 이름처럼 단순히 쓰레기를 소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소각시 발생하는 폐열로 인근 지역의 냉·난방열원으로 공급하거나 증기터빈을 가동하여 전기를 생산, 대체에너지로 활용한다. 또 소각시 발생하는 잔재물로 보도블럭이나 벽돌을 만드는 등 자원을 최대한 재활용하고 있으며 이는 환경 선진국들이 시행하는 자원 순환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2018년 일본의 쓰레기 매립률은 1%. 메이지유신 시대부터 매립을 시작하며 더 이상은 매립이 불가능해진 일본은 일찍이 폐기물 정책을 바꿔 소각을 시작했다. 현재 일본의 소각 상황은 어떨까. 놀랍게도 가정의 음식물 쓰레기와 플라스틱까지 함께 소각장으로 보내지고 있었다. 또한 각 자치구마다 하나의 소각장이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여러 구의 쓰레기를 통합하여 소각하는 광역화 시설도 98년부터 운영되고 있었다.
덴마크 코펜하겐. 도심 속 '아마게르 바케' 소각장은 '코펜힐' 이라 불리며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납작한 지형의 도심에서 유일하게 낮은 산과 같은 형태, 경사가 45%에 달하는 아마게르 바케의 옥상에 슬로프를 올린 것. 사계절 스키를 탈 수 있도록 특수 마감재가 설치되었다.
스키장은 물론, 암벽등반, 등산로, 전망대까지 종합 레저타운을 방불케 하는 이 놀라운 발상은 매년 스키를 즐기기 위해 스웨덴, 노르웨이, 알프스 등으로 떠났던 53만 명의 덴마크 스키어들을 붙든 것은 물론 전 세계 관광객들을 코펜하겐으로 이끌었다.
기피시설을 관광명소로 바꾼 데 대한 관심이 뜨겁지만 아마게르 바케 책임자는 눈에 보이는 외관, 도심의 랜드마크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안전한 환경과 철저한 관리라고 강조한다.
환경안전성이 입증된 현대화된 소각장이 도심 속에 자리잡기까지는 오랜 기간의 합의가 필요하다. 국내에도 시민들의 안전을 담보하고, 정보공개와 시설 운영에 주민들을 참여시켜 투명성을 확보한 소각시설이 있다.
150미터 그린타워에 올라서면 아산의 전경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곤충관과 식물원, 장영실 과학관 등 매주 아이들 손을 잡은 가족들로 북적이는 아산환경과학공원. 아산시의 랜드마크가 된 이곳은 하루 200톤 규모의 생활쓰레기를 소각하는 생활자원처리장이다.
소각 후 폐열로 연간 5억 원 정도의 식물원 난방비를 절감하고 스팀과 온수를 이용해 마을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 뼘 인식의 벽을 넘기 위해 10년이 넘는 합의를 거치며 어렵게 주민들의 마음을 얻었다.
소각의 필요성, 자원 회수라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쓰레기', 누구나 염려할 수밖에 없는 '환경안전성'까지 소각장을 둘러싼 논란은 비단 주민들의 '님비 현상으로만 단정지을 수 없는 복합적인 문제다.
쓰레기 재난을 피할 수 없는 시대, 우리가 생각하는 소각장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모색해 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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