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기간 늘어난 만큼 보험료 ‘쑥’
원래 손해보험사는 종신 사망률을 사용할 수 없다. 즉 ‘수명을 다해 사망할 경우 어떤 보장을 해주겠다’라는 약속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99세 만기로 정기보험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다가 평균수명이 길어지자 이를 반영하여 위험률을 갱신, 100세 이상까지 보장기간을 늘린 것을 마케팅 차원에서 마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것처럼 100세보험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판매하게 된 것이다.
보장기간이 늘어나면 혜택이 늘어나고 상품이 좋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보장 기간이 길어진 만큼 100세형 정기보험의 보험료도 당연히 더 많이 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100세 보장 상품이라 해서 소비자에게 혜택이 더 많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특히 손보사에서 판매하는 갱신형 상품에서 적립금으로 보장보험료를 충당하는 경우 보장기간이 늘어난 만큼 위험보험료가 빠져나가기 때문에 만기 예상 적립금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어린이보험에 100세 보험을 적용해 100세형 어린이보험을 판매하기도 하는데 이건 좀 더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질병의 유형이나 패턴, 치료 방법 등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아이를 위해 앞으로 100년 후까지 보험을 가입할 필요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래도 100세보험의 장점을 꼽아 보라면 보장기간이 길어졌다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보장기간이 길어진 만큼 보험료도 더 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이를 장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울러 평균수명이 늘어나면 생명보험사에서 판매하는 종신보험은 오히려 보험료가 줄어든다. 일찍 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수명이 길어지는 만큼 사망보험금 지급기일이 뒤로 미루어지기 때문에 그 기간만큼의 이자가 늘어나는 것이다.
반면 생보사의 종신형 연금보험은 수명이 길어진 만큼 더 많은 연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 보험료가 올라가게 된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은 평균수명이 늘어나면 종신보험의 가입은 뒤로 미루고 연금보험의 가입은 서둘러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보험이 아니라 어느 분야의 영업사원이라도 상품을 판매하면서 장점은 제대로, 간혹 과장해서 설명하는 측면이 있고 단점은 설명을 안 하거나 오히려 숨기려고 하는 속성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험 상품의 설명 부족은 늘 문제가 되는데, 영업사원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도 상품을 공부하고 약관을 찾아 상품내용을 정확히 알고 가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 www.kfco.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