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병사 가능성 무게, 부검 결과 메탄올 검출…남편 체포했지만 살해 과정은 여전히 오리무중
“아내가 숨을 쉬지 않는다.” 사건이 일어난 것은 올해 1월 16일, 이른 아침이었다. 도쿄 오타구에 사는 요시다 게이스케 씨(40)로부터 119 신고가 들어왔다. 구급대가 출동했을 당시 아내 요코 씨(40)는 침대 옆에 쓰러진 채였다. 남편 요시다 씨에 의하면 “전날부터 아내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아침에 일어났더니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요코 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눈에 띄는 외상이 없었기 때문에 당초 경찰은 병사(病死)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아울러 병원 측은 “뇌염이 의심되나, 심정지 사유는 불명”이라고 진단했다. 일반적으로 범죄와 관련 있는 시신은 사인을 규명하고자 사법해부를 진행한다. 그러나 이번엔 사건성이 낮다고 판단돼 사법해부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다만 사건성이 없더라도 사인이 불분명한 경우 감찰제도에 따라 행정해부가 이뤄질 수 있다. 유족의 허락을 꼭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며, 경찰이 판단하여 결정한다.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은 그로부터 2개월 후. 행정해부 결과가 계기였다. 요코 씨의 위 속에서 치사량을 웃도는 메탄올이 검출된 것. 메타올은 천연가스 등에서 추출되는 알코올의 일종으로 맹독성 화학물질이다. 소량이라도 체내에 흡수되면 구토나 두통 등의 증상을 일으켜 죽음으로 내몬다. 요코 씨의 사인은 바로, 급성 메탄올 중독이었다.
수사의 방향이 급격히 바뀌었다. 경찰은 타살과 자살 가능성을 두고 다시 수사를 재개했다. 그 결과 요코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이유가 없어 보였으며, 입으로 섭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자택에서는 메탄올이 발견되지 않았다. 누군가에 의한 고의적인 타살일 가능성이 컸다.
9월 18일, 경찰은 8개월간의 수사 끝에 첫 발견자인 남편 요시다를 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용의자 요시다 씨는 홋카이도대학 대학원을 수료한 엘리트 연구원. 유명 제약회사인 다이이치산쿄에서 근무하며 신약 개발에 종사 중이었다. 사망한 요코 씨는 교토대 대학원 출신으로 다이이치산쿄에 입사, 요시다 씨와 결혼한 뒤 초등학생인 아들과 셋이 살고 있었다.
수사 관계자에 의하면 “요코 씨는 다이이치산쿄 전 연구원으로 약학 지식이 풍부해 메탄올을 오음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한다. 또한, 사망 직전 스마트폰으로 아들의 학원을 알아보는 등 정황상 자살 가능성은 희박했다. 외부 침입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반면, 요시다 씨는 직장에서 약품을 연구 개발 중이라 메탄올을 가지고 나올 수 있는 입장이었다.
메탄올은 무색투명하며 무취에 가까운 물질이다. 독극물 취급법에서는 극물로 지정됐다. 30~100ml를 섭취할 시 의식불명이 되고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오카야마대학병원 고도구명구급센터(응급실)의 나카오 아쓰노리 센터장은 “술에 섞을 경우 마셔도 눈치채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경찰은 요시다 씨가 요코 씨의 식사에 메탄올을 혼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 체포를 단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수사관계자는 “눈치채지 못하게 치사량을 먹이는 것은 가까운 사람만이 할 수 있다”며 “꼼꼼한 준비가 필요하고 살의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지인들에 의하면 “요시다 부부는 5년 전 정도부터 관계가 붕괴됐다”고 한다. “요시다의 외도로 부부관계가 악화됐다”는 증언이다. 수사관계자는 “사망한 요코 씨의 휴대전화에 용의자와 격한 어조로 싸우는 동영상, 용의자가 폭력을 행사해 생긴 것으로 보이는 멍 든 사진들이 저장돼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요시다 씨는 관련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는 체포 전 임의 사정청취에서 “가정 내 별거 상태였다”고 밝힌 바 있으나 체포 후 “살의를 품은 적이 없고 집에 메탄올을 반입한 적도 없다”며 일축했다. 현재는 입을 다물고 침묵 중이다.
이러한 전개에 수사관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혐의는 갈수록 뚜렷해지는데, 정작 메탄올을 어떻게 혼입시켰는지가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직장 약물관리 기록에도 용의자가 메탄올을 반출했다는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주변 증언에 의하면 “요코 씨는 자택에서 종이팩 소주를 저녁 식사 때 즐겨 마셨다”고 한다. 용의자가 소주 안에 메탄올을 혼입시켰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현장에는 메탄올이 묻은 용기 등이 발견되지 않았다. 즉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
비슷한 사례가 있다. 2016년 8월 도쿄 분쿄구에서 발생한 ‘고단샤 전 차장의 아내 살해사건’이다. 당시 사건이 일어난 곳은 부부 외에 아이밖에 없는 집, 밀실이었다. 경찰은 사건으로부터 5개월 뒤인 2017년 1월, “남편이 말다툼 끝에 아내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며 체포를 단행했다. 그러나 용의자로 지목된 남편은 “아내가 계단 난간을 이용해 자살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에서도 일관되게 싸워왔다.
1, 2심은 유죄 판결이 났지만, 대법원은 상고심 변론을 오는 10월 27일 개최한다고 밝혔다. 변론은 판단을 변경할 때 필요한 절차이기 때문에 상황이 역전돼 ‘무죄’가 나올 공산이 크다. 일본 주간지 ‘주간신초’는 “검찰이 정황 증거를 근거로 유죄를 입증했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없었다”면서 “이번 메탄올 살해사건 역시 기소할 수 있다고 해도 공판에서 비슷한 전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시신을 부검하지 않는 나라, 일본의 현실’을 꼬집는 목소리도 나왔다. 일본의 부검률은 12.64%로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편이다. 특히 일본에서 행정해부를 할 수 있는 곳은 감찰의가 있는 대도시뿐. 예를 들어 도쿄 23구와 요코하마시, 오사카시, 나고야시, 고베시다.
요컨대 변사체가 발견됐을 때 사건성이 없다고 여겨지면 대도시를 제외하고 대부분 며칠 이내에 화장되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이번 사건이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가 될 시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수법의 범죄가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