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쌓인 ‘폐암 주범’ 환기로 확 날려라
▲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실내외 기온차가 큰 겨울철에는 실내 평균 라돈(Rn) 농도가 여름철보다 2.6배나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겨울에 실내외 온도차로 압력차가 생겨 더 잘 유입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최근 주택 833가구를 조사한 결과, ‘주택 4계절 라돈 실태조사’ 결과 겨울철 라돈 농도가 최소 7.11㏃/㎥에서 최고 1508.7㏃/㎥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겨울철 최고 수치는 다중이용시설의 라돈 권고기준 148㏃/㎥의 10배가 넘는 고농도다. 특히 조사 대상 주택 중 191가구(23%)가 다중이용시설 권고기준보다 높아 실내 라돈 오염이 심각했다.
겨울에 이어 가을에도 실내 라돈 농도는 7.66~1172.3㏃/㎥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봄(5.7~651.2㏃/㎥)과 여름(6.98~333.2㏃/㎥) 실내 라돈 농도는 높지 않아 실내에서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라돈의 기준치는 148㏃/m³은 방사선을 내뿜는 활성화된 라돈 원자가 1m³의 공간에 148개가 떠다니는 것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들이마신 라돈 폐에 붙어
자연 속에 있는 우라늄이 핵붕괴하면서 만들어지는 무색무취의 기체가 라돈. 20세기 초,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모두 석권한 퀴리부부가 발견한 방사성 원소다. 퀴리부인이 1934년 백혈병으로 죽고 동료 연구원들마저 백혈병이나 악성 빈혈로 속속 쓰러진 것을 라듐 때문으로 보기도 한다. 라듐이 붕괴하면서 반들어지는 방사성 기체가 바로 라돈이다.
몸속에 들어온 라돈은 여러 물질로 붕괴되면서 알파선을 방출한다. 이 방사선이 폐 조직에 지속적으로 손상을 주어 폐암을 발생시킨다. 들이마신 공기 중 라돈이 모두 폐에 달라붙는 것은 아니고 숨을 내쉴 때 대부분 다시 밖으로 나온다. 하지만 들이마신 라돈의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폐에 달라붙는 양이 많아진다.
임종한 인하대 산업의학과 교수는 “만약 흡연을 하는 사람이 라돈에 많이 노출되면 상승효과로 폐암 위험이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유럽의 연구에 따르면 비흡연자는 공기 1리터당 0, 100, 400베크렐의 라돈에 노출됐을 경우 폐암 위험도가 1.0, 1.2, 1.6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하루에 15~24개비의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는 같은 농도의 라돈에 각각 노출됐을 때 폐암 위험도가 26, 30, 42로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래된 건물·지하공간 위험
라돈 가스는 자연 상태에서는 잘 흩어져, 흡입하더라도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 극소량에 불과하다. 하지만 공기보다 무거운 기체의 형태이므로, 밀폐된 공간에 축적돼 농도가 높아지면 그만큼 해가 된다.
실제로 땅속이나 암반에 있는 라돈가스는 주로 건물 바닥이나 벽의 균열이나 파이프, 우수관, 저층 창문 등을 통해 들어와 우리도 모르는 사이 실내에 쌓이고 있다. 조사 결과 오래된 건물일수록 라돈 농도가 높았고, 특히 단독주택이나 아파트 1층, 건물 지하공간은 상대적으로 라돈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에 비해 집 주위에 토양이 많은 단독주택이 라돈 농도가 2배가량 더 높다는 조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이에 환경부는 라돈 고농도 주택과 라돈 노출에 취약한 반지하, 1층 주택 500가구를 선정해 ‘라돈 무료 측정 서비스’를 실시하기로 했다. 대상가구로 선정되면 라돈 무료측정에서 저감 방법교육, 알람기 보급이 단계적으로 지원된다. 1월 9일부터 국가라돈정보센터(www.radon.or.kr)와 한국환경공단 홈페이지(www.keco.or.kr)를 통해 온라인 신청을 받고 있다.
또 한 가지, 석고보드 같은 건축자재에서도 라돈이 나온다. 국립환경과학원이 2010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시판되는 석고 보드를 대상으로 라돈 방출량을 조사했더니, 일부 제품에서 많은 양의 라돈이 나왔다. 특히 인산부산석고를 원료로 사용한 제품이 배연탈황석고를 사용한 제품보다 라돈 방출량이 25배나 높았다. 이 중 1개 제품은 국내 환경마크와 유럽연합 기준을 초과해 방사능이 우려될 정도였다. 불에 타지 않고 시공이 편한 석고보드는 주택의 벽이나 학교, 사무실 등의 천장재료로 많이 사용된다.
#라돈 위험을 줄이려면
라돈의 농도가 낮을수록 위험도 적다. 오랜 시간을 보내는 집이나 사무실 등의 라돈을 줄이는 데 관심을 갖는다.
가장 쉬운 방법은 춥다고 꼭꼭 창문을 닫아놓기보다는 실내환기를 자주 시키는 것이다. 실내에 쌓인 오염물질을 자주 내보내야 라돈의 피해도 줄일 수 있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환기를 시켜 밤새 쌓인 라돈을 내보낸다.
집이나 사무실 등이 오래된 건물일 경우 바닥이나 벽 등에 균열이 있으면 고쳐야 한다. 또 집을 짓거나 고칠 때는 라돈이 방출되는 석고보드 등 건축재를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또한 가능하면 지하공간에서 생활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좋고, 불가피할 때는 지하의 라돈농도를 측정해 문제가 있는 수준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건강용품으로 사용하는 음이온 온열매트나 팔찌 등 제품에서도 라돈과 토륨 같은 방사능 물질이 나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들 제품에 따라서는 기준치를 초과해 배출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담배를 피우는 경우에는 라돈과 상승작용을 일으켜 폐 건강을 위협한다. 이제부터라도 담배를 끊는 것이 최선이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임종한 인하대 산업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