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돈줄로 지목된 ‘미술 무역 결정체’…아태협 회장 “중국동포 통해 기증받은 것”
만수대창작사는 북한 조선노동당 직속 기관이다. 북한 미술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집단 창작 단체다. 국제사회에선 ‘김정은 돈줄’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만수대창작사를 ‘김일성·김정일 우상화 등 각종 작품을 만들어 외화벌이에 나서는 북한 미술 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2017년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만수대창작사 작품을 제재 대상 물품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2018년 9월 19일엔 제3차 남북정상회담 차 방북한 문재인 전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만수대창작사를 직접 방문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만수대창작사를 방문한 문 전 대통령은 방명록에 ‘예술이 남과 북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기를’이라는 메시지를 적었다.
2020년 11월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북한 만수대창작사를 콕 집으며 “제재대상 국가 및 테러단체와 연계된 고가 미술품을 어떤 형태로든 거래하지 말라”는 내용으로 주의보를 발령한 바 있다. 2020년 당시 한국에서 불거진 만수대창작사 작품 밀반입 사건이 이 주의보 발령의 계기가 됐다는 후문이다.
아태협은 2018년과 2019년 경기 고양시와 필리핀 마닐라에서 ‘아시아·태평양의 평화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라는 국제행사를 경기도와 함께 주최했다. 2018년 고양에서 주최한 행사에는 북한 미술작품 45점가량이 전시됐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통일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당시 전시 작품 중 3점만 반입 승인을 받았으며 나머지 42점은 통일부가 승인을 하지 않은 작품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마닐라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도 아태협은 만수대창작사 작품을 전시하려다 통일부로부터 ‘공개하기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받고 방향을 선회했다. 이후 아태협은 뒤늦게 북한 미술품 반입 관련 내용을 신고했고, 서울본부세관 특수조사과는 2020년 해당 작품들을 모두 압류했다. 최근엔 서울 용산구 소재 쌍방울 본사 사옥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아태협 사무실에 걸려 있는 만수대창작사 작품이 다시 화제 중심으로 떠올랐다.
아태협은 북한 미술작품을 활용한 가상자산 사업도 추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태협 측 코인 안내 책자엔 “다양한 상품 중 북한 예술품을 주 타깃으로 한다”면서 “북한 예술품은 세계 유일 미개척 시장으로 국내 다양한 수집가들에게 알리고 입찰한다면 좋은 시장이 돼 남북교류 협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란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아태협은 만수대창작사 그림을 NFT(대체불가능토큰)로 변환해 거래 사이트에 등록하기도 했다. 이와 별개로 가상자산을 발행해 태국 소재 거래소에 상장하기도 했다.
검찰은 아태협의 북한 미술품 반입에 금전거래가 있었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품을 받는 대가로 외화 등 금전이 오갔을 경우 유엔 대북제재 위반 소지가 발생하는 까닭이다. 또 검찰은 쌍방울 자금흐름이 아태협의 미술품 반입과 연관이 있는지, 아태협이 북한 옥류관과 대동강맥주 등 대북사업권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NFT와 가상자산을 활용했을 가능성 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안 아무개 아태협 회장은 10월 5일 JTBC 인터뷰를 통해 “(북한 미술작품은) 북한 인사가 아닌 중국동포를 통해 (기증)받은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하기도 했다.
만수대창작사는 국제 동상제작업계 선두주자이자 북한 김정은 지도부 돈줄로 알려져 있다. 만수대창작사가 제작한 주요 동상 작품은 북한 평양 만수대에 설치된 김일성·김정일 동상, 주체사상탑이 있다. 만수대창작사는 아프리카 소재 국가에서 직접 동상을 제작해주며 외화를 벌어들이기도 했다.
세네갈 수도 다카르에 세운 아프리카 최대 규모 동상 ‘아프리카 르네상스’는 세네갈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다. 이 작품은 자유의 여신상보다 큰 규모를 자랑한다. 제작비만 수천만 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만수대창작사가 제작한 작품이다.
이 밖에도 만수대창작사는 보츠와나, 앙골라, 차드, 토고, 적도기니, 짐바브웨 등에 동상제작 사업을 주도하며 외화를 벌어들였다. 이런 사업 이력이 만수대창작사를 유엔안보리 제재대상에 들게 했다.
유엔안보리는 대북제재결의 2321호를 통해 북한의 돈줄로 여겨지는 동상 수출을 금지했다. 만수대창작사 해외 법인인 ‘만수대해외프로젝트그룹’도 제재 명단에 올랐다. 2022년 8월엔 아프리카 베냉에 여성 군인을 형상화한 30m 높이 동상이 세워졌다. 해당 동상은 만수대창작사 ‘위장회사’인 청룡국제개발회사가 베냉 정부로부터 사업을 수주해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대북제재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만수대창작사와 관련한 그림 유통 구조에 대해 “북한에서 예술가 칭호를 받는 인사들은 전부 만수대창작사 소속”이라면서 “만수대창작사가 만든 그림은 중국이나 러시아 등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갖고 있는 국가에서 교포 등을 상대로 그림을 판다. 그림 대가는 주로 달러로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만수대창작사는 그림을 제작과 유통 판매를 모두 다 할 수 있는 조직”이라면서 “만수대창작사가 미술작품으로 달러를 만들면 그 자금은 조선노동당 비자금으로 활용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근 북한 주요 외화벌이 수단으로 부상한 것은 가상자산 해킹을 통한 외화 탈취”라면서 “가상자산의 경우엔 아직 국제적으로 제도권에 진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북제재를 피할 만한 자금세탁 과정을 거칠 수 있어 북한의 새로운 자금 통로로 떠올랐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코인이 있기 전 미술품이 있었다”면서 “미술품의 경우 가치를 측정하는 감정사에 따라 가격이 다르게 책정될 수 있다. 그리고 그 미술품 제작과 판매를 담당하는 조직이 만수대창작사”라고 했다. 그는 “북한이 만수대창작사 미술작품으로 어느 정도 외화를 벌어들였는지는 가늠이 사실상 불가능한 영역”이라면서 “북한 입장에선 가장 확실한 능력으로 가장 불투명하게 자금을 유입할 수 있었던 통로가 만수대창작사”라고 지적했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만수대창작사의 외화벌이 자금 흐름 구조와 관련해 “만수대창작사가 벌어들인 외화는 조선노동당 재정경리부를 통해 아마 북한 지도부로 직접 들어가는 구조일 것”이라면서 “북한 지도부의 자금을 관리하는 당 서기실이 자금의 최종 종착지가 될 것이라 추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