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특검 수용 후 동교동계-친노 분화…이재명 수사 여부 따라 민주당 지형 바뀔 수도
쌍방울을 둘러싼 북한 이슈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쌍방울 계열사 나노스(현 SBW생명과학)가 희토류 채굴 등 북한 광물 산업을 추진했다는 의혹, ‘아시아태평양 평화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당시 행사비 지원 의혹, 북한 미술품 불법 반입 의혹이다.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최측근이면서 친명계로 분류되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9월 28일 구속됐다. 이 전 부지사는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직 당시 쌍방울그룹 대북 관련 사업을 돕는 대가로 법인카드 4억 원과 법인차량 3대 등을 쌍방울그룹으로부터 제공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 전 부지사는 2015년 1월부터 2018년 6월 쌍방울그룹에서 사외이사, 고문 등을 역임했다. 2018년 8월부터 2020년 1월까지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재임했다. 부지사 재임 당시 도지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다. 이 전 부지사 구속만료 시한은 10월 17일이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 수사 과정에서 쌍방울그룹과 계열사를 비롯해 이 전 부지사가 설립한 동북아평화경제협회를 압수수색했다.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이사장은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10월 6일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압수수색 당시 검찰은 협회 사무실뿐 아니라, 위층에 있는 이해찬 전 대표 사무실도 압수수색한 것으로 전해진다.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대표가 동시에 쌍방울 비리 의혹에 연루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야권 일각에선 쌍방울 관련 의혹이 초대형 게이트로 번질지 여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후문이다. 복수 정치권 관계자는 ‘쌍방울 관련 의혹이 김대중(DJ) 정부 대북송금사건 데자뷔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대중 정부 대북송금사건은 노무현 정부 시절 구성된 특검이 김대중 정부 대북송금사건을 규명한 일이다. 2003년 대북송금사건 특검팀은 현대그룹이 ‘대북 7대 사업권’ 구입 명목으로 북한에 4억 5000만 달러를 송금한 사실을 밝혀냈다. 특검은 정부가 산업은행을 압박해 현대그룹 대출을 허가하고, 대출받은 돈을 북한에 송금했다는 취지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검 이후 김대중 정부 핵심 관계자들은 줄줄이 구속됐다. 김대중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던 박지원 전 국정원장을 비롯해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 임동원 전 국정원장 등이 당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1990년대 정치권에서 활동했던 한 관계자는 “대북송금사건은 당시 동교동계와 친노계 분화를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특검을 수용한 것을 두고 동교동계와 앙금이 깊어졌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현재 쌍방울그룹 대북사업 관련 의혹 관련 검찰 수사는 최종적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눌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북송금사건과 세부적인 결은 다르지만, 민주 진영 내부 세력 판도가 바뀔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정치적 나비효과 부분에 있어선 데자뷔가 될 수 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대북송금사건 특검은 전 정부를 향한 수사였고, 쌍방울그룹 관련 수사는 대선주자였던 현직 야당 대표 측근을 겨누고 있는 수사”라면서 “본질적인 특성에 차이는 있지만, 이재명 대표가 당권을 잡고 차기 대권을 바라보는 상황이기 때문에 의혹을 둘러싼 공방전은 대북송금사건 때보다 훨씬 치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