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동생’에서 ‘국민 첫사랑’으로…“사춘기 아역 활동 부침 겪어, 그 시절 돌아볼 수 있게 한 작품”

10월 21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20세기 소녀'는 1999년, 단짝 친구인 연두(노윤서 분)의 첫사랑을 이뤄주기 위해 큐피드를 자청한 17세 소녀 보라(김유정)에게 예기치 못한 사랑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달콤하면서도 새콤한 10대들의 첫사랑 로맨스를 담아내 대중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사랑보단 우정이 먼저인 보라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찾아온 첫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겪는 마음의 파란 등을 그 시절 감성 그대로 그려낸 김유정을 향해 '새로운 국민 첫사랑'이란 애칭이 따라 붙었다.
“여자의 시선을 담은 첫사랑을 그렸다는 점이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부분이지 않을까 싶어요. 보라의 시선으로만 끝까지 가는 게 아니라 중간에 스위치가 있어서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이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요. 감독님께서 누군가를 관찰하고 비디오 속 안을 바라보는 시점에 포인트를 두고 연출하셨다는데 저는 바로 그 부분이 그 시대의 감수성을 잘 보여준 것 같았어요. 한편으로는 보라가 첫사랑의 이미지라는 피드백은 의외였어요(웃음). 저는 보라가 설정상으로 첫사랑을 관찰하고 만나게 되는 거라 운호가 그런 이미지일 줄 알았는데….”
'20세기 소녀'는 극본과 감독을 맡은 방우리 감독의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자신의 실제 경험담을 작품에 투영했다는 방 감독은 처음부터 보라를 맡을 배우로 김유정을 점찍어 놓고 이야기를 써내려 갔다고 했다. 촬영할 때는 이런 뒷이야기를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김유정은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서야 자신과 보라의 닮은 점을 발견해 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10대만이 보여줄 수 있는 풋풋한 로맨스를 그려내는 데엔 김유정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와 이미지가 큰 몫을 해냈다. 화장도 거의 하지 않은 채 머리도 아무렇게나 질끈 묶었고, 떡볶이 코트까지 걸친 뒤 교문 앞에 선 그의 모습은 여고생 그 자체였다. 외모가 다 갖춰졌으니 남은 것은 10대라서 보여줄 수 있는 '막무가내의 귀여움'이었는데, 김유정은 무엇보다 이 부분을 잘 표현하고 싶어 많은 고민을 했다고 강조했다.
“보라가 귀엽게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수학여행 때 술에 취해서 문을 두드리는 모습도 어떻게 하면 과하지 않고 '저거 꼭 진짜 같다' 하면서 볼 수 있게 할까 하면서(웃음). 그러다 나중엔 그냥 '에이, 몰라!' 하면서 찍었는데 그게 또 웃음 포인트가 되더라고요. 보라는 친구를 위하는 성격이고 스스로 솔직하지 못한 부분도 있는 아이에요. 그러면서 내가 아끼는 사람에겐 충실한 감정을 가지고 있어서 그 안에 쌓인 감정이 터졌을 땐 그 나이대의 울음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과하게, 억지로 우는 느낌이 아니라 진짜 마음에서 나오는 반응처럼 보이려 노력했고요.”
'20세기 소녀'는 영화를 접한 이들 이상으로 김유정에게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었다. 10대를 벗어나 성인 연기자로서 앞으로의 행보를 조금 더 깊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주어진 작품이기도 했고, 그가 이 시기를 맞아 마지막으로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은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그랬다고 한다. 특히 사춘기 시절 한 차례 부침을 겪었던 만큼, 그 시절을 돌아볼 수 있게 한 이 작품이 더 소중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김유정의 이야기다.

2003년 제과제품 CF로 연예계에 처음 발을 디딘 김유정은 연기자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2004년부터 지금까지 한 해도 쉬지 않고 달려왔다. 농담을 조금 섞어서,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김유정의 성장 과정을 매년 한 번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었던 셈이다. 누군가의 아역에서 어엿한 주연배우로 성장한 그에게도 대부분의 아역 배우들에게 향하는 칭찬 중 하나인 “그대로 잘 컸다”라는 말이 쏟아진다. 성년을 맞은 아역 출신 배우들에겐 종종 부담스럽기도 하고, '언제까지 잘 컸다는 말을 들어야 하나'라는 한숨을 자아내는 말이기도 하지만 김유정에게 있어 이 말은 최고의 칭찬이면서 늘 듣고 싶은 말이라고 했다.
“사람들로부터 제일 듣고 싶고, 또 좋은 말은 '믿고 볼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런데 저는 '잘 컸다'는 말도 되게 좋아하거든요(웃음). 가끔 지인 분들이나 어머니한테 전화 걸어서 '저 잘하고 있는 거 맞죠?' 하고 여쭤보면 '너 잘하고 있어, 잘 컸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너무 좋아요. 저는 그 말에 부정적인 생각이 없어요. 그런 말을 해주신다는 건 그만큼 제가 어릴 때부터 클 때까지 계속 온전히 봐 주셨기 때문이잖아요? 그래서 그 말이 좋아요. 저는 앞으로도 그 말대로 더 잘 크겠습니다(웃음).”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