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8시27분 최초 화재 신고…점포 69곳 불타
- 임시경매장, 몽골텐트 설치…북부화물터미널 사용 검토도
[일요신문] "허탈하죠. 농에 넣어둔 겨울옷이랑 장갑도 다 탔는데..."
26일 오전 대구 북구 매천동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앞 편의점에서 소주를 마시는 상인들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쉬었다. 하루밤 사이에 화마로 그을린 현장에는 샌드위치패널 등이 다 타고 철제만이 남아 있다. 패널에 붙은 얇은 철제는 종이장처럼 구겨지고 야채들과 과일들이 그을린 채로 나뒹굴고 있었다.
- 대구 북구 매천로 농산A동 점포 69곳 태워…3시간 30여 분만에 꺼져
소방당국(정남구 안전본부장)에 따르면 화재 시간은 25일 오후 8시27분. 대구 북구 매천로 '농수산물시장 중앙청과에 불이 났다'는 신고가 최초로 들어왔다.
소방당국의 빠른 대처에도 북북동 2.7m/s 바람과 샌드위치패널, 천막, 과일상자, 파렛트는 화재를 더욱 키웠다. 불은 이날 오후 11시 59분 완전히 꺼졌다.
이번 불로 농산A동 102곳 점포 가운데 69곳이 탔다. 농산 B동 일부와 여타 건물 등도 피해를 입었다. 이날 소방대원 223명, 의소대 100명, 경찰 100명 등 438명은 장비 458대를 들여 불길을 잡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중앙119구조본부와 경북소방도 응원 출동해 불길은 빠르게 잡았고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합동조사에 들어갔으며 소방당국도 광역화재조사팀을 꾸려 원인과 정확한 피해액을 조사 중이다.
- 시정보안명령 기간 중 화재…인재 가능성↑
문제는 화재에 앞서 시정보안명령이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 9월 자체점검에서 일정 부분 가스가 세고 스프링클러 등이 노후화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소방당국은 다음달 20일까지 시정보안명령을 했다고 한다. 사전에 화재를 방지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화재 직전 에폭시 바닥 시공을 하고 있었다는 제보도 흘러나온다. 통상적으로 에폭시 바닥시공에는 인화성 물질이 사용된다. 소방당국도 이 부분을 인지하고 조사 중이다. 최초 발화지점 창고의 CCTV 설치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화재에 취약한 구조상의 문제도 존재한다. 농산A동은 지하1층에서 지상 2층까지 기계실과 전기실, 경매장·사무실, 150여개의 점포가 있다. 철근콘크리트조 슬래브즙으로 구성된 가운데 소화기구, 옥내소화전, 스트링클러, 자동화재탐지설비 등 소방시설도 갖췄다.
하지만 시장 중앙에 위치한 A동의 남·북편 상점들은 샌드위치패널과 천막으로 간이막을 세웠다. 화재에 취약한 구조인 것이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됐었지만 초기 진화만 가능하고 일정 범위에만 효과가 있다. 이번 화재처럼 규모가 광범위한 경우엔 스크링클러도 한계가 있다.
상인들이 외부천막을 치는 것에 대해 지도 점검은 가능하나 법적 규제 대상은 아니다. 이 부분에 대한 조례 개정도 필요하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시급한 것은 밀린 경매…북부화물터미널 활용 검토도
상인들에게 가장 급한 것은 점포를 임시로 설치해서 밀린 경매부터 해결하는 것이었다. 특히 김장철 출하기에 발생한 도매시장 화재는 상인은 물론 시장유통에도 막대한 피해로 이어진다.
대구시는 우선 도매시장 주차장을 활용해 임시경매장과 몽골텐트 등 점포를 두기로 했다. 주차흐름에 방해되지 않도록 시장 주변에 한시적으로 주차를 허용하는 한편 도매시장의 내부 동선도 다시 살펴 농산물 배송이 늦지 않도록 최대한 손을 볼 예정이다.
현대화를 위해 확장 예정지였던 북부화물터미널도 활용할 것을 두고 실무적으로 검토 중이다.
- 경영안전지원, 긴급생계지원 '검토 중'
대구시는 피해 상인들의 빠른 회복을 위해 경영안전자금과 함께 필요시 긴급생계지원도 검토 중이다.
지방재정공제회 손해보상보험 청구로 피해를 지원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강북경찰서, 북구청, 공공시설관리공단 등 유관기관도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유통종사자의 피해를 최소화에 돕겠다고 나섰다.
김종한 대구시 행정부시장은 "신속한 피해회복과 도매시장 정상화를 위해 관련기관들이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유지해 달라"며 "피해자 지원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남경원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