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28일 방송되는 KBS1 '다큐온'은 지역 소멸 특집 '로컬 트리거 1부, 세 할머니의 유쾌한 실험' 편으로 꾸며진다.
트리거t(rigger)의 1차 의미는 방아쇠이다. 여기에 뜻을 더하여 어떤 변화와 행동을 이끌어 내는 '기폭제 혹은 도화선'을 의미한다. 지역 소멸 시대. 우리는 지역의 활성화와 부활을 위한 '작은 시도와 실험들.' 그것을 '로컬 트리거(Local trigger)'라 명명하고자 한다.
지역의 부활을 위한 모색과 실천. 그 첫 번째 주인공은 여주 어느 산골짜기에서 노인 돌봄과 아동 돌봄을 동시에 실천하고 있는 심재식(70), 이경옥(70), 이혜옥 씨(70)다.
70세 동갑내기 할머니 세 명이 한집에 살면서 시니어 공유 공간과 노인 돌봄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한편 마을의 할머니들과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이들의 활동은 추후 '농촌 활성화'에 '어떤 트리거trigger'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세 할머니의 활동을 통해 지역 부활의 '희망의 가능성'을 타진해 본다.
이혜옥(70), 이경옥(70). 심재식(70) 세 할머니가 사는 여주시 금사면은 전형적인 인구 소멸지역이었다. 고령자 중에서도 주로 할머니들이 '독거노인' 소리를 들으며 마을을 지켰다. 이런 마을에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4가구가 이사를 온 것이다. 세 할머니가 사는 집 바로 앞에 집을 짓겠다고 땅을 산 사람도 있다.
지역 소멸 시대. 여주시에서도 외곽 산골 마을에 왜 인구가 늘고 있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이곳에 살고 싶어 하는 것일까. 세 할머니의 활동을 중심으로, 이 마을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을 관찰해 본다.
지역 소멸은 인구 소멸에서 비롯된다. 사람들은 "농촌 마을에서 더 이상 아이 울음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세 할머니의 마당에서는 아이들 노는 소리가 시끌벅적하다. 4살 아이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연령대도 다양한 어린이들이, 이 마당에 와서 그림도 그리고, 운동도 하고, 물놀이도 즐긴다.
지난해부터 세 할머니가 마을의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전체 16명의 아이들 중에는 부모가 출타 중일 때 세 할머니 집에 와서 지내다가는 아이도 있다.
개인의 작은 마당에서 어떻게 마을의 아이들을 돌보게 된 것일까. 그리고 그 작은 시도들은 어떤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을까. 세 할머니의 작은 마당에서 이뤄지고 있는 아동 돌봄을 주목해 보고 그것이 '과연 농촌에서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어떤 해답이 되고 있는지 살펴본다.
동갑내기 친구들끼리 조용히 살고 싶어서 산골로 들어왔던 세 할머니는 세월이 흐르면서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살기 위한 고민을 시작했다. 자신들의 텃밭을 잔디 마당으로 꾸미고 이곳에서 마을 수업을 열기 시작했다. 마을 할머니들과 그림 수업, 천연 염색, 난타 수업 등을 꾸려가기 시작한 것이다.
마을 수업을 주도하고 있는 이혜옥 씨는 "내가 먼저 재밌기 위해 시작했는데 우리 모두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라고 말한다.
농촌 마을에서 노인이 외롭지 않고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그것은 지역 소멸 문제를 푸는데 어떤 열쇠가 되는 것일까. 도시 여느 문화센터 못지않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세 할머니의 '마당 수업'을 주목해 본다.
"할머니의 마당은 놀이터, 교실, 전시장, 공연장, 다목적입니다."
지난 한 해 세 할머니의 마당에는 약 1000여 명의 사람들이 다녀갔다. 마당 수업에 참여하는 동네 노인들과 그 자녀들, 어린이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과 그 부모들, 노인 공동체 생활이 궁금해서 탐방으로 오는 탐방객들, 시니어 공유 공간이 궁금해서 민박 체험을 신청하는 사람들, 전국에서 몰려온 '마을 만들기' 및 '지역 활성화'를 위한 워크숍과 세미나에 참석한 사람들이 그들이다.
여주 어느 산골짜기 작은 마당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마을 만들기를 고민하고, 지역 활성화를 논의하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이 작은 마당에서 시도되고 있는 실험들은 지역의 부활을 위한 어떤 답을 제시하고 있는 것일까. 세 할머니의 유쾌한 실험실, 그녀들의 작은 마당을 심도 있게 관찰해 봄으로서 지역 활성화를 위한 대안적 모델을 모색해 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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