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하루 전에도 통제불능 수준 인파 운집…원래 30대 놀이터였던 곳 핼러윈 때는 20대 몰려들어
용산구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공무원은 “10월 28일 저녁에도 엄청난 인파가 핼러윈을 즐기러 이태원으로 몰려들었다”면서 “다양한 분장을 한 시민들이 이태원 전역에 붐볐고, 이런 상황에서 방법 순찰 및 교통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고 귀띔했다. 그는 “금요일에 사고는 나지 않았지만, 이태원에 운집한 시민들 수는 통제 불가능한 규모였다”고 했다.
10월 28일 이태원을 다녀온 30대 남성 A 씨는 “이태원에 도착했다가 지하철역부터 올라가는 인파가 너무 붐볐다”면서 “이태원 거리는 사람이 쉽게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꽉꽉 들어차 있었다”고 했다. 그는 “도저히 더 머무르기가 힘들다고 판단해 발길을 돌리려 해도 방법이 많지 않았다”면서 “택시를 부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고, 지하철을 탑승하는 데도 40분 넘게 소요된 것 같다”고 했다.
올해 ‘핼러윈 주말’엔 유독 더 많은 인파가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2년 동안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뒤 첫 ‘핼러윈 주말’이었던 까닭이다. 이태원은 2010년대를 기점으로 국내에서 핼러윈을 상징하는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린 배경과 맞물려 핼러윈을 즐기려는 청년들이 이태원에 집결했다.
이런 상황의 결과는 참사였다. 대구 지하철 참사와 세월호 사건이 거론될 정도로 큰 참변이 일어났다. 사망자 151명 중 남성은 54명, 여성은 97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중엔 10대와 20대 여성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원은 평소 ‘30대 놀이터’로 불리는 장소다. 통상적으로 30대 초·중반이 가장 즐겨 찾는 유흥 거리로 알려져 있다. 서울 소재 사립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홍대나 강남 등은 20대들이 즐겨 찾는 유흥가로 여겨지고, 이태원은 약간 나이대가 높은 곳으로 인식된다”면서도 “핼러윈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고 했다.
그는 “이태원이 핼러윈의 상징처럼 부각되는 면이 있다”면서 “평소 다른 곳에서 금요일이나 토요일 저녁을 보내던 20대들이 핼러윈엔 이태원으로 집결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2010년대 초부터 이태원 핼러윈 파티가 입소문을 타면서 세대를 초월한 인파가 이태원으로 몰려들었다. 이태원의 인산인해 자체가 핼러윈 상징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주말 저녁 이태원을 자주 방문했던 한 30대 여성은 “오히려 30대들은 핼러윈이 되면 사람이 너무 많으니 이태원 말고 다른 곳에 가자고 제안하는 경우가 더 많다”면서 “아무래도 이태원이라는 곳 자체가 골목이 좁고 경사가 가파른 길이 많은데, 핼러윈 인파에 이런 지형을 알아보기 힘든 상황이 돼 위험성이 증가한 측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청년들 사이에서 ‘핼러윈은 이태원’이라는 공식이 만연하게 퍼졌고, 이런 문화를 한번쯤 경험하고 싶다는 취지에서 모인 사람 수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면서 “2010년대 후반쯤부터 이태원 수용 가능치를 넘기는 핼러윈 인파가 모여들었고, 코로나19로 잠시 숫자가 줄어들었다가 올해 급격하게 운집 인원 수가 증가하면서 이런 사고가 터진 것”이라고 바라봤다.
코로나19 확산세를 걱정해 이태원 방문 계획을 취소했던 한 20대 여성은 “이번 주말이 오기 전까지 이태원 핼러윈 축제와 관련해선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대한 이야기나 각종 마약범죄 혹은 성범죄 관련 이야기가 더 많이 나왔던 것 같다”면서 “그런데 예상치도 못한 이런 끔찍한 대형 인명사고가 터져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